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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본헤드’ 조성환, 또 다시 팬들을 실망시키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2. 10. 12.

2개의 실책과 2번의 병살타, 그리고 2번의 본헤드 플레이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터져 나온 박준서와 용덕한의 홈런은 그의 실수를 모두 덮어주었고, 양승호 감독은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는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는 끝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팬들은 실망감에 젖어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2루수 조성환을 두고 하는 소리다.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두산이 7-2로 승리하며 2패 후 귀중한 첫 승을 거뒀다. 1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간 사도스키의 부진, 타선의 집중력 부재 등이 롯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정작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이름은 1회 말 황당한 주루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망친 조성환이다.

 

찰나의 순간에 저지른 두 번의 실수

 

조성환에게 이번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은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1차전에서는 한 이닝 동안 2번의 실책을 범했고, 2경기 연속 결정적인 찬스에서 병살타(5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그로 인해 박준서에게 자리를 빼앗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이번에도 조성환을 주전 2루수 겸 2번 타자로 기용했다.

 

조성환은 1회 말 공격 때 원 아웃 이후 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그가 물꼬를 턴 찬스는 1사 만루로까지 이어졌다. 그대로 득점에 성공했다면 1회 초 3실점한 암울한 분위기를 그대로 떨쳐버리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었던 절호의 기회. 하지만 3루 주자였던 조성환은 찰나의 순간에 두 번의 실수를 저지르며 롯데의 추격 모드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타석에 있던 5번 타자 박종윤은 이용찬의 5구를 받아쳐 외야로 날아가는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그 타구는 두산 우익수 임재철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고, 태그업을 시도한 조성환은 임재철의 정확한 송구 때문에 아웃되고 말았다. 얼핏 보면 단순히 롯데의 운이 나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과정에서 조성환이 두 번이나 본헤드 플레이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루 주자는 곧바로 득점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인 만큼 타구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타구 판단에 따라 취해야 할 행동도 정해져 있다. 당시 상황은 1사 만루, 만약 땅볼 타구였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홈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야 한다.

 

하지만 박종윤의 타구는 누가 봐도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는 뜬 공이었다. 그렇다면 3루 주자는 일단 3루 베이스로 돌아와야 한다. 3루 주자가 미리부터 그 타구가 안타성이냐 아니냐는 판단할 필요조차 없다. 무조건 3루 주자는 베이스로 돌아와 그 타구가 잡혔을 때를 대비해 태그업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그 타구가 그대로 안타가 된다면, 그때부터 천천히 홈을 향해 달려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성환은 이미 스타트를 끊고 3루에서 4~5미터 이상 리드해 있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음에도 말이다. 타구가 임재철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자 그제서야 아차싶었는지 베이스로 되돌아갔다. 여기까지가 바로 조성환이 보여준 첫 번째 본 헤드 플레이였다.

 

두 번째 실수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사람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잘못을 연달아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시의 조성환이 딱 그랬다. 만약 자신의 주루 플레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그대로 태그업을 포기하고 그냥 베이스에 붙어 있어야 했다. 자신의 실수로 1점을 얻지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2사 만루의 찬스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냉정함을 잃어버린 조성환은 홈으로 달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3루 주루코치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 이미 그들의 머리 속에 타구를 잡은 임재철이 8개 구단 3루 코치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최고의 외야수라는 사실은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결국 조성환은 임재철의 정확한 송구 앞에 홈 플레이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아웃됐고, 롯데의 반격 찬스는 그대로 끝이 나고 말았다. 조성환의 첫 번째 실수로 인해 롯데는 1점을 손해 봤고, 두 번째 실수는 만루 찬스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후의 경기 양상이 어땠는지를 감안하면, 1회 말 공격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롯데는 이날 1회와 4, 두 번이나 3루 주자가 아쉽게 횡사했다. 4회 전준우의 경우는 과욕이 부른 참사라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라도 있지만, 조성환의 경우는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처럼 2개의 안타를 때려냈고, 수비에서도 실수를 범하지 않았지만, 그 한 번의 주루 플레이가 남긴 인상은 이후 조성환의 다른 플레이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조금만 더 냉정했더라면 자신의 방망이로 만든 찬스를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는 장면이었다.

 

공교롭게도 2010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 당시에도 조성환은 1회 말 공격 때 2타점 적시타를 치고 나간 후 홍상삼의 견제구에 걸려 어이없게 2루에서 횡사한 적이 있다. 롯데 팬들은 그때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았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팬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조성환이 4차전에서는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양승호 감독은 끝까지 조성환을 믿고 4차전에서도 주전으로 기용할 것인가? 확실한 건, 이젠 정말 남아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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