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31일 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에 두고 LG와 넥센이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그 당시 17연패를 기록하고 있던 심수창과 '2군 배리 본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박병호였다.
이 선수들의 댓가로 LG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던 김성현과 넥센 불펜의 핵심 중 하나였던 송신영.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넥센이 다시금 선수 팔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었다.
그렇지만 심수창과 박병호는 넥센 유니폼을 입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며 우려의 소리들을 지워나갔다. 심수창은 넥센으로 이적한 뒤 두 번째 등판 만에 지긋지긋했던 연패 기록을 끊어냈고, 박병호는 넥센에서 출장한 51경기에서 무려 12홈런 28타점의 무서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트레이드 이후 기대 이상의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넥센의 이번 시즌에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됐다. 그리고 심수창은 김시진 감독의 기대대로 이번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 15일 삼성전에서 5이닝 3실점의 안정된 피칭을 선보였다.
투수인 심수창과 달리, 타자인 박병호는 개막전부터 4번 타자로 출장했다. 그의 앞에는 LG에서 돌아온 이택근이, 뒤에는 강정호가 버티게 됐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넥센의 중심타선은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물론 그 의견에는 박병호가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임팩트를 이어간다는 전제가 깔렸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지난 시즌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리던 박병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박병호는 4월 14일까지 6경기에서 27타수 2안타 1타점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팀 내에서 1타석 이상 타석에 들어선 선수들 중 박병호보다 타율이 낮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홈런이 전혀 없다는 점과 겨우 1타점만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었다. 넥센에서 박병호를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부분은 높은 타율이 아니었다. 4번 타자로서의 홈런포와 해결사 본능을 그에게 기대했던 것이다.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박병호는 14일 삼성과의 2차전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드디어 '감'을 잡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면승부를 펼친 특급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큼지막한 파울을 연거푸 쏘아 올린 것이다. 비록 결과는 삼진이었지만, 박병호의 다음 경기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한 타격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15일 경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4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맞이한 두 번째 타석, 박병호는 시즌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하며 삼성의 좌완 에이스 차우찬을 침몰시켰다.
비록 이후 3번의 타석에서는 안타 없이 볼넷 한 개를 더 얻는데 그쳤지만, 4번 타자 박병호의 시즌 첫 홈런은 넥센 타선에 큰 활력소가 됐다. 넥센 타선은 박병호의 만루포를 포함해 10안타로 10득점을 기록하는 최고의 응집력을 보였다. 특히, 차우찬을 비롯해 삼성 불펜의 핵심 선수들인 정현욱, 안지만 등을 상대로 시원한 타격을 선보였기에 커다란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넥센 타선의 침묵을 해결할 열쇠는 4번 타자 박병호였다. 침묵하던 박병호가 살아나면서 타선 전체가 동반으로 살아났다. 4번 타자가 힘을 내기 시작한 넥센. 그들의 반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 SportsSoul [사진출처 :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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