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윤석민이 또 다시 부진한 피칭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14일 롯데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등판한 윤석민은 5이닝 동안 무려 6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다행히 팀이 9회 말 극적인 동점을 만들면서 패전을 면했지만, 갑자기 집중타를 허용하면서 많은 점수를 내주는 모습은 전혀 윤석민답지 않았다.
윤석민은 KIA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는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다. 지난 5~6년간의 종합 성적을 놓고 보면 오른손 투수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선동열-류현진에 이어 역대 3번째 ‘투수 3관왕(평균자책점-다승-탈삼진)’을 차지하며 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의 윤석민은 지난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윤석민은 올 시즌 현재까지 25경기(21선발)에 등판해 8승 6패 평균자책점 3.1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성적이지만, 여전히 3점대 초반의 준수한 평균자책점(리그 7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투구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표인 WHIP(1.02)와 피안타율(.220)에서는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카스포인트 랭킹에서도 지금까지 1,800점을 얻어 전체 투수들 가운데 14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꾸준한 피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올 시즌 윤석민의 퀄리티스타트는 13회로 그 확률이 61.9%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나이트(넥센)는 27번의 선발등판 경기 중 무려 24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해 88.9%의 확률을 기록 중이며, 국내 최고의 에이스인 ‘괴물’ 류현진 역시 24경기 중 19번(79.2%)을 성공시켰다. 다른 정상급 에이스들과 비교해도 윤석민의 퀄리티스타트 확률은 너무 떨어진다.
윤석민이 기록한 13번의 퀄리티스타트 중 10번은 6이닝 이상을 1자책점 이하로 막아낸 경기들이었다. 그 10경기에선 말 그대로 윤석민이 경기를 압도한 셈이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한 나머지 8경기는 모두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 당했으며, 합계 33이닝 동안 35점을 허용한 매우 부진한 경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매우 좋거나, 아니면 매우 나쁘거나. 이것이 윤석민의 올 시즌 피칭이었다.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13경기에선 평균 7.15이닝을 던지며 1.06의 놀라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실패한 8경기에선 평균 4.13이닝을 던지며 9.55의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간 것이다. 에이스의 덕목 중 하나가 ‘꾸준한 피칭’이라고 봤을 때, 올해의 윤석민은 전혀 에이스답지 못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라면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의 투구 내용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한다.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이 퀄리티스타트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꾸준한 퀄리티스타트만큼 선발투수의 능력을 잘 나타내주는 것도 없다. 한 경기에서의 퀄리티스타트는 별 의미가 없다 해도, 퀄리티스타트 달성 확률이 높은 투수가 결국은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을 우리는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윤석민의 평균투구이닝은 6이닝에 불과하다. 에이스라면 7이닝 이상 책임지거나, 적어도 그에 육박하는 투구이닝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윤석민은 조기강판 되는 경우가 하도 많아 평균 6이닝을 채우는 것도 버거운 현실이다. 투구내용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주는 피안타율과 WHIP이 리그 1위인 투수가 이렇게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좌완과 우완으로 평가 받는 류현진과 윤석민은 나란히 8승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새롭게 ‘불운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류현진의 8승은 팀 동료들의 도움을 얻지 못한 결과지만, 윤석민은 스스로의 기복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승수를 쌓지 못했다.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윤석민도 장차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투수다. 구단의 동의만 있으면 올 시즌 종료 후에도 가능하고, 1년만 더 기다리면 FA 자격으로 당당히 해외 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해외 구단의 좋은 평가는 기대하기 어렵고, 설령 진출한다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바라긴 무리다.
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1회 갑작스런 난조로 2~3점을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이후의 5~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의 발판을 놓는 투수야말로 ‘진정한 에이스’라 불릴 자격이 있다. 아쉽게도 올해의 윤석민은 그런 진짜배기 에이스와는 거리가 멀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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