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칼럼 김홍석의 야구타임스]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한지도 벌써 한 달이 흘렀다. 지난 한 달 동안 프로야구계 최대의 화두는 ‘양극화 현상’이었다. 각 팀 별로 20~21경기를 치른 현재 1위 두산-KIA와 최하위 NC의 승차는 벌써 10.5게임, 8위 한화와도 9.5게임이나 차이나 난다. 반면, 공동 3위 삼성-넥센의 승률은 무려 6할5푼이다.
5할 승률이 4강 진출의 기준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 1위 두산부터 5위 LG(12승 9패 .571)까지는 그 순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 개막 한 달이 지난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의 현 주소를 진단해보자. 이번에는 문제의 한화-NC를 포함해 5할 이하의 승률을 기록 중인 네 팀을 살펴본다.
▲ 6위 롯데 9승 1무 10패(.474) 81득점-96실점
개막과 동시에 한화와 NC를 상대로 5연승을 달렸지만, 이후의 15경기에선 4승 1무 10패. 한화를 제외한 기존 구단과의 대결에선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의 문제는 기존의 약점을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지난 시즌의 강점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는 이대호를 떠나보낸 작년에도 이미 한화와 더불어 득점 꼴찌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성흔과 김주찬마저 떠나갔고, 예상대로 리그에서 가장 적은 홈런(4개)과 7번째로 저조한 득점력(경기당 평균 4.05점)을 기록 중이다. 정확도, 파워, 찬스에서의 집중력 등 전반적인 면에서 한화를 제외한 기존구단과의 비교에서 뚜렷한 열세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지난해 2위에서 6위로 떨어진 팀 평균자책점(4.22)이다. 선발진은 유먼-송승준이 건재한 가운데 고원준이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면서 구색을 갖췄지만, 지난해 삼성과도 견줄만했던 최고 수준의 불펜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정대현이 등판 때마다 난타당하며 2군으로 내려간 것은 심각한 타격.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6번의 블론세이브가 롯데 불펜의 현주소다.
그나마 김대우의 타자 전향이 성공적이고, 김문호의 성장은 큰 수확. 전준우와 강민호의 장타력이 되살아난다면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무언가 뚜렷한 변화가 있지 않고 지금의 상태가 이어진다면, 롯데의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은 ‘5년’에서 멈출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포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 Best : 타율 2위(.378)-최다안타 1위(28개)의 손아섭. 1개 뿐인 홈런 수를 좀 더 늘리고, 득점권 타율(.313)을 끌어올린다면 팀 타선의 중심으로 손색이 없다.
- Worst : 김시진 감독. 작년에 위력을 발휘한 불펜이 현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감독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코치 시절의 김시진은 ‘투수조련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감독이 된 이후의 그는 매년 투수교체 타이밍 때문에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 7위 SK 9승 1무 11패(.450) 86득점-88실점
지난해 정규시즌 2위이자 한국시리즈 진출팀인 SK의 현재다. 팀 홈런은 16개로 3번째로 많지만, 정작 득점은 9개 구단 중 6위. SK보다 팀 타율(.240)이 낮은 팀은 NC(.238)가 유일하다. 최정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7개)과 타점(26개)을 생산하고 있고, 이명기라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했음에도 SK 타선의 날카로움은 예년만 못하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SK의 조조 레이예스와 크리스 세든은 실력 면에서 9개 구단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희상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김광현이 더해진 선발진은 리그 최고를 노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데 오랫동안 SK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었던 불펜이 붕괴됐다.
21경기에서 SK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3.30, 불펜은 5.90이다. 정우람이 입대하고 박희수가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하자, SK 불펜에는 왼손투수가 사라졌다. 왼손 투수의 부재는 기존의 잘 던지던 오른손 투수들까지 두들겨 맞는 악순환으로 이어졌고, 더 이상 SK 팬들은 경기의 후반부를 안심하고 지켜볼 수 없게 됐다. 넘치는 좌완 투수들을 앞세워 리그를 호령했던 SK가 맞나 싶을 정도.
예전에는 선발투수가 길게 던지지 못해도 불펜의 물량 공세로 승리를 지키던 팀이었는데, 이제는 선발이 길게 던져도 후반에 뒤집히기 일쑤다. 리그 최고의 좌완 셋업맨 겸 마무리인 박희수가 조만간 복귀할 예정인 만큼, 그 이후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SK가 지금부터 반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박정권, 조인성, 박재상, 김강민 등 침묵하고 있는 타자들이 ‘이기는 DNA’를 회복해야만 한다.
- Best : 최정! 홈런-타점 1위, 그리고 2번의 만루홈런. 최정의 폭발적인 타격이 아니었다면, SK는 훨씬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 Worst : 박정권. 2009년 이후 매년 성적이 하락하고 있는 박정권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190의 타율은 좀 심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박정권의 득점권 타율은 ‘제로(.000)’다.
▲ 8위 한화 4승 16패(.200) 59득점-135실점
4승 중 3승은 NC에게 거둔 것, 기존구단과의 경기에선 1승 16패로 절대적인 열세다. 총력전 끝에 NC와의 3연전을 모두 잡아내긴 했지만, 실질 전력에선 NC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온다. 팀 성적이 너무 나쁘니까 사정없이 꼬집지 못할 뿐, 김응룡 감독의 8~90년대식 투수운용은 혹사 논란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류현진의 공백’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엔 선수단 전체가 너무 부진하다. 김태균의 방망이는 여전히 위력적이고, 김경언과 이대수 등이 잘해주고 있지만, 현실은 경기당 평균 2.81득점으로 NC(3.19점)보다 못한 리그 꼴찌. 대타 성공률이 1할도 되지 않는 4푼5리란 점은 타자와 감독 중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해야 할까?
20경기에서 무려 115개의 4사구를 남발한 한화 투수진의 제구력은 ‘프로야구의 수준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팀 평균자책점(6.14)과 피안타율(.290), WHIP(1.64) 등도 리그에서 가장 나쁜 기록. 4번의 퀄리티스타트는 NC(8회)의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 바티스타가 선발진에서 외로이 버텨주고 있을 뿐, 나머지는 선발인지 ‘가장 먼저 등판하는 투수’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송창식이 시즌 초반부터 좋은 피칭을 하며 마무리의 중책을 맡았지만, 벌써 12경기에서 19이닝이나 던졌다. 앞으로도 이브랜드, 김혁민, 유창식 등 선발진이 제 몫을 못해준다면 애써 등장한 수준급 마무리 투수가 혹사 논란 속에 사라져갈지도 모른다. 이대로 계속해서 NC와 같은 선상에서 평가되는 것은 한화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일.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한, NC에게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Best : 송창식. 팀에서 3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1.4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한화의 4승은 모두 송창식의 마무리로 지켜졌다.
- Worst : 유창식. 못하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못했다. 4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7경기에 등판했음에도 고작 12⅓이닝만 소화했고, 21개의 안타와 더불어 무려 16개의 4사구를 남발했다. 매 이닝당 3명씩의 주자를 내보내고 있는 상황, 일단 만루 위기는 기본이란 뜻이다.
▲ 9위 NC 3승 17패(.150) 67득점-117실점
개막 후 7연패를 당했던 NC는 중간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한 후 다시 9연패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내용은 처음의 7연패와 다르다. 9패 1무를 기록한 10경기에서 3점 차 이내 승부가 7번이었을 정도로 쉽게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최근에는 이호준의 홈런포와 더불어 꾸준한 득점력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NC의 야구는 ‘뒷심부족’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초-중반까지는 접전 양상으로 진행되다가 막판에 불펜 난조나 야수 실책으로 경기가 뒤집히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경험이 약이 될 수도 있는 것. 시즌이 진행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첫 14경기에서 23번이었던 실책이, 최근 6경기에서는 4번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신생팀 NC의 입장에선 기대를 안고 영입한 3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제 몫을 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아쉽다. ACE 트리오로 불리는 아담(3패 5.20)-찰리(3패 4.66)-에릭(3패 7.11)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9패만 합작하고 있다. 투구내용도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 선수층이 얇은 NC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선 이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현실적으로 불펜이 약한 건 어쩔 수 없는 일. 고창성과 이승호의 부활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 Best :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호준. 타율(.225)이 낮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4개의 홈런과 20개의 타점, 그리고 3할6푼의 득점권 타율이 이호준의 존재가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 Worst : 외국인 투수 3인방. 팀이 그들에게 바란 건 득점지원이나 야수 실책과 관계없이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피칭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그 외부적인 요인에 너무나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출처=O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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