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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LG 스포츠, 프로리그의 3류로 전락하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1. 27.



프로스포츠의 존재 의의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니게 한다는 것이 범국가적인 목적이라고 한다면,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마땅히 공인다운 플레이와 프로다운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선수들을 이끌고 프로스포츠 무대에 합류하는 구단들 역시 프로다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하에 홈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구단의 으뜸가는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스포츠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척도는 무엇일까. 물론 프로구단의 가장 큰 목적은 우승이며, 우승의 기쁨을 누린 구단이야말로 그 해에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만하다. 하지만 챔피언 자리가 하나 뿐임을 감안해 보았을 때, 우승팀 빼고 나머지 구단이 모두 그 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린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

 

따라서 각 프로스포츠 종목마다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플레이오프. 일단 그 해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프로팀이라면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정도의 저력이라면, 얼마든지 다음 시즌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예외인 구단이 있다. 주요 프로스포츠에 모두 진출하여 재계의 큰 손다운 행보를 여러 차례 보여주기도 했지만, 유독 우승과는 큰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올해에는 플레이오프 진출마저 버거워 보일 정도로 상당히 굼뜬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 스포츠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 야구, 농구, 배구 합쳐 우승은 고작 2

 

LG 트윈스 프로야구단은 전신인 MBC 청룡을 인수한 이후 말 많고 탈 많았던 팀을 추슬러 창단 첫 해에 우승을 차지할 만큼 대단한 저력을 갖춘 팀이었다. 그들은 메이저리그의 스타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또 한 번의 우승을 일궈냈고,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한 LG의 모습이 어색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신흥 명문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그들은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단 한 번도 가을잔치 진출에 초대받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무려 다섯 명의 사령탑(이광환, 이순철, 양승호, 김재박, 박종훈)이 교체됐다. 이들 중 유일하게 계약 기간을 채운 이는 김재박 전 감독뿐이었다. 올해 역시 박종훈 전임 감독이 5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자진 사퇴 형식으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올 시즌 성적은 6위에 그쳤다.

 

프로농구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해 온 LG 세이커스의 사정도 이와 비슷했다. 그들은 프로화 초창기에 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선전하며 농구 코트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왔지만, 딱 그때 뿐이었다. 이후 적극적인 FA 영입과 트레이드, 그리고 좋은 감독 영입을 통하여 우승을 꿈꿨지만, 끝내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2006시즌 이후 그들은 단 한 번도 3위권에 오르지 못했으며, 올해도 현재 8위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백구의 대제전이라 불렸던 1990년대 실업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던 LIG 손해보험(LG화재 전신)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아마 시절 고려증권, 현대자동차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며 적지 않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프로화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프로 원년 이후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라는 큰 산에 막히기 일쑤였다. 올해에는 전임 김상우 감독이 경질되는 어수선한 상황하에서 6위에 머물고 있다. KEPCO의 선전을 감안할 경우, 프로화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LG의 주요 프로스포츠 구단은 프로화 진행 이후 겨우 두 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세 구단 모두 동일한 오프시즌을 보내며 누구보다도 시끄럽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FA나 트레이드를 통하여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는 데에 인색하지 않은 것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그 동안 선수단의 구심점을 잡아 줄 만한 인사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야 할 사령탑은 매번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가 계속될수록, LG 스포츠가 프로에서 3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에 처음 뛰어들 당시 LG의 구본무 구단주는 구단 사장이 절대 감독에게 작전이나 선수 기용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고, 행여 내 귀에 그런 소리가 들려오면 사표 쓸 각오하라.”라며 철저히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초심이었다. 이 초심을 잃지 않았다면, LG는 이번 프로야구 FA 시장에서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 모두를 놓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교롭게도 ‘LG 치타스로 시작했던 프로축구는 GS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지난해 ‘FC서울의 이름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 모습이 올해 주요 FA 3인방을 놓친 LG 트윈스의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 유진 김현희[사진제공=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