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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이야기

카스포인트가 내년에 보완해야 할 점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2. 11. 4.

2012년 프로야구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한다. 야구 전문 전업 블로거로서 야구 시즌의 종료는 당분간 백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와 더불어 달콤한 휴식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 이제 곧 스토브리그 휴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 시즌 내내 이 블로그에서는 카스포인트(Cass Point)’와 관련된 포스팅을 일주일에 2번씩 해왔다. 그쪽에서 의뢰를 받은 이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한국형 세이버매트릭스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그와 관련된 포스팅은 즐거운 일이었다.

 

카스포인트란 쉽게 말해 각종 기록에 대해 그에 합당한 포인트를 부여해, 그 총점으로 선수의 랭킹을 매기는 것이다. 야구가 기록의 스포츠인 만큼 이런 포인트제 랭킹의 도입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수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객관적인 기록지표는 야구를 연구하는 통계학자들의 오랜 꿈이다. 미국에는 야구를 통계적인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는세이버매트릭스라는 분야가 이미 정착되어 있으며, 그것을 연구하는 이들을세이버매트리션이라 부른다. 따라서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고 통합하여 순위를 매길 수 있게 한 카스포인트 랭킹의 도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고, 올해로 2년째를 맞이했다.

 

올해의 카스포인트는 작년보다 진화했다

 

지난해 카스포인트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평가항목은 타자 20, 투수 12개로 총 32개 부문이었다. 타자의 경우 홈런(50), 3루타(30), 2루타(20), 결승타(20), 단타(10), 타점(10), 도루(10), 득점(5), 볼넷(5), 몸에 맞는 공(5), 희생플라이(5), 희생번트(5), 삼진(-5), 삼진과 병살 외의 아웃(-5), 도루실패(-5), 주루사(-5), 견제사(-5), 병살(-10), 실책(-10), 포일(-10)까지 20. 투수 부문은 승리(100), 세이브(40), 홀드(20), 이닝(10), 삼진(10), 피안타(-3), 4사구(-5), 보크(-5), 폭투(-5), 피홈런(-10), 자책점(-10), 패전(-20)까지 12개 부문에 대해 점수를 매겼다.

 

2년째가 된 올해는 몇 가지 항목이 추가되거나, 배점의 변동이 있었다. 타자 부문의 경우는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항목이 적었던 투수 부문은 실점(-5), 선발승(25), 완봉(25), 완투(25), 블론세이브(-25), 블론홀드(-25), 터프세이브(50) 7개 항목이 추가됐고, 피안타(-5), 세이브(50), 홀드(25), 패전(-25) 항목의 배점이 바뀌었다.

 

작년의 경우는 선발승과 구원승의 배점이 똑같이 100점이었지만, 올해는 선발승에 25점이 추가되면서 차리를 뒀다. 또한 블론세이브(홀드)에도 점수를 부여하면서 구원투수들이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터프세이브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 구원승과 동일한 점수를 얻을 수 있게 한 것 역시 발전된 부분이다.

 

카스포인트의 신뢰도를 높이고, 객관적인 지표로의 발전을 위한 관계자들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올해의 평가 항목이나 그에 대한 배점이 100% 만족스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년의 카스포인트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보기에 편안하고 계산하기 쉬운 방향으로의 진화

 

카스포인트에는 ‘1루타(단타)’ 10점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KBO 홈페이지에서 한 타자가 기록한 단타의 수를 알아보려면 안타-홈런-3루타-2루타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굳이 단타는 10, 2루타는 20, 3루타는 30, 홈런은 50, 이렇게 배점을 해놓을 이유가 있을까? 그냥 전체 안타수에 10점을 부여한 후, 2루타는 10, 3루타 20, 홈런 40점으로 해놓는 것이 계산하기에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결과는 같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후자가 훨씬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삼진과 아웃(타수-안타-삼진-병살)을 굳이 구분해놓는 이유도 알 수 없다. 그냥 전체 아웃(타수-안타) -5점을 부여하고, 병살에는 -5점을 중복하여 적용시킨다면 간단한데, 굳이 삼진과 아웃을 구분해놓으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 간단하면서도 신뢰도 높은 평가지표를 만들고자 한다면, 유저들 스스로가 계산하기 쉽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투수 부문에서는 이미 승리, 선발승, 완투, 완봉이 각각 중복적용 되도록 되어 있고, 실점과 자책점의 관계도 그러하다. , 선발투수가 완봉승을 거두면 총 175(승리100+선발승25+완투25+완봉25)을 얻게 되고, 투수가 허용한 점수가 자책점일 경우 -15(실점-5+자책-10)이 감점된다. 4사구(볼넷+몸에 맞는 공)의 경우 투수 부문에는 합쳐져 있고, 타자 쪽에는 나뉘어 있는데, 이 또한 하나로 통일(기왕이면 4사구로)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투수 부문에서 꼭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이닝항목의 배점(10)이다. 한 이닝을 3아웃으로 이루어지며, 때에 따라선 ⅓, 혹은 이닝만 던지고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카스포인트 측에서는 이럴 때 각각 3점과 7점으로 계산하여 점수를 내는데, 결국 계산하기에 어려움을 더할 뿐이다. 차라리 이 항목의 배점을 3의 배수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타자 항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각각의 아웃마다 5점씩, 이닝당 15점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올 시즌 투수 부문 카스포인트 1,2위는 오승환(3,172)과 박희수(3,100)였는데, 투구이닝의 배점이 15점이었다면 자타가 공인하는 올 시즌 최고 투수 브랜든 나이트(3,002) 3위로 밀려나는 황당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정밀하고 형평성 있는 방향으로의 발전

 

팀이 3-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 등판해 3개의 4사구를 허용하는 X줄 타는 피칭을 선보였지만, 끝내 3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 A. 선발로 등판해 8회까지 퍼펙트 피칭(삼진 5)을 펼쳤지만, 9회 들어 볼넷과 끝내기 홈런을 연달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되고만 투수 B가 있다고 치자.

 

A가 얻는 카스포인트는 총 75(세이브 50, 이닝 10, 삼진3 30, 4사구3 -15)이다. B가 획득한 카스포인트는 55(이닝 80, 삼진 5 50, 피안타 -5, 4사구 -5, 피홈런 -10, 실점 -10, 자책점 -20, 패전 -25)이다. 과연 A B보다 뛰어난 피칭을 펼쳤다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동점인 상황에서 등판해 1이닝을 모두 범타로 막고 내려간 투수 C의 경우, 이어진 공격에서 곧바로 팀이 점수를 내준 덕분에 승리투수가 되면 무려 110(승리 100, 이닝 10)의 카스포인트를 얻게 된다.

 

이는 승리라는 항목에 대한 배점이 너무 크고, ‘삼진역시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야구팬들은 승리라는 기록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다승보다는 평균자책점이나 WHIP, 그리고 투구이닝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하지만 카스포인트에서는 승리에 대한 배점이 너무나 크다. 게다가 구원승(100)과 선발승(125)의 차이가 고작 25점에 불과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지금과 같은 배점 방식 보다는 선발승(75)과 구원승(50)을 구분하고, 퀄리티스타트(50)라는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 팬들은 이미 퀄리티스타트(QS)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고, QS에 성공한 승리와 QS에 실패한 승리 간에는 분명한 가치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와 더불어 터프세이브의 배점 역시 무려 50점이나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선발투수가 완봉승을 거뒀을 때 추가로 주어지는 점수가 50(완투 25, 완봉 25)인데, 터프세이브가 그와 같다는 건 완봉승의 가치를 너무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25점 정도로 조정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타자 부문의 경우 홈런과 타점, 득점의 배점은 적어도 지금보다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포수에게만 적용되는 포일이란 항목은 없애는 편이 좋다고 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이러한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 내년에 적용되었으면 싶은 카스포인트의 배점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배점을 적용한 올 시즌 투수와 타자의 뉴 카스포인트 랭킹은 아래와 같다. 순위 옆 괄호 안 숫자는 기존 카스포인트 랭킹이다.

 

아직도 카스포인트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선 많은 보완과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서 언급한 것은 그 일부분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팬들의 많은 조언과 지속적인 격려가 필요하다. 너무나 복잡한 세이버매트릭스와 다른, 간단하면서도 공신력 있는 지표로 카스포인트가 발전해가길 기대해 본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카스포인트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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