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초반 유독 심할 정도의 ‘불운’에 울고 있는 투수들이 있다. 바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명의 좌-우완 에이스 류현진(한화)과 윤석민(KIA)이 그 주인공들이다. 두 선수가 현재까지 거두고 있는 승수는 단 ‘2승’씩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승수가 적은 만큼, 투구 내용도 부진했을까?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2.57로 이 부문 3위, 윤석민은 2.64로 5위에 각각 랭크되어 있다. 또한 퀄리티스타트 횟수 부문에서도 류현진은 총 6차례로 공동 3위, 윤석민은 4차례로 공동 8위에 올라있다. 몇몇 경기에서 난조를 보이기는 했지만, 두 선수의 ‘2승’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선발투수들과 비교해 보면 그들이 얼마나 불운에 울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평균자책점 5.28인 삼성의 장원삼이 4승을, 평균자책점 4.93인 송승준(롯데)은 3승을 기록하고 있다. 퇴출 위기에 놓여있는 평균자책점 5.72의 KIA 외국인 투수 앤서니조차도 2승은 챙겼다.
심지어 불펜 투수인 최대성(롯데), 박희수(SK), 류택현과 김기표(이상 LG) 등도 이미 3승을 거두고 있기에, 류현진과 윤석민의 시즌 초반 승수가 얼마나 적은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소속팀은 각각 7위와 8위에 머물고 있다. 두 선수가 호투를 한 경기에서도 타선 침묵, 수비 실책, 불펜 방화 등 약한 전력을 가진 소속팀의 여러 요인들로 인해서 승리를 놓친 경우가 잦았다.
많은 야구팬들이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류현진과 윤석민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 미국에는 이 두 선수보다도 더 불운한 선수가 있다. 감히 이 선수 앞에서는 류현진과 윤석민이 불운하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다. 그 주인공은 MLB 시카고 컵스 소속의 에이스 투수 라이언 뎀스터.
뎀스터가 속한 시카고 컵스는 한국 시간으로 5월 21일 현재 15승 26패 승률 .366를 기록 중이다. MLB 전체 30개 팀 중 그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팀은 아메리칸리그의 미네소타 트윈스(14승 27패)뿐이다. 내셔널리그 최하위이자, MLB 전체 29위가 시카고 컵스의 지금 순위다.
그런 소속팀에서 뛰고 있는 뎀스터의 성적은 어떨까? 뎀스터는 이번 시즌 7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승패만을 보면 에이스 뎀스터의 부진이 시카고 컵스의 시즌 부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착각을 할 수도 있을 정도다.
놀랍게도 2패만을 기록중인 뎀스터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28에 불과하다. MLB 전체를 통틀어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그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12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주일 전까지는 1.02의 평균자책점으로 전체 1위에 올라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MLB 평균자책점 1위부터 119위까지의 선수들 중,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투수는 2.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클리프 리(필라델피아)와 뎀스터 두 명 뿐이라는 것이다.
뎀스터는 최근 2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각각 6이닝 4실점에 머물긴 했지만, 그 외의 5번의 등판에서는 모두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펼쳤다. 무실점 경기 2차례, 1실점 경기 2차례 등이 있었고, 최소 투구이닝은 6이닝이었다.
7경기에서 47⅓이닝을 던지며 44개의 탈삼진(14볼넷)을 잡아냈고, 피안타율도 .211에 불과하다. 올해로 만 35세인 뎀스터가 보여주고 있는 투구내용은 데뷔 15년만에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데도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긴커녕, 아직 1승도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지난 5월 3일 신시내티전이었다. 뎀스터는 8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한 뒤, 3-0으로 앞선 9회에 마운드를 마무리 투수 카를로스 마몰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마몰이 불을 지르면서 3점차 리드를 날려버렸다. 초반 5번의 등판에서 컵스 타선이 그에게 지원했던 점수는 총 8점에 불과할 정도로 타선과 불펜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바다 건너 뎀스터의 소식이, 마찬가지로 극심한 불운에 울고 있는 류현진과 윤석민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 SportsSoul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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