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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 장병수 사장의 ‘시기상조론’에 반대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2. 6. 20.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19일 열린 KBO 이사회에서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유보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롯데 자이언츠 장병수 사장이 있었다. 결국 그가 주구장창 주장했던 시기상조론이 먹혀 든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대다수의 야구팬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야구관계자와 선수들의 분노는 팬들보다 훨씬 더하다. 선수협은 올스타전과 2013 WBC 보이콧을 선언했다. 봉중근은 내년 WBC에서 주장을 하려고 했는데, 못하게 됐다.”며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고, 롯데와 더불어 반대파의 최선봉에 있는 한화 구단의 한대화 감독조차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장병수 롯데 구단 사장은 몇몇 이유를 들어 아직까지 한국에 10구단 체제는 무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10구단 창단은 시기상조다. 선수 수급 문제로 인해 프로야구의 질적 문제와 인프라 문제, 관중 동원 등의 한계가 있다. 고교 팀이 50여 개에 불과한 한국에서 프로팀이 10개나 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 9,10구단 창단 논의는 5~10년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장병수 사장의 논리다.

 

지금부터 장병수 사장의 이 논리가 얼마나 억지인지를 한번 살펴보려 한다.

 

일본 고교팀은 4천개, 한국은 53, 그래서 안 된다?

 

일본에는 고교 야구팀이 무려 4천여개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고작 53개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교들이 많다. 장병수 사장은 이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는 어떻게 보면 반대의 근거로 꽤나 설득력 있는 의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양적인 차이질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척도는 될 수 없다. 일본 야구는 학원 스포츠의 성격이 강한 반면, 한국은 전형적인 엘리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어지간한 고등학교는 대부분 야구부가 있다. 마치 한국의 중-고교에서 특별활동 부서로 영화감상부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감상부에 속한 학생 모두가 영화배우나 감독을 꿈 꾸는 것이 아니듯, 일본의 야구부 학생들의 절대다수는 장래희망이 야구선수가 아니다.

 

그와 달리 우리나라 고교 야구선수들은 대부분 꿈이 프로야구 선수.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착실하게 실력을 키웠고, 그것은 전부 앞으로 훌륭한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한국의 각 고교팀의 평균적인 수준은 일본의 일반 고교 야구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

 

그런데 그 프로의 꿈을 이루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매년 고교와 대학을 통해 수백명의 선수들이 프로의 문을 두드리지만, 정작 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는 선수는 고작 10% 정도에 불과하다. 신고선수와 연습생 등을 모두 포함해도 15%가 채 되지 않는다. 무려 85%에 달하는 실업률, 이것이 우리나라 고교-대학 야구의 현실이다. 이런 후배들의 고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선수협을 중심으로 한 모든 야구인들이 제10구단의 창단을 간절히 바랬고, 그것이 무산되자 이토록 격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프로를 꿈꾸는 선수들은 야구 명문이라 불리는 극소수의 고교-대학에 스카우트 되어 우리나라 고교 야구부와 같은 과정을 거쳐 키워진다. 진짜 프로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소수를 위한 엘리트 교육속에 성장하는 것은 양국 모두 같은 상황이란 뜻이다. 물론 그렇게 운영되는 고교 야구부의 숫자도 우리나라보다는 많지만, 단순히 일본과 우리나라의 고교 야구 현실이 ‘4 vs 53’으로 규정지을 만큼 절대적인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일본도 10개 구단인데, 우리나라가 10개 구단인 건 말도 안 된다?

 

일본의 인구는 13천만 명, 그리고 10개의 프로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인구는 5천만 명, 현재 8개 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9개 구단 체제로 운영된다. 일본의 프로야구는 현재 12개 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다시 10개로 줄이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점을 예로 들어 장병수 사장은 한국에 10개 구단 체제는 시기상조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억지다. 4천개의 고교 야구부가 있는 일본에서도 12개 구단이 전부라는 생각부터가 틀려 먹었다. 일본에서 야구로 먹고 사는 선수의 숫자는 프로야구 12개 구단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라는 단어를 간단히 설명하면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여 그것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프로구단은 12개가 전부라고 할 수 없다. 일본에는 무려 80개에 달하는 실업야구단과 기타 다수의 독립리그가 존재하고, 거기에 속한 선수들 역시 모두 야구로 먹고 사는 직업 야구선수이기 때문이다.

 

이 실업야구를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 기자들이 사회인 야구로 소개하는 바람에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큰 혼란이 있기도 했지만, 그 둘 사이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사회인 야구가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 동호회처럼 모여서 야구를 즐기는 생활 체육의 일환이라면, 실업야구는 기업체가 운영하는 정식 야구리그다. 오히려 일본의 경우 유수의 기업들이 사회환원의 의미로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실업야구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노모 히데오 역시 실업야구 출신이며, 지금도 고교와 대학을 마친 학생 야구 선수들 중 프로팀 지명 받지 못한 이들은 실업야구단에 입단해 선수생활을 이어가곤 한다. 한때 240개에 달했던 팀이 현재는 80개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이지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는 점만 다를 뿐, 그들 또한 엄연히 직업 선수들이 활약하는 야구리그인 셈이다.(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IMF 시절 사라졌던 실업야구 리그가 최근 들어 다시 부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야구 9개 구단과 고양 원더스까지 합쳐 10개 구단에 속한 선수들만이 간신히 직업 야구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은 프로와 실업을 합쳐 무려 90개 구단이 넘는다. 독립리그까지 합치면 일본과 한국의 비교는 ‘12 : 10’이 아니라 ‘100개 이상 : 10’인 셈이다. 이런 사실은 애써 잊은 채 일본도 12개 구단이 전부인데…”라며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고교야구팀의 수가 적다고 프로팀을 늘리지 못한다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마찬가지다. 고교야구팀이 줄어든 건 실업리그가 사라지면서 취업의 문이 더 좁아졌기 때문이고, 실업리그가 사라진 건 프로야구의 등장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어떻게 보면 프로야구는 70년대 고교야구와 실업야구의 인기를 독점하면서 그 파이를 키워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상 실업야구 리그가 부활한다 하더라도 흥행하기 어려운 구조인 건 분명한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프로야구에서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소화할 필요가 있다.

 

프로구단이 늘어나서 취업의 문이 더 넓어지고, 각 지역을 연고로 한 구단들이 해당 지역의 고교 야구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왜 새로운 고교 야구팀이 생겨나지 않겠는가? 장병수 사장은 달걀이 있어야 닭으로 키우지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인데, 이미 자신들이 달걀을 낳을 수 있는 다 큰 닭이라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알고도 모른 채 할 정도로 산고의 고통을 감내하기가 귀찮거나.

 

모든 현장의 야구인들이 원하고, 절대 다수의 팬들도 찬성하며, 이미 10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자체와 기업도 있다. 심지어 같은 위치에 있는 구단 사장들 중에서도 반대보다는 찬성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런 와중에 제9구단이 창단되는 과정에서부터 줄기차게 반대만 외치고 있는 장병수 사장과 그 외 몇몇 구단 사장들의 행동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제대로 된 근거를 들어 모두를 설득하려는 노력이라도 있으면 납득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그렇지도 않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이 땅에 프로야구가 태동할 당시에도 시기상조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프로야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고, 그건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5~10년 후에 10구단 창단을 논할 것이 아니라, 지금 새로운 구단을 창당해야 그 과실을 5~10년 후에 따 먹을 수 있다.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나무가 자라지 않고, 열매도 얻을 수 없다. 자라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여 씨앗조차 뿌리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황폐해진 대지 뿐이다.

 

9구단의 2013 1군 합류가 결정된 현 시점에서 제10구단의 창단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됐다. 그런데 그것을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이 있고, 그 한 명의 의견에 KBO 이사회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씁쓸한 심경을 감출 수가 없다. 롯데 팬들은 요즘 부끄러워서 고개도 함부로 들지 못한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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