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또 다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7승을 향한 다섯 번째 도전에서 류현진은 잘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다.
한국시간으로 6월 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친 후 3-2로 리드한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물려줬다. 하지만 승리를 목전에 둔 9회 초 수비에서 야수들의 실책이 연거푸 나오며 동점을 허용했고, 그와 동시에 류현진의 승리도 허공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지난 5월 29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둔 후 5경기 연속 무승. 6월 한 달 내내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는 지독한 불운이 반복됐다. 그나마 팀이 이겨서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런 일. 하지만 한국 팬들의 탄식은 날로 커져만 간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할 당시, 그가 스스로 밝힌 올 시즌의 목표는 3점대 평균자책점과 두 자릿수 승리였다. 현재까지 류현진은 아직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6승(3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2점대(2.83)를 유지하고 있다. 이만하면 목표치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셈.
하지만 팬들은 지금의 승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류현진을 향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대치가 높아진 이유는 류현진이 그만큼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잘 하고 있는데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니 팬들이 느끼기에는 답답할 수밖에.
류현진은 한국의 ‘괴물’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16번의 등판 가운데 13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들이나 가능하다는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평균 투구이닝을 길게 가져가면서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에인절스와의 라이벌전에서는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던 일부 팬들조차도 류현진이 계속해서 좋은 피칭을 보여주자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미 다저스 팀 내에서 류현진의 위상은 시즌 개막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고, 현지 팬들 사이에서도 류현진을 향한 신뢰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언론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불운의 아이콘’이었던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11번째 등판이었던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6승째를 따낼 때만 하더라도 올 시즌 당장 15승 이상 거둘 것처럼 보였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승수는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올 시즌 16번의 선발등판 가운데 류현진이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에서 내려온 경기는 총 9번. 그러나 정작 류현진은 그 중 6경기에서만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불펜이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류현진의 승리를 날려버린 경우가 3번이나 된다는 뜻이다.
지난 5월 18일 애틀란타와의 경기에서는 셋업맨 파코 로드리게스가 저스틴 업튼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류현진의 승리가 함께 날아갔다. 지난 6월 13일 애리조나전에서도 4-3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겼지만, 이날이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던 크리스 위드로가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필라델피아전까지. 반대로 팀 타선의 도움 덕에 류현진이 패전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4월 21일의 볼티모어전이 유일했다. 팬들이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박찬호의 성공 이후 한국 출신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그들 중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는 박찬호와 김병현, 그리고 추신수 정도뿐.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빅리그 잔류’ 자체가 목표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현재 류현진을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시선은 자못 흥미롭다. 류현진이 매 경기 기복 심한 피칭을 반복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은 아니었을 것이다. 류현진이 꾸준히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에, 팬들은 그가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류현진은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그로 인해 팬들의 기대치는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류현진이 너무나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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