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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10피안타’ 류현진, 완봉승 커쇼와 달랐던 점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3. 4. 3.

코리언 몬스터류현진(26, LA 다저스)의 데뷔전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개막 2차전 선발의 중책을 안고 등판한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것은 긍정적인 성과이나, 무려 10개의 안타를 맞으며 경기 내내 위기를 맞았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류현진은 한국시간으로 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 1사까지 10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7회 들어 유격수 저스틴 셀러스의 실책 2개가 나오는 바람에 실점이 늘어났을 뿐, 자책점은 1점뿐이었다. 이만하면 빅리그 첫 등판치곤 성공적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안타를 10개나 맞았다는 점은 불안요소로 남았다. 3번의 병살을 유도하고 5개의 탈삼진을 곁들인 덕분에 실점을 최소화했을 뿐, 6회를 제외하면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불안한 피칭이 계속됐다. 피안타율이 무려 4할에 이른다. 10개의 안타 가운데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

 

류현진은 단 하나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고, 투구수도 80개에 불과했다. 스트라이크-볼 비율도 55-25로 아주 좋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잘 던져서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기 보단,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해준 덕분이란 인상이 짙은 투구내용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왔다. 그 적극적인 타격 때문에 류현진이 많은 안타를 허용했고, 또 반대로 병살을 유도해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은 돋보였지만, 한국보다 한 타이밍 빠른 빅리그 타자들의 타격 스타일에는 애를 먹었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개막 시리즈는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특히, 개막전과 류현진 등판경기를 모두 시청한 팬들이라면 리그 최정상급 좌완 선발투수 2명의 피칭을 인상 깊게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한 명은 개막전 완봉승의 주인공인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5), 다른 한 명은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매디슨 범가너(24).

 

소속이 다른 범가너는 그렇다 치더라도, 류현진과 한 팀에서 뛰고 있는 커쇼의 피칭은 다시 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커쇼는 2년 연속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등 랜디 존슨과 요한 산타나의 뒤를 이어 현재 리그에서 가히 독보적인 좌완으로 인정받는 최정상급 에이스다.

 

개막전에서의 커쇼는 패스트볼(직구)과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9회까지 단 4안타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농락했다. 94개의 투구수 가운데 패스트볼이 49, 슬라이더가 27, 커브가 18개였다. 경기 초반에는 패스트볼 위주로 볼 배합을 가져가며 상대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고, 후반으로 가면서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하는 능숙한 경기 운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커쇼의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150km/h였다. 최고 153km/h까지 나왔고, 가장 느린 패스트볼도 147km/h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리그 최고 투수다운 스피드. 최고 142km/h까지 나온 슬라이더의 평균 스피드도 137km/h로 아주 훌륭했다.

 

반면 3일 경기에서 50개를 던진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km/h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고 구속은 148km/h까지 나왔지만, 이닝이 거듭되자 힘이 떨어졌는지 135km/h짜리 패스트볼도 서너 차례 나왔다. 23개 던진 체인지업의 평균구속은 130km/h 안팎에서 일정하게 유지됐지만, 상대적으로 패스트볼의 구속 편차나 위력이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제구력에 있었다. 개막전에서의 커쇼는 대부분의 공을 타자들의 무릎 아래 쪽으로 제구하며 상대 타자들의 범타를 유도했다. 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커쇼가 완봉승을 거둔 경기에서 삼진이 7개에 불과(?)했다는 건 그만큼 제구에 신경쓰며 맞춰 잡는 피칭을 했다는 뜻. 결과도 아주 좋았다.

 

하지만 류현진의 공은 대부분 다소 높게 형성됐다. 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다소 높게 형성되면서 많은 안타를 맞았다. 안타 맞은 구질을 살펴보면 패스트볼이 4, 체인지업이 4, 그리고 커브가 2번이었다. 제구가 조금만 낮게 형성되었다면 투구내용은 완전히 달랐을 지도 모른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범가너(8이닝 2피안타 무실점 승) 역시 커쇼와 마찬가지로 제구를 낮게 가져가며 다저스 타선을 요리했다. 제구가 높게 형성되면 두들겨 맞는다는 건 어느 리그나 마찬가지. 10개의 안타 중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데서 류현진의 남다른 구위를 느낄 수 있지만, 제구가 낮게 이뤄졌다면 피안타 자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판 괴물의 메이저리그 도전기. 그 첫 등판은 희망요소와 불안요소를 모두 드러내면서 끝났다. 1패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아직 류현진에게는 기회가 많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우면서 진화하는 괴물의 향후 행보를 기대해 본다.

 

// 카이져 김홍석

 

☞ 이 글은 <데일리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P.S. 류현진은 경기 도중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그 이유는 안타를 많이 맞아서가 아니라, 타격 후 1루를 향해 열심히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뛰기는커녕 걷는둥 마는둥 하다 아웃 됐고, 다저스 홈팬들은 그런 류현진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일단 타석에 서는 이상 투수니까 최선을 다해 뛰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더욱이 류현진은 그곳에서 베테랑이 아닌 신인 신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루키를 달갑게 바라보는 팬은 없다. 류현진의 피칭은 실망스럽지 않았지만, 1루를 향한 열정이 상실된 그의 주루 플레이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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