삼성의 우승으로 2011시즌이 끝나고,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스토브 리그에 돌입했다. 트레이드를 모색하고 FA 선수를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는 등, 전력을 보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스토브 리그를 허술하게 보낸 팀들은 내년 시즌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다. 반면, 스토브 리그 동안 팀의 약점을 메운다면, 단번에 우승권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프로야구 생태다.
전력 보강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팀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 파악하는 것이다. 투수력 보강은 모든 구단의 공통 과제다. 투수진 정비가 끝나면, 팀의 취약 포지션을 스토브 리그 동안 보강해야 한다. 그렇다면, 8개 구단 각자 취약 포지션은 어디일까? 그리고 해결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삼성 라이온즈 – 최악의 포지션이었던 1루수, 이승엽 돌아오니 2루수가 골치
올 시즌 강력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지만, 삼성 팬들은 과거의 화끈한 공격력을 그리워한다. 올해 삼성의 팀타율은 .259로 리그 평균(.265)에 못 미친다. 포지션별 스탯을 보면, 박석민이 주로 뛴 3루수, 최형우가 위치한 좌익수, 여기에 지명타자까지 제외하면 리그 평균보다 공격력이 뛰어난 포지션이 없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1루수와 2루수였다.
삼성의 1루수들은 올해 .222의 타율과 9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1루수로 가장 많이 출장한 조영훈은 .238의 타율과 .696의 OPS, 조영훈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출장한 채태인은 .217의 타율과 .640의 OPS로 조영훈보다 못했다. 유망주 모상기는 .455의 장타율을 기록했지만, 타율이 .182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 삼성의 1루수로 나온 가코 역시 .213의 타율로 끝내 한국 무대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삼성의 1루수 문제가 해결될 것이 유력하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국내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실패를 맛보고 돌아온 이승엽이지만,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변변찮은 활약을 보이지 못한 이병규와 이범호는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보인 바 있다. 이승엽이 돌아오면 삼성 포지션에서 가장 큰 약점은 2루수다. 주전 2루수 신명철의 올 시즌 OPS는 .563에 불과하다. 내년에 반전할 가능성도 있지만, 나이가 적지 않아 그 확률은 떨어진다. 신명철의 유력한 대안이 되야할 조동찬도 2루수로 출장한 18경기에서 .258의 타율과 .619의 OPS에 그쳤다. 한 마디로 도토리 키재기다. 삼성팬들은 조동찬의 회복 또는 2군에서 .306의 타율과 18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김경모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 SK 와이번스 – 지명타자, 공격만 하라는 데 왜 그걸 못하니?
한국시리즈에서 큰 힘을 내지 못했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SK도 올해 공격력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근우의 부상과 박정권의 부진이 SK 공격력 하락의 주범이 됐다. 포지션별 성적에서 리그 평균보다 비율스탯이 뛰어난 포지션은 2루수, 최정이 버틴 3루수, 박진만이 회춘의 기미를 보인 유격수 정도다. 리그 평균과 비교할 때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지명타자였다.
지명타자는 수비적인 부담없이 타격에 전념한다. 하지만 올해 SK의 지명타자들은 썩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이호준이 있다. 56경기를 지명타자로 출장한 이호준은 .227의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홈런은 7개를 쳐냈지만, 타율이 워낙 낮아, 장타율 역시 .351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동수가 32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장해 .322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최동수는 내년이면 42살이 된다. 나이가 들면 장타력부터 감소한다. 올해 최동수는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지만, 홈런은 두 개 밖에 쳐내지 못하면서 장타율은 .381까지 하락했다.
지명타자 외에 1루수, 좌익수의 공격지표도 썩 좋지 못했지만, 올 시즌 슬럼프를 겪은 박정권과 김강민이 내년에 회복세를 보인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롯데 자이언츠 – 올해는 2루수가, 내년에는 1루수가?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방망이를 자랑하는 롯데 자이언츠 타선답게, 공격지표가 리그 평균에 못 미치는 포지션은 2루수, 유격수, 좌익수 세 곳에 불과했다. 김주찬이 주로 활약하는 좌익수도 리그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타율은 .301로 리그 평균보다 2푼 이상 높다. 가장 취약 지구는 조성환이 노쇠화의 기미를 보인 2루수 자리다. 올해 롯데 2루수로 출장한 선수들은 .233의 타율과 .629의 OPS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조성환이 114경기를 2루수로 나왔고, 정훈이 8경기, 손용석이 5경기, 박진환이 4경기에 나왔다. 비록 뛴 경기는 적었지만 정훈은 2루수로 나온 8경기에서 .350의 타율과 3개의 홈런을 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문제는 수비력이다. 현재 정훈은 불안한 수비력을 노출하며 2루수로 더 나오지 못했고, 손용석이 리그 막판 자주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롯데 팬들은 2루수, 유격수가 아닌 올해 .359의 타율을 기록한 1루수 자리를 걱정하고 있다. FA 자격을 취득한 이대호의 일본행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박종윤이 1루수로 출장한 23경기에서 .315의 타율을 기록하며, 정확성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홈런은 한 개를 치는 데 그쳤으며, 출루율도 .326에 불과해 타율에 비하면 생산력은 떨어진다. 만약 이대호가 팀을 떠나면 롯데는 1루수에서 좋은 공격력을 선보일 수 있는 이택근 영입에 뛰어드는 것이 전력공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 KIA 타이거즈 – 좌익수 김상현, 수비는 좋은데 공격은?
비록 후반기에 몰락하며 전반기 1위의 기세는 살리지 못했지만, 올해 KIA는 이범호를 영입하면서 약점이었던 3번 타자의 공백과 3루 수비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약점은 외야수의 한 자리다. 김상현이 좌익수로 컨버전했지만, 올해 KIA 좌익수의 비율스탯은 .227 / .293 / .370 / .664로 OPS만 비교하면 리그 평균에 .115나 뒤떨어진다. 김상현도 좌익수로 나온 75경기에서 .230으로 부진했지만, 김원섭(39경기 타율 .226)도 좌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김상현이 좌익수로 돌면서 생각보다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수비 포지션 변경으로 인한 부담감에서인지 좌익수로 출장한 경기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다. 1루수로 출장한 16경기에서는 .357의 타율과 1.045의 OPS를 기록했지만, 좌익수와 지명타자로는 좋지 못했다. 이 문제는 내년에 김상현이 포지션 적응만 끝나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래도 외야수 한 자리가 허전한 것은 불만이다. 때문에 KIA팬들 사이에서는 이택근을 영입해 중견수로 기용하고 이용규를 우익수로 돌리는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든든한 야수층, 취약 지구 없어
작년 롯데와 함께 불방망이를 뽐냈던 두산이지만 올해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하락세를 겪었다. 지난해 팀내 최다홈런을 기록했던 이성열의 몰락이 가장 큰 타격이 됐으며, 최준석도 부상을 안고 뛰면서 OPS 8할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두산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아직 군입대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최준석이 내년에도 활약하면, 완전한 몸상태로 활약할 수 있다. 2루수에 고영민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2년간 2군 최고 타자로 활약한 최주환의 활약에 많은 팬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오히려 3루수 자리에 이원석이 부진하면서 리그 평균에 못 미쳤지만, 이 역시도 윤석민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유격수 자리에도 허경민이 합류하는 등, 내년 두산 야수진은 올해의 수모를 되갚을 기세다. 신임 김진욱 감독이 투수진만 잘 정비하면, 김경문 감독의 유산을 이어받아 강팀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 LG 트윈스 – 유격수, 중견수 공/수 다 되는 선수 없나요?
LG의 가장 취약지구는 내외야의 수비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유격수와 중견수 자리다. 적임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격수에는 오지환이 중견수에는 이대형이 있다. 올해 LG 유격수들이 .194의 타율과 .549의 OPS에 그친 것은 오지환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돌아온 오지환도 유격수로 출장한 46경기에서 .206의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오지환은 지난해 13개의 홈런과 .755의 OPS를 기록하며 장타 포텐을 보여준 바 있다.
문제는 오지환의 수비력이다. 2년 연속 오지환의 유격수 수비 능력은 기대 이하였다. 오죽하면 팬들이 오지환에게 붙인 별명이 ‘오지배’다. 뛰어난 장타를 보여줌과 동시에 수비력에서 임팩트 있는 실책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이대형이 뛰는 중견수도 공격력에서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지만, 이대형만한 수비력을 보유한 선수가 팀 내에 부족한 탓에 고민이 크다. 이대형의 타격에서 부진한 모습이 해결될 때까지 이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LG는 이택근의 잔류에 힘을 쏟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 한화 이글스 – 3루수 하주석 활약 중요해
두산이 포지션별로 든든한 야수층을 갖췄다면, 한화는 그 반대다. 리그 평균보다 뛰어난 공격력을 보인 포지션은 유격수와 중견수가 유이하다. 특히 코너 내야수들의 부진한 공격력이 눈에 보인다. 다만, 1루수 문제는 김태균이 복귀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는 3루수다. 이범호를 놓치면서 3루수 보강은 한화의 숙원사업(?)이 됐다. 올해 한화 3루수들은 .215의 타율과 .557의 OPS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타율 .272 / OPS .772)에 2할 이상 뒤떨어진다.
한화가 전면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주석을 지명한 데에는 이 같은 사정이 있다. 초고교급 내야수라는 평가를 받은 하주석에게 많은 경기 출장이 보장된 한화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많은 한화 팬들은 하주석이 2009년 안치홍이 프로 데뷔 해에 보여준 성적 이상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 넥센 히어로즈 –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포수 기근
넥센의 포수 기근은 현대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김동수의 노쇠화와 더불어 히어로즈는 좀처럼 포수 쪽에 세대교체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택근은 수비력이 좋지 못했고, 강귀태는 큰 성장을 보이지 못하며, 어느새 33살이 됐다. 강정호도 처음에는 포수로 호명됐다. 허준, 유선정 등 많은 유망주들이 넥센의 포수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공/수 어느 쪽에서도 만족을 시키지 못했다.
올해 넥센 포수들이 기록한 공격지표는 .212 / .278 / .270 / .548이다. 아무리 포수가 수비력이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공격력이 약함에도 주전으로 뛰고 싶다면 수비를 엄청나게 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넥센 포수들은 수비력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자금력과 선수 수급에 한계가 있는 팀 사정상 포수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팬들은 작년 두각을 보인 허도환이 1군 경험을 토대로 조금 더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3루수, 중견수 자리도 넥센의 약점이라 할 수 있다. 3루수 김민우와 체력적인 보완과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장기영의 반등이 필요하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