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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1번부터 9번까지, 타순별로 살펴본 최고는?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2. 20.



지난 11일 수상자가 결정된 프로야구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로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정하는 상이다. 하지만 타자의 경우 포지션으로만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광판에는 경기에 나서는 타자들의 포지션과 함께 타순도 함께 표기된다.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보여주는 데에는 포지션이 타순보다 더 뚜렷하지만, 타순도 선수들마다의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하위타순에서는 잘하다가 상위타순에만 들어서면 부진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의 모습을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8개 구단의 전체 선수들 중에 타순별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1번 타자올해는 이용규의 시대

 

올 시즌에는 각 구단의 톱타자들이 고른 기량을 보이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LG(.334)와 넥센(.325)을 제외한 팀들은 모두 1번 타자의 출루율이 35푼 이상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KIA는 이용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일하게 4할대 출루율(.416)을 기록했다. 이용규가 부상으로 쉬는 시간 동안 톱타자로 뛴 김원섭(16경기 출루율 .412) 4할이 넘는 출루율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처럼 이용규는 톱타자의 덕목 중 하나인출루율면에서는 다른 경쟁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출장한 모든 경기에서 1번 타자로 선발출장하며 .426의 출루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각 팀의 주전 1번 타자 중에 유일한 4할대 기록이다. 그 뒤로는 국가대표 톱타자로 수차례 경쟁을 펼쳤던 이종욱(.383)과 정근우(.382)가 따르고 있다.

 

1번 타자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능력은기동력일 것이다. 이용규는 1번 타자들 중 가장 많은 30개의 도루를 기록했고, 성공률도 83.3%로 매우 뛰어났다. 타순을 무시하면 오재원(46), 이대형(34), 배영섭(33), 정수빈(31) 등이 이용규보다 많은 도루를 기록했지만, 1번 타순에서의 기록만 따지면 이용규가 최고다. 롯데 전준우는 .452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톱타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파워를 보여줬고, 97번이나 홈을 밟아 득점왕 타이틀을 따냈지만 1번 타자 최고의 덕목인 출루율(.366)에서 이용규와의 차이가 컸다.

 

2번 타자임팩트의 김주찬과 꾸준함의 김선빈

 

2번 타자는 보통 작전 수행 능력이 강조되는 타순이다. 플래툰 기용이 많아 8개 구단 가운데 붙박이 2번 타자를 기용했다 평할만한 팀은 삼성(박한이), 롯데(김주찬), KIA(김선빈), 두산(오재원), 한화(한상훈) 정도다. 이 가운데 종합적인 타격능력이 가장 뛰어난 타자는 올 시즌 선구안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롯데의 김주찬이다. 김주찬은 2번 타자로 출장한 61경기에서 .329의 타율과 .380의 출루율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평균 이상의 장타력(장타율 .424)까지 뽐냈다. 하지만 김주찬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것은 약점이다.

 

KIA의 김선빈은 350타석을 2번 타자로 출장해 .282의 타율과 .369의 출루율을 기록, 이용규의 뒤를 잘 받쳐주었다. 특히 2번 타자치고는 많은 편인 40개의 타점은 올 시즌 김선빈에게 있어 가장 빛나는 항목이다. 이밖에 많은 도루를 기록한 오재원(26도루) 29개의 번트를 성공시킨 한상훈의 활약도 돋보였다. 박한이는 올해 류중일 감독이 야심차게 2번 타자로 밀어줬지만, 자신의 이름값에 못 미친 .273의 타율과 27타점에 그쳤다.

 

3번 타자손아섭,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다.

 

드디어 클린업의 시작이다. 올 시즌 8개 구단의 3번 타자들은 .279의 타율과 .785 OPS를 기록하며, 4번 타자 다음으로 뛰어난 생산력을 보였다. 이 가운데 가장 뛰어난 3번 타자를 보유한 팀은 매서운 방망이 실력을 뽐낸 손아섭이 버틴 롯데였다. 정교함이 요구되는 3번 타자 자리에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333의 타율을 기록했다. 뒤이어 타율이 높은 선수로는 LG의 이병규(.328)로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줬다.

 

이범호는 3번 타자들 중 가장 높은 .960 OPS를 기록했지만, 결장경기가 많아 3번 타자로 출장한 타석이 300타석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현수는 3번 타순에서 85타점을 기록했지만, 타율(.295) OPS(.816)는 자신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팀들이 OPS .800 이상의 3번 타자를 보유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한 SK(.779), 한화(.709), 넥센(.726)은 올해 3번 타자 문제로 고생을 겪은 팀들이다.

 

4번 타자최형우와 이대호의 뚜렷한 족적

 

누가 뭐라고 해도 타순의 핵심은 ‘4번 타자. 8개 구단 중에서 특히 강력한 4번 타자를 보유했던 팀은 삼성과 롯데다. 최형우와 이대호는 10할이 넘는 OPS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이대호가 국내 최고의 타자였다면, 올해는 최형우다. 이대호도 매우 좋은 성적을 남겼지만, 최형우는 홈런-타점-장타율 1, 타율도 2위에 오르며 201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삼성과 롯데를 제외하면 올 시즌 다른 팀들의 4번 타자들은 다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강타자의 기본적인 커트라인이라 할 수 있는 8할 이상의 OPS를 기록한 4번 타자를 보유한 팀은 KIA(.840)와 두산(.826)이 전부였다. 특히 SK 4번 타순으로 선발 출장한 타자들이 .269의 타율과 .739 OPS에 그치며, 올 시즌 내내 중심타선 고민에 시달렸다.

 

5번 타자한화의 가르시아, 전형적인 5번 타자

 

5번 타자는 정교함보다는 파워가 뛰어난 타자들이 주로 위치한다. 이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선수가 한화의 가르시아다. 가르시아는 .269의 높지 않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17개의 홈런과 .542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전형적인 5번 타자의 모습을 보였다. 두산의 최준석도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292의 타율과 14홈런 64타점을 기록하며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홍성흔, 최준석, 가르시아 정도를 제외하면 붙박이 5번 타자로 활약한 타자가 거의 없었다.

 

6번 타자사치스러운 강민호와 부담 던 강정호

 

6번 타자는 상위타순과 하위타순의 경계에 있는 타자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타자들은 많지 않지만, 중심타선에서 부담을 느끼는 선수들이 6번 타자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8개 구단 6번 타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로는 롯데의 강민호(OPS .863, 11홈런) KIA의 안치홍(타율 .354), 두산의 양의지(타율 .298), 한화의 이대수(타율 .311) 그리고 넥센의 강정호(OPS .868, 6홈런)가 있다. 강민호는 롯데 타선이 워낙 강력한 탓에 6번 타자로 출장하고 있으며, 강정호는 4번 타순에서 부진했다가 6번으로 내려온 이후 맹타를 휘두른 케이스다. 안치홍 역시 6번 타자로 출장한 52경기에서 .354의 고타율과 .880 OPS를 기록하며 뛰어난 생산력을 보였다.

 

7~9번 타자황재균, 하위타순 맞아?

 

7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는 좋은 공격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리그 평균 7번부터 9번까지 타자들은 .687 OPS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하위타순으로 출장하는 타자들 사이에서도 우열은 존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롯데의 황재균이다. 황재균은 하위타순으로 250타석 출장한 타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800 OPS를 기록했으며, 11개의 홈런과 61개의 타점을 생산했다. 황재균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없다. KIA의 차세대 중심타자로 꼽히는 안치홍도 하위타순으로 출장한 318타석에서 .836의 높은 OPS를 기록했으며, LG에서 SK로 이적한 프랜차이즈 스타 조인성도 하위타순에서 .291의 타율과 .807의 수준급 OPS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 야구타임스 신희진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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