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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Daum 칼럼

류현진의 데뷔 시즌, 마쓰자카-다르빗슈 뛰어넘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3. 5. 26.

[Daum 칼럼 김홍석의 야구타임스]

 

코리언 몬스터류현진(26, LA 다저스)이 자신의 올 시즌 10번째 등판에서 시즌 5승째를 거뒀다. 한국시간으로 2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6피안타 4삼진 2실점의 호투로 팀의 9-2 대승을 이끌었다.

 

이번 승리를 통해 류현진은 자신을 향한 몇 가지 의혹을 날려버렸다. 데뷔 후 처음으로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며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고, 원정경기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특히 밀워키 타선이 좌완투수를 상대로 상당한 강점을 보이는 팀이었기에 그 피칭이 더 빛났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팀의 붙박이 선발투수는 보통 33~34경기 정도를 등판하게 된다. 따라서 10경기만에 5승을 따낸 류현진의 올 시즌 최종 승수를 단순하게 예측하면 16~17승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성적이다.

 

마쓰자카와 다르빗슈, 그리고 류현진

 

그렇다면 류현진에 앞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아시아 출신 최고 투수들은 첫 10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거뒀을까? 역시 류현진과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1년 앞서 메이저리그에 뛰어든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2007년 보스턴에 입단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다.

 

이들은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국내리그를 평정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데뷔 첫 해 나란히 15승 이상을 거두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역대 아시아권 선수들 가운데 포스팅금액과 연봉 총액을 합친 몸값에서도 다르빗슈와 마쓰자카가 1,2, 류현진이 3위다. 자연스레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마쓰자카와 다르빗슈의 데뷔 첫 해 성적을 살펴보는 것은 류현진의 올 시즌 남은 행보를 대략적으로나마 점 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일본인 투수가 잘했던 점은 본받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부분은 미리 경계하면 된다.

 

위의 표는 마쓰자카, 다르빗슈,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첫 10경기에 등판했을 당시의 성적과 해당 시즌의 최종 성적을 나타낸 것이다. 류현진의 경우 편의를 위해 일단 올 시즌 최종 성적을 30경기에 등판한 것으로 표시했다.

 

이닝 소화 능력은 마쓰자카가 제일 좋았다. 하지만 셋 중 가장 많은 안타를 맞으면서 평균자책점은 다소 높은 편. 그래도 보스턴의 강력한 타선의 지원 속에 첫 10경기에서 7승을 수확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다르빗슈는 셋 중 이닝 소화능력이 가장 떨어졌다. 이유는 61이닝 동안 35개나 허용한 볼넷 때문. 하지만 마쓰자카보다 훨씬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텍사스 타선의 지원까지 얻어가며 그 역시 첫 10경기 중 7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상대적으로 류현진은 저 둘의 중간지점에 있다. 마쓰자카나 다르빗슈에 비해 특별히 두드러지는 장점은 없지만, 약점도 없는 편. 마쓰자카보다 훨씬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며, 다르빗슈보다 안정된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다. 단점이라면 그 둘에 비해 경기당 투구수가 좀 적다는 것.

 

마쓰자카와 다르빗슈의 경우 데뷔 초반부터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고, 또 그 이후에도 꾸준히 경기당 투구수를 늘려갔다. 당시 미국 언론에서도 이들의 지구력을 칭찬했을 정도. 체력적인 면에 있어 의혹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던 류현진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마쓰자카는 2007년 당시 신인으로 200이닝-200탈삼진을 모두 달성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파워피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다르빗슈는 200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22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모두 시즌 중반 이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마쓰자카는 첫 10경기와 이후의 22경기에서 별 차이 없는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그러나 첫 10경기에서 7 2패였던 성적이 이후 22경기에서는 8 8패에 그쳤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볼넷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 그 결과 매 경기마다 불안한 피칭이 반복됐고, 끝내 평균자책점을 떨어뜨리는 데도 실패하고 말았다.

 

다르빗슈는 시즌이 거듭되면서 피안타율이 점점 낮아지고 볼넷의 비중도 조금씩 줄여갔다. 하지만 첫 10경기에서 3.25여던 평균자책점은 이후의 19경기에서는 오히려 4.21로 크게 높아졌다. 체력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면서 그것이 경기 내용으로 드러났기 때문. 다르빗슈의 경우 휴식과 부상 방지를 위해 로테이션을 건너 뛰는 일도 몇 차례 있었다.

 

이들이 겪은 시행착오는 류현진도 동일하게 겪을 수 있다. 앞으로 메이저리그 팀들은 류현진이란 투수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테고,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동거리와 많은 경기수는 류현진의 체력을 조금씩 갉아먹게 될 것이다.

 

현재로선 류현진의 최종성적을 단순한 산술적 계산을 통해 15승 이상이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지금까지와 같은 피칭을 앞으로도 계속 보여준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한 일. 마쓰자카와 다르빗슈의 경우를 보면 그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류현진은 분명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좋은 성적이 70% 이상 남아 있는 잔여 시즌까지 책임져주진 않는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만약 류현진이 모든 난관을 극복한다면?

 

류현진의 출발은 마쓰자카나 다르빗슈와 비교해 결코 부족함이 없다. 승수만 적을 뿐 투구내용만 놓고 보면 셋 중 가장 낫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쓰자카와 다르빗슈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그들과 같은 전철을 밟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이유다.

 

현재의 류현진은 투구내용과 어울리는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마쓰자카는 첫 10경기에서 투구내용에 비해 다소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었고, 이후에는 투구내용이 평균자책점을 따라 나빠졌다. 다르빗슈는 그 반대. 투구내용에 비해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었는데, 시즌이 진행될수록 평균자책점이 올라갔다.

 

만약 류현진이 지금의 투구내용과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33~34경기에 등판하게 되면 류현진은 마쓰자카와 마찬가지로 200이닝-200탈삼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다르빗슈와 마찬가지로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15승 이상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200이닝-200탈삼진-3점대 평균자책점의 동시 달성. 이는 류현진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에이스 중 한 명이 된다는 뜻과 같다. 작년에 저 4가지 기록을 모두 달성한 투수는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R.A. 디키와 데이빗 프라이스 등을 포함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7명이었다.

 

코리언특급박찬호도 전성기 시절이었던 2000년과 2001, 바로 저와 같은 기록을 2년 연속으로 달성하며 리그 최고 수준의 에이스로 인정받았었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이 기록을 달성한 것은 1996년의 노모 히데오(228.1이닝 234삼진 16 3.19)와 박찬호, 단 둘 뿐이다.

 

그렇다면 데뷔 첫해로 그 범위를 좁히면 어떨까. 매년 5~8명 가량 나오는 이 기록을 데뷔 시즌에 달성한 선수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정답은 ‘4이다. 메이저리그의 백 수십 년 역사상 데뷔 첫해에 15승과 200이닝-200탈삼진, 그리고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모두 달성한 투수는 단 4명뿐이었다.

 

피트 알렉산더(1911, 367이닝 227삼진 28 2.57), 허브 스코어(227.1이닝 245삼진 16 2.85), 마크 랭스턴(1984, 225이닝 204삼진 17 3.40), 그리고 드와이트 구든(1984, 218이닝 276삼진 17 2.60)이 그 주인공들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4, 그리고 1984년 이후로는 그러한 신인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1995년의 노모는 이닝(191.1)과 승수(13)가 부족했고, 마쓰자카는 평균자책점이 높았으며, 다르빗슈 역시 200이닝을 채우지 못했었다. 그런 만큼 류현진이 올 시즌 이 기록을 달성하게 되면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흥미롭게도 류현진은 경기 수가 적은 국내에서도 저 4가지 기록을 모두 달성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바로 신인왕과 리그 MVP를 동시에 수상했던 데뷔 시즌의 일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강렬했던 데뷔 시즌을 보냈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와 같은 일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코리언 몬스터의 행보를 지켜보는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 김홍석 (Daum 야구 칼럼니스트)

[사진제공=O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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