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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Daum 칼럼

추신수의 불 붙은 방망이, 어느 정도 레벨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3. 4. 23.

추신수의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개막 이후 한 경기도 빠짐없이 출루행진을 이어가더니, 최근 2경기에선 무려 11번이나 출루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어느덧 추신수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26)를 때린 선수가 됐고, 타율 순위에서도 3(.382)에 올랐다.

 

현지 언론에서도 놀라움을 표할 정도로 올 시즌 추신수의 타격은 놀랍다. 메이저리그 30개 팀의 1번 타자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 그렇다면 현재 추신수의 타격 성적은 과연 어느 정도 레벨일까? 지금부터 자세히 한 번 살펴보자.(모든 기록은 한국시간으로 22일 기준)

 

최다안타-출루율 1

 

추신수는 팀이 치른 19경기 중 한 경기를 뺀 18경기에 선발출장해 68타수 26안타, 타율 .382를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 최다 안타 1, 타율 3위에 올라 있다. 17개의 득점은 공동 2, 그리고 1번 타자의 최고 덕목이라 수 있는 출루율(.523)은 팀 동료 조이 보토(.522)를 제치고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추신수는 18경기에서 11개의 볼넷을 얻어냈고, 9번이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11개의 볼넷도 적은 편이 아니지만, 9개의 사구는 양대리그를 통틀어 압도적인 1. 추신수 다음으로 많이 맞은 케빈 유킬리스(4, 뉴욕 양키스)보다도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추신수가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강점은 투수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현재 추신수는 투수로 하여금 타석당 4.2개의 공을 던지게 하고 있다. 이는 추신수 개인의 통산 평균(3.99)을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리그 9위에 해당하는 기록. 이런 1번 타자의 팀 공헌도는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더 이상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현재의 추신수는 양대리그를 통틀어 가장 위협적인 1번 타자다. 그리고 현재 추신수의 가치는 단순히 1번 타자들과의 비교 우위에서 그치지 않는다.

 

MLB는 장타력 있는 1번 타자가 대세

 

추신수가 지금까지 기록한 도루는 2. 추신수 개인으로 보면 평소와 별 다름 없는 페이스지만, 한 팀의 1번 타자로는 그다지 많은 편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추신수가 활약하고 있는 곳은 메이저리그, 한국과 일본에서는 1번 타자가 자주 출루해서 도루를 많이 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여기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출루율은 어느 리그나 마찬가지로 1번 타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지만, 메이저리그의 경우 추신수처럼 장타력을 겸비한 1번 타자라면 도루 숫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추신수는 현재까지 3개의 홈런과 3루타 1, 2루타 6개 등 총 10개의 장타를 기록 중이고, 이는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수치이자 팀 내 1위다.

 

리키 핸더슨(통산 297홈런 1406도루)과 크레이그 비지오(291홈런 414도루) 등이 등장한 이후, 메이저리그는 장타력 있는 1번 타자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49개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었다. 하지만 트라웃이 최고의 1번 타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도루 개수 때문이 아니라 30개의 홈런 덕분이었다. 만장일치로 신인왕을 수상한 트라웃이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도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현재 추신수는 .632의 장타율을 기록 중이고, 이는 내셔널리그 9위다. 팀 내에서는 1. 이처럼 장타력이 뛰어난 추신수가 1번 타순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신시네티는 리그에서 2번째로 높은 경기당 평균득점(5.58)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 쓸만한 1번 타자감이 없어 고전했던 신시네티에게 추신수는 마지막 퍼즐이었던 셈.

 

리그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타자

 

박찬호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90년대 후반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개인 기록을 평가하는 잣대가 많이 달라졌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타율보다 OPS(출루율+장타율)가 타자를 평가하는 훨씬 더 중요한 지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 중인 추신수의 현재 OPS 1.155, 워싱턴의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1.169)에 이은 리그 2위다. 현재 1.000 이상의 OPS를 기록 중인 12명의 타자는 추신수를 제외하면 모두 각 팀의 중심타선에 포진된 선수들. 그 속에서 1번 타자 추신수의 존재감은 유독 돋보인다.

 

야구 스탯을 좀 더 깊게 파고드는 세이버매트릭스의 항목에는 ‘RC(Runs Created)’라는 것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해당 선수가 만들어낸 득점이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추신수는 이 RC에서 22.5를 기록해 팀 동료 조이 보토(19.2)를 비교적 큰 격차로 따돌리고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신시네티가 기록한 104득점 가운데 20% 이상이 추신수의 활약으로 인한 점수란 뜻이다.

 

RC를 활용한 ‘RC27(Runs Created Per 27 Outs)’이란 기록도 있다. 27아웃당 득점 생산력이란 뜻이다. 그리고 추신수는 바로 이 RC27 항목에서도 14.12의 높은 수치로 당당히 내셔널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1번부터 9번 타자까지가 모두 추신수라면, 9이닝 당 14.12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리그 2위 루카스 두다(11.90, 뉴욕 메츠)와의 차이도 꽤 크다.

 

이처럼 추신수는 1번 타자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내셔널리그의 모든 타자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시즌 초반이긴 해도, 어쨌든 현재까지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타자는 추신수다.

 

FA 대박 예감, 1억 달러가 보인다!

 

추신수의 현재 성적을 풀타임으로 환산하면 26홈런 77타점 145득점 17도루가 된다. 물론 추신수가 지금과 같은 좋은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고 보긴 어렵다. 언젠가는 일시적인 슬럼프가 찾아올 테고, 지금 기록 중인 놀라운 비율스탯(.382/.523/.632)도 조금씩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 그리고 20개 이상의 홈런과 120득점을 동시에 달성할 가능성은 꽤나 높아 보인다. 그리고 만약 이 정도 성적을 거두게 되면 올 시즌 종료 후 FA를 앞두고 있는 추신수의 몸값은 상상 이상으로 치솟을 수도 있다.

 

추신수는 이미 2009년과 2010년에 2년 연속으로 3-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2011년에는 구설수와 부상에 시달리며 부진한 한 해를 보냈지만,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한 작년에도 거의 그에 준하는 기록을 냈었다. 그런 추신수가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면서 FA 시장을 두드린다면 그를 탐낼 팀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특히, 3할 타율과 4할대의 출루율, 그리고 20홈런-20도루가 가능한 추신수는 1번부터 5번까지 어느 타순에 가져다 놓아도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경우 각 팀의 중심타자급은 대부분 연평균 1500만 달러 이상의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편이다. 실제로 추신수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 중에도 그 이상의 대우를 받은 예가 적지 않다.

 

이미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추신수가 FA가 되면 총액 1억 달러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약 기간이 6~7년 이상 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더불어 생애 첫 올스타전 출장과 포스트시즌 진출도 노려볼만하다. 추신수는 올 시즌은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 김홍석 [사진출처=O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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