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남아 있는 김동주가 원 소속팀 두산과의 재계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FA 시장도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 올해 FA 시장에는 유래 없이 많은 선수 이동이 있었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오랜 기간 팀을 위해 헌신한 LG의 조인성이 SK로, SK의 정대현이 롯데로 가는 대사건도 있었다. 이 밖에 이택근(넥센), 송신영(한화), 이승호(롯데), 임경완(SK)이 정든 팀을 떠나 새 둥지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 FA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띤 데에는 보상기준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18인의 보호선수 외의 한 명을 보상선수로 보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20명으로 그 범위가 늘어났다. 보상금액도 종전에는 전년도 연봉의 50% 인상한 금액의 300%(보상선수를 택할 경우 200%)를 이전 소속팀에 지불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50% 인상이 사라지고 전년도 연봉의 300%(보상선수를 택할 경우 200%)만을 지급하는 쪽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FA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리턴픽(Return Pick)’ 문제였다. 롯데는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지명한 임훈을 지명했다. 하지만 이틀 후 SK가 이승호의 보상선수를 지명할 차례가 되었고, 이미 제출한 보호선수 명단은 수정할 수 없기에 롯데는 임훈을 거기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임훈이 롯데 선수로 있었던 3주 동안 남긴 것은 이 한장의 사진이 전부다
다행히 임훈이 이틀 만에 유니폼을 두 번 갈아입게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20여일 후 결국 정대현의 보상선수로 지명되어 다시 SK로 돌아가게 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한 번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 선수는 자동으로 보호가 되게끔 KBO에서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
보상선수의 리턴픽뿐 아니다. 개개의 선수 기량과 상관없이 FA 보상제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도형이 FA 신청을 했다가 그 어느 팀도 불러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피와 땀으로 젖은 유니폼을 벗어야만 했던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올해는 그와 같은 사례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보상규정 때문에 FA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선수는 여전히 존재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FA 신분을 취득하는 것은 어쩌면 야구 일생에서 가장 뜻 깊은 일일 것이다. 금전적인 보상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뜻을 펼치고 싶은 곳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한 번쯤 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의 보상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FA 제도는 모든 선수들에게 고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뛰어난 기량을 갖춘 일부 특급 선수들을 위한 제도로만 존속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선수의 기량에 따라 등급을 매겨 보상의 정도를 달리 한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는 모든 선수를 같은 잣대로 판단하여 일괄적인 보상제도를 적용하기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불공평한 처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아무리 능력 본위대로 평가를 받는다지만, 소수의 스타플레이어만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면, FA 제도가 갖고 있는 취지는 퇴색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올해 17명의 FA 신청 선수들이 쏟아졌지만, 타 구단으로 적을 옮긴 선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7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것이 역대 FA 시장을 통틀어 가장 활발했던 결과였으니, 합리적이지 못한 FA 보상제도가 얼마나 많은 선수의 권리 행사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산의 임재철이나 삼성의 강봉규와 신명철, LG의 이상열 등은 보상에 대한 부담만 없었다면 충분히 다른 팀에서 영입을 타진할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한국 프로야구도 일괄적이고 단순한 보상제도에서 벗어나 등급제를 도입해 조금 더 많은 선수들이 FA(Free Agent) 제도의 수혜를 받아야 할 것이다. 전력 평준화의 측면에서도 FA 등급제 도입은 절실하다. 8개 구단이 저마다 모두 자금 동원력이 다르고, 거액의 외부 FA를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의 숫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특급 선수만을 영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FA 보상제도가 유지된다면, 결국 FA 시장에서 특정 구단만이 좋은 선수들을 데려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에 물건이 많이 나오면 가격이 낮아지고, 조금 더 많은 구매자가 나타나 자금 동원력이 뒤처지는 구단이라도 알뜰하게 전력 보강에 성공할 수 있다. 선수들 역시 보상에 대한 규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구단에 남지 않고 다른 구단으로 옮길 수 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KBO와 8개 구단, 그리고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조금 더 많은 선수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전력 평준화와 효율적으로 전력 보강을 이루고 싶다면, 빠른 시일 내에 FA 보상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FA 등급제를 시행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등급 분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 되겠지만, 600만 관중 시대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허점이 있는 제도는 과감하게 고칠 수 있어야 한다. KBO와 구단, 그리고 선수와 팬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FA 규정이 필요한 시기다.
// 야구타임스 신희진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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