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특급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6)가 마침내 부상에서 돌아온다.
등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었던 커쇼는 오는 7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8시,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할 예정이다. 3월 23일 호주에서의 원정 개막전 이후 무려 46일만의 복귀다. 다저스가 한창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던 상황인 만큼 커쇼의 복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갑다.
다저스는 5일 현재 18승 14패, 승률 5할6푼3리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를 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0승 11패)에게 지구 1위 자리를 내준지 오래고, 콜로라도 로키스(19승 14패)에게도 추월당했다. 리그 승률 상위 5개 팀 가운데 세 팀이 서부지구에 모여 있는 구도, 오랜만에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가 재현되는 분위기다.
다저스는 커쇼가 없는 동안 특정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 또 한 명의 ‘2000만 달러 사나이’ 잭 그레인키가 5승 무패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훌륭히 해냈고, 올해 새로이 가세한 댄 하렌도 4승 무패 평균자책 2.39로 맹활약했다. 다저스는 이들 두 명이 선발로 나선 12경기에서 10승 2패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커쇼가 등판해 승리한 시즌 개막전을 포함하면 13경기서 11승 2패다.
하지만 나머지 19경기에서는 7승 12패의 저조한 승률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등판한 7경기에서 3승 4패에 그쳤고, 폴 마홀름과 조쉬 베켓 등 4~5선발 등판경기에서도 4승 8패의 저조한 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베켓의 경우 본인은 3.14의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가 등판한 5경기에서 팀은 1승 4패였다.
다저스의 변덕 심한 타선과 믿을 수 없는 불펜 때문이다.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의 4패 중 2패는 불펜 난조로 인한 것이었다. 베켓도 스스로 패전투수가 된 것은 1번에 불과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늘 받지 못했다.
다저스 불펜진은 지금까지 4승 9패 평균자책점 3.79(리그 10위)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다저스가 기록한 14패 가운데 무려 9번이 구원패였던 것. 다저스는 리그에서 구원패가가장 많은 팀이다. 지구 1위인 샌프란시스코 불펜진이 9승 2패 평균자책점 1.86(2위)의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매우 크다.
타선의 경우 사실 기록만 놓고 보면 상당히 좋은 편이다. 경기당 평균 4.28득점을 기록 중이며, 이는 내셔널리그 15개 팀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최근 ‘투고타저’의 경향이 짙고, 내셔널리그 전체 팀들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4.01점에 불과하다. 다저스 타자들이 기록한 32개의 팀 홈런은 5위, OPS는 3위다. 하지만 터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복이 크고, 경기 후반의 뒷심이 약해 경기 막판에 역전을 허용하면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지금의 다저스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선발투수가 6~7이닝 이상을 1~2실점으로 막는 아주 빼어난 피칭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레인키와 하렌은 그런 피칭을 보여줬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사실 류현진은 7경기에서 39이닝을 소화해 경기당 평균 6이닝도 책임지지 못했고, 베켓도 5경기에서 28.2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다.
커쇼는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에이스다. 2009년 이후 5년 연속 2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작에는 1.83의 놀라운 기록으로 두 번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커쇼가 복귀해 커쇼-그레인키-하렌의 삼각편대가 동시에 고승률을 기록한다면, 샌프란시스코-콜로라도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해볼만하다.
또한, 열흘 안에 류현진이 부상에서 돌아올 예정인 만큼 5월 중순 안에 다저스 선발진은 100%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베켓과 마홀름 중 누가 5선발이 되더라도 메이저리그 최강의 선발진이 그 위용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엄청난 돈을 들여 불펜 강화를 꾀했지만,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헛돈 쓴 느낌이다. 타선 역시 작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결국 다저스가 믿을 것은 선발진 뿐이고, 그들이 잘 해줘야 또 한 번 가을잔치 무대에 올라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을 추구했지만, 결국은 ‘선발투수 중심’의 색깔 있는 야구를 할 수밖에 없게 된 LA 다저스. 그 선발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커쇼가 ‘난세를 평정하는 자’가 되어 다저스의 진격을 이끌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의 복귀가 임박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 : Yahoo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