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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류현진-윤석민-김광현, 2012년판 <퍼펙트게임>은 가능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2. 1. 16.

1980년대 최동원과 선동열의 선발 맞대결은 프로야구사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최근 개봉한 야구영화 <퍼펙트게임>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던 이들의 대결은 동시대 한국야구를 풍미한 불세출의 에이스들이라는 점에서 지금도 야구팬들에게 종종 회자된다. 두 선수는 통산 3회 맞붙었고 거짓말처럼 1 1 1패라는 호각세를 기록했다.

 

사실 승패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의 대결 자체로 팬들에게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시간이 흘러 프로야구사의 화려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역사가 되었다는 점이다.

 

팬들이 없는 프로는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프로야구는 팬들을 위하여 끊임없는 스토리텔링을 생산해내야만 한다. 최고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고수들의 라이벌 구도도 빼놓을 수 없는 컨텐츠다. 80년대에 최동원과 선동열이 있었듯이 90년대에는 이상훈과 김상진의 에이스 대결과 임창용과 진필중의 세이브 경쟁이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 경쟁이 프로야구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프로야구에서는 이런낭만적인 이슈가 부족했다. 최고의 에이스들을 보유한 팀들은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는 에이스들간의 맞대결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눈앞의 1승에만 집착하는 감독들은, 승패가 확실하지 않은 경기에서 에이스를 무리하게 투입하거나 라이벌과 맞붙이는 것을 기피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로테이션을 회피하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예로 2000년대 중반 이후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류현진과 김광현은 데뷔이래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맞대결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실제로 몇 번이나 한 경기에서 마주칠 기회가 있었고, 선수들 당사자도 맞대결을 회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심한 쪽은 언제나 감독들이었다.

 

일부 감독들은 그저이기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라던가만일 라이벌전에 지기라도 해서 에이스의 자존심에 상처라도 입으면 그 후유증은 누가 감당하느냐며 에이스 간 맞대결을 피해왔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긴 했지만, 정작 눈앞의 승리를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자신의 두려움을 합리화하는데 급급했을 뿐이다.

 

과연 다음 시즌에는2의 최동원 VS 선동열같은 슈퍼스타들의 맞대결을 볼 수 있을까. 일단 현 시대에 당시의 최동원, 선동열과 비견할만한 흥행 카드를 꼽는다면 류현진과 김광현, 윤석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프로야구 MVP, 다승왕, 국가대표, 우승경력 등을 휩쓸며 현재 한국프로야구 20대 에이스 3인방으로 불리는 슈퍼스타들이다.

 

류현진은 프로 야구 데뷔 첫 해인 2006년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를 차지해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지난해까지 데뷔 이래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자타공인 국가대표 에이스다. 김광현은 2008년과 2010년 다승왕에 올랐고,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08~10시즌)을 달성하며 SK 왕조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들에 비해 윤석민은 다소 뒤늦게 기량이 만개한 케이스다. 2011시즌 27경기 출장해 17 5 1세이브 178탈삼진, 평균자책 2.45를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다승-탈삼진-승률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이는 1991년 선동열 이후 무려 20년 만에 탄생한 투수 4관왕의 위업이었고, 그 결과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세 선수는 프로에서 함께 활약했던 최근 4년간 한번도 같은 경기에 등판한 적이 없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데뷔 후 공식경기에서 만난 적이 없다. 류현진과 윤석민, 그리고 윤석민과 김광현이 2007년 한 번씩 격돌한바 있지만, 당시의 윤석민과 김광현은 지금의 위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작년에는 윤석민이 최고의 해를 보냈고,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예년보다 기대에 못 미쳤던 류현진과 김광현은 올 시즌 부활을 꿈꾸고 있다. 과연 로테이션상 등판 일정이 겹칠 때, 올해는 이들의 정면승부를 볼수있을까? 일단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들의 출전권한을 쥐고 있는 선동열 KIA 감독, 이만수 SK 감독, 한대화 한화 감독 등이 연이어 에이스간 맞대결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최동원과 전설적인 맞대결의 당사자이기도 했던 선동열 감독은올 시즌에 윤석민이 로테이션상 류현진이나 김광현과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대 투수가 껄끄럽다고 해서 굳이 정해진 투수 로테이션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패하더라도 그런 경기들을 통해 선수도 배우는 점이 있고, 팬들도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KIA의 올 시즌 개막전 상대는 SK라는 점에서 투수 로테이션상 각 팀의 에이스가 1선발로 나선다면 김광현과 윤석민이 개막전부터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김광현을 보유한 이만수 SK 감독도프로는 팬서비스라는 철학에 걸맞게김광현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정상 컨디션이라면 윤석민(KIA)이나 류현진(한화)과 맞붙는다고 해서 로테이션을 미루거나 거를 생각은 없다고 화답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마찬가지다. 사실 한화는 그 동안 KIA SK에 비하여 전력이 약했기에 확실한 1승 카드인 에이스 류현진의 등판일정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력이 크게 보강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솔직히 그간 에이스간 맞대결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굳이 피할 이유도 없다. 상대가 피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로테이션이 맞는다면 언제든 대결이 가능하다. 류현진뿐 아니라 박찬호도 마찬가지다라고 선언했다. 감독들의 에이스 맞대결 공약이 지켜진다면, 다음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빅매치를 대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선동열과 최동원이라는 불세출의 에이스가 존재했고, 소속 팀들의 감독이 그들의 맞대결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20년도 넘게 지난 현재 <퍼펙트게임>이라는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2012년 현재의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3인방으로 꼽히는 류현진-윤석민-김광현, 이들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오래 묵혀두었던 만큼 앞으로 오랫동안 전설로 회자될 것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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