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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Daum 칼럼

너무 많이 달라진 롯데, 올해 정말 괜찮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3. 1. 24.

2013년을 맞이하는 롯데 팬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직 야구 시즌이 시작하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지금도 밤이 되면 부산의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는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전력약화를 걱정하는 팬들의 탄성 소리로 가득하다.

 

롯데는 지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1년의 롯데와 2012년의 롯데는 팀 컬러부터가 전혀 다른 팀이었고, 올해 역시 또 한 번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에 적합하느냐다. 팬들 중에는 롯데의 연속 4강 진출이 올해 멈출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홍성흔-김주찬의 이탈

 

롯데는 2010년과 2011 2년 연속 리그 득점 1위였던 팀이다. 그것도 그냥 1위가 아니라 2위와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는 독보적인 타력의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득점 공동 꼴찌로 주저앉으면서 힘든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이대호라는 타자가 팀 타선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런데 롯데는 이번에도 FA 시장에서 홍성흔과 김주찬이라는 두 명의 타자를 떠나 보냈다. 한 명은 중심타선의 중추였고, 다른 한 명은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였다. 타력 최하위의 팀이 또 다시 핵심 타자 둘을 잃었으니 걱정이 되는 것도 당연지사.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최대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롯데는 한화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스나이퍼장성호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3년 동안 뚜렷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지만, 그 이름값만큼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지명타자만 가능한 홍성흔에 비해 1루와 외야 수비도 간간히 가능하다는 것은 장성호의 장점. 그가 롯데에서 재기에 성공한다면 홍성흔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김주찬이다. 김주찬은 지난 5년 동안 3할의 타율과 188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만한 능력을 갖춘 리드오프는 리그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저 기동력을 잃어버린 다는 것은 홈런이 줄어든 만큼 세밀한 야구에 좀 더 치중해야 하는 롯데의 현 상황에서 더욱 뼈 아픈 손실이다. 이승화, 정보명, 황성용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타석과 루상에서의 김주찬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덕장김시진 감독, 강팀 이끄는 면모 보여줄까?

 

올해 롯데의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양승호 감독이 물러나고 김시진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했다는 점이다. 퇴임 이후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긴 했지만, 어쨌든 양승호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공로와 실적이 있는 감독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후임이라는 이유로 양승호 감독이 부담을 느꼈던 만큼, 김시진 감독 역시 같은 부담감을 떠안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덕장이다. 프로야구계에서 가장 안티가 적은 인물 중 한 명이고, 팬들 역시 그의 인품에 감동한 적이 많다. 그러나 지금 김시진 감독이 입고 있는 유니폼은 야구계에서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롯데의 유니폼이다. 더욱이 지금의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토대 속에 우승을 노리는 상황. 지금 롯데에 필요한 건 덕장이 아닌 우승청부사.

 

팬들의 관심은 과연 김시진 감독이 강팀을 우승으로 이끌 만한 능력이 있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 김시진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성향과 인품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지만, 팀을 이기게 만드는 능력에 있어서는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 현대와 넥센 시절에는 팀 사정 자체가 워낙 안 좋았었기에 성적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덜했기 때문이다.

 

김시진 감독은 아직 사령탑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러본 경험이 없다. 코치로서는 수 차례나 우승을 맛봤지만, 정작 감독으로 이뤄낸 건 정규시즌 6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팀 상황과 지닌바 전력에 비하면 그것도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도 있지만, 약팀을 중위권으로 올려 놓는 것과 상위권 팀을 우승을 이끄는 건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시진 감독은 넥센 시절 다른 팀의 팬들로부터는 존경과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상당수의 넥센 팬들로부터는 그 자질을 의심받아 왔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반드시 잡는 승부사적 기질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롯데가 바라는 건 바로 그 승부사적 기질이 있는 감독이다. 김시진 감독은 과연 그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예비역 선수들의 가세

 

주력 선수들이 빠져 나가고 감독이 바뀐 변화의 시기에서 그나마 힘이 되는 일이 있다면 그건 국방의 의무를 마친 예비역 선수들의 가세다.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조성환, 이재곤, 최대성 등 예비역 선수들이 팀에 큰 보탬이 되어 좋은 성적의 발판이 되곤 했다. 올해 역시 눈에 띄는 3명의 선수가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돌아올 예정이다.

 

무엇보다 주전 유격수 박기혁의 복귀가 반갑다. 그 동안 문규현이 잘해줬지만, 방망이 솜씨만큼은 박기혁이 한 수 위인 것이 사실이다. 돌아온 박기혁이 경험을 쌓은 문규현과 경쟁을 펼친다면 유격수 포지션이 한층 든든해지는 것은 물론, 내야진 전체에도 공-수에 걸쳐 좀 더 여유 있는 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항상 류현진과 함께 그 이름이 거론되는 나승현은 올해 롯데가 내심 기대하고 있는 히든카드다. 경찰청에서 복무한 나승현은 지난해 17세이브를 기록, 퓨쳐스 북부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평균자책점(4.68)은 다소 높은 편이었지만, 마무리 경험을 쌓은 사이드암 나승현이 지난해의 최대성처럼 불펜의 한 축을 맡아준다면 롯데의 지키는 야구는 한층 더 단단해질 것이다.

 

2009년 공동 다승왕이자 그 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팬들에게 10년만의 포스트시즌 승리를 맛보게 해줬던 조정훈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복무하는 동안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후반기 합류를 목표로 재활에 힘쓸 예정이다. 조정훈이 예전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느냐는 비단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 롯데의 행보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투수진은 더 나아졌지만

 

롯데는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김승회를,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KIA에서 홍성민을 받아왔다. 둘 다 즉시전력감의 선수라는 점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김승회는 당장 롯데의 5선발을 맡겨도 될 만큼 지난해 좋은 성적(6 7 4.04)을 거뒀던 선수고, 홍성민 역시 지난해 KIA에서 신인치고 상당히 좋은 기록(48경기 56이닝 3.38)을 남겼다.

 

지난해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활약해준 쉐인 유먼과의 재계약에도 성공했고, 송승준과 이용훈은 올해 더 좋은 성적을 바랄 수 있는 투수들이다. 새 외국인 선수 스캇 리치먼드는 제구력이 뛰어난 편이라 사도스키보다 안정감 있는 피칭이 기대된다. 지난해 막강했던 불펜 역시 홍성민, 나승현 등의 합류로 더 강해졌으며, 올해에는 정대현이 풀타임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지난 5년 동안 롯데가 매번 가을잔치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은 항상 투-타가 불균형을 이뤘기 때문이었다. 2011년까지는 부실한 불펜이 늘 발목을 잡았고, 작년에는 갑자기 강해진 투수력에 비해 리그 꼴찌로 내려앉은 타선이 힘을 보태주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하다. 투수진은 더 잘해줄 확률이 높지만, 김주찬이 빠진 타력에서의 공백은 딱히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전준우와 손아섭 등이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여주지 않는 한, 롯데는 올해에도 부실한 타선 때문에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김시진 감독이 투수진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4강 진출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우승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멀어 보이는 것이 사실. 팬들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사실 롯데는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좌안 에이스 장원준과 백업 포수 장성우가 예비역으로 합류하기 때문. 강민호를 잔류시키고, FA 시장에서 정근우나 최정 등 굵직한 타자를 1~2명 붙잡는데 성공한다면 2014년에는 대권에 도전할만한 충분한 힘과 경험을 지닌 팀이 될 수 있다.

 

롯데는 당장 올 시즌부터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뒤돌아보지 않고 달릴지, 아니면 내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년 후를 기대하며 올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투자할지, 그 선택부터가 중요하다. 20년 동안 우승을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장기적인 계획 속에 착실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승으로 가는 길은 늘 험난하기만 할 수도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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