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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3승 ERA 1.93’ 류현진, 호투 비결은 선두타자 봉쇄!

by 카이져 김홍석 2014. 4. 18.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류현진(27, LA 다저스) 2주 전의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는 눈부신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시리즈 스윕을 막으면서 팀의 연패를 끊는 아주 의미 있는 승리였다.

 

류현진은 18(이하 한국시간) 새벽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의 빼어난 피칭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세 번째 승리(1)를 따낸 류현진은 리그 다승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시즌 평균자책점도 2.57에서 1.93으로 끌어내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5일 경기에서 류현진에게 2이닝 8실점(6자책)이란 데뷔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만든 상대다. 그런 팀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쳐 보이며 매디슨 범가너(4.1이닝 2실점 패)와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범가너는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던 팀의 에이스. 지난 홈 개막전에서의 악몽을 되갚아준 속 시원한 승리였다.

 

시작은 조금 불안했다. 1회 말 1사 후 헌터 펜스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이후 도루를 허용해 주자를 득점권에 두게 됐다. 하지만 이어진 3번 파블로 산도발과 4번 버스터 포지를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위기조차 느끼기 어려웠을 정도로 압도적인 피칭이 이어졌다. 5회까지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매 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그 중 1회의 펜스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2루 베이스를 밟아보지 못했다. 4개의 안타는 모두 단타였고, 한 이닝에 두 명의 주자를 내보낸 적도 없었다.

 

6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시점에서 류현진의 투구수는 97개였다. 모두가 교체를 생각하던 그 순간 7회 초 다저스 공격 때 류현진이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류현진은 7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하며 돈 매팅리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최종 투구수는 112, 올 시즌 처음으로 100구 이상을 소화하며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도 함께 보여주었다.

 

류현진이 이번 경기에서 특히 돋보였던 점은 선두타자와의 승부였다. 7회까지 던지는 동안 단 한 번도 선두타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이것이 지난 경기에서 그를 괴롭혔던 상대를 실점 없이 막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지난 대결에서 승부를 서두르다 많은 안타를 맞았던 만큼, 이번 경기에서의 류현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특히 선두타자와의 승부는 더 신중하게 가져갔다. 그로 인해 투구수가 평소보다 많았지만, 그것이 결국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당초 주전 포수 A.J. 엘리스의 부상 공백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였으나, 실전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었다. 엘리스의 자리를 대신한 팀 페데로비치와의 호흡도 아주 좋았다. 뿐만 아니라 페데로비치는 2회 초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류현진을 도왔다.

 

그러나 다저스 불펜진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지난달 31일 샌디에고전에서 2점 홈런을 맞고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던 셋업맨 브라이언 윌슨은 이번에도 8회 말 등판하자마자 선두타자 에이르 아드리안자에게 2루타를 맞았다. 다행히 후속 타자를 잘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지만,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마무리 켄리 젠슨은 더 불안했다. 9회 말 선두타자 마이클 모스를 와일드피치 낫아웃으로 출루시켰고, 이어진 2 1,2루 상황에서 아드리안자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간신히 브랜든 크로포드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승리를 지켜냈지만, 그 과정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다저스는 이번 3연전의 첫 두 경기도 전부 불펜 싸움 끝에 패했다. 이 경기 전까지 다저스 불펜은 1 4 4세이브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 중이었다. 평균자책점은 나쁘지 않지만, 4번의 구원패와 4번의 블론 세이브는 나란히 내셔널리그 최다 기록이다.

 

이번 승리를 통해 시즌 전적 10 6패를 기록, 샌프란시스코와 더불어 서부지구 공동 선두로 올라선 다저스지만 뒷문 불안이라는 약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번 3연전을 통틀어 5득점에 그친 타선도 고민거리 중 하나. 클레이튼 커쇼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대신하고 있는 류현진의 존재감만이 홀로 돋보인 경기였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 : Yahoo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