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선발 마운드에 선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다시 한 번 인상 깊은 호투를 펼쳐 보였다. 8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8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단 1점만을 내줬다. 동점 상황에서 내려와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은 2.72로 끌어내렸다.
안타는 6개를 맞았고, 볼넷은 하나만 내줬다. 112구 가운데 75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이 돋보였고, 체인지업의 위력 역시 대단했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일정하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피칭을 선보이며 애틀란타 강타선을 능수능란하게 제압했다.
다저스에서 자랑하는 두 명의 신인이 제 실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류현진은 선발로 등판해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고, 또 한 명의 ‘괴물 신인’ 야시엘 푸이그(23)는 6회 말 동점 솔로 홈런으로 류현진을 도왔다. 자신의 빅리그 5번째 경기만에 쏘아 올린 4번째 홈런. 경기장을 가득 채운 다저스 팬들은 두 신인의 활약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두 신인의 활약 속에 다저스는 연장 10회 말 1사 1,3루 찬스에서 상대 투수의 폭투로 결승점을 얻어 2-1로 승리했다.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한 12경기에서 다저스는 8승 4패의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팬들에게 ‘류현진이 나오면 이긴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기였다.
당초 이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은 몇 가지 의혹에 휩싸여 있었다. 열흘 만의 선발등판에서 컨디션 조절에 성공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리고 지난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애틀란타를 다시 만나 또 다시 고전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존재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국내에서 활약하던 시절 등판 간격이 길어지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한, 시즌 첫 등판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패배를 당했던 류현진은 같은 팀과의 재대결에서 또 다시 난조를 보이며 패전투수가 된 아쉬운 기억이 있다. 애틀란타는 지난달 18일 경기에서 류현진의 ‘연속 경기 6이닝 이상 투구’ 기록을 깬 팀. 걱정이 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 두 가지 의혹을 모두 떨쳐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번 만남에서는 5이닝 동안 볼넷을 5개나 내주며 고전했지만, 이번에는 정확한 제구력을 뽐내며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8회 2사 후 내야안타를 내주는 바람에 이닝을 마무리하진 못했지만, ML 데뷔 후 두 번째로 긴 이닝을 소화하며 지난 대결에서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5월 23일 밀워키전 이후 3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이닝이터’다운 면모를 보여준 류현진은 이제 팀 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투수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8회 2사 후 돈 매팅리 감독이 통역을 대동해 류현진의 의사를 물으러 마운드를 찾은 장면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라 하더라도 감독이 신인 투수의 의견을 물어보는 일은 흔치 않은 일, 그만큼 류현진의 팀 내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이번 경기의 호투를 통해 류현진은 발등 부상으로 한 경기를 건너 뛰었음에도 투구이닝(79⅓)과 탈삼진(73개)에서 리그 14위로 올라섰고, 평균자책점 순위는 1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다승은 11위. 내셔널리그 팀이 15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팀의 에이스로 전혀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류현진은 13일 ‘죽음의 20연전’의 마지막 경기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전망이다. 애리조나는 지난 4월 14일 데뷔 후 세 번째 선발등판에서 만나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2승째를 따냈던 상대. ‘코리언 몬스터’의 시즌 7승이 다음 등판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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