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23일 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롯데는 21승 1무 21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 중이다. 4위 넥센과는 2.5게임 차, 6위 SK와는 3게임 차가 난다. 상위권 싸움에 뛰어 들어 4강 경쟁을 펼칠 수 있을지, 아니면 아래로 내려가서 SK-KIA 등과 싸워야 하는지가 앞으로의 몇 경기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아주 좋은 분위기로 올 시즌을 맞이했다. 작년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모두 재계약했고, FA 강민호가 팀에 잔류했다. 그리고 2011년 15승 투수였던 장원준과 백업 포수 장성우가 복귀했으며, FA 시장에서 최준석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66승 4무 58패(.532)의 성적으로 5위를 기록했던 롯데에 이만한 전력이 더해졌으니,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롯데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작년까지 리그 최다 실책을 기록했던 야수들이 철벽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주면서 마운드를 도왔다. 문규현과 손아섭, 황재균 등이 안정적인 수비를 통해 수 차례 <ADT캡스플레이>에 선정되며 달라진 수비력을 과시했다. 타선 역시 히메네스가 합류한 후 한 동안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5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롯데 타선은 리그에서 가장 무서워 보였고, 16승 1무 13패의 성적은 선두에 2게임 뒤진 4위의 성적이었다. 얼마든지 선두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였으며, 그 상승세로 그대로 내달린다면 1위 싸움에도 곧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5월 9일 NC와의 주말 3연전을 시작을 모든 것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야수들은 점점 실책이 늘어만 갔고, 타자들의 방망이는 찬스 때마다 헛돌았다. 히메네스 합류 후 한 달 동안 경기당 평균 7점이 넘는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던 타선이 이후의 13경기에서는 고작 48득점, 평균 3.7점에 그쳤다. 극심한 변비 야구 속에 ‘잔루 자이언츠’로 전락하고 만 것. 그 결과 지금의 롯데는 상위권 도약은커녕 5할 승률을 유지하는 것에 급급한 실정이다.
사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타자들의 감각은 언제나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기 마련이다. 타자들의 타격감은 또 언젠가 갑자기 살아날 것이다. 문제는 불펜과 수비다. 2년 연속 30세이브 마무리를 배출한 팀이 올해도 마무리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 좋았던 수비 조직력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그 두 가지가 아닐 수도 있다. 제일 시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믿을 수 있는 4번째 선발투수’다. 올 시즌 롯데는 한 동안 불 붙은 타력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선발투수에 의존하는 야구’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유먼이 선발등판한 8경기에서 7승 1패, 장원준이 등판한 9경기에서는 6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옥스프링이 선발로 출격한 9경기에서도 5승 4패로 선전했다. 이들 세 명의 투수가 선발로 나선 26경기에서 18승 1무 7패, 무려 7할2푼에 달하는 엄청난 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송승준이 나선 9경기에서는 1승 8패, 김사율 등판경기 2승 5패, 그리고 배장호가 선발로 뛰었던 한 경기에서도 졌다. 이들이 선발등판한 17경기에서 3승 14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1할7푼6리라는 막장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의 올 시즌이 꼬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1~3선발의 뒤를 받쳐줄 4선발의 부재,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바로 ‘송승준의 부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승준이 등판한 경기에서 5할 승률만 기록했더라도 롯데가 지금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시즌 전만 해도 송승준을 포함한 4명의 선발투수가 무난히 10승 이상을 달성할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까지의 송승준은 ‘9개 구단 최악의 선발투수’였고, 결국 햄스트링 통증으로 현재는 1군에서 제외된 상태다. 아무리 슬로스타터로 유명한 선수라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은 부활을 예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꼭 많은 득점을 올려야만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보다 적은 실점을 하면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야수의 수비가 좋아야만 강팀이 아니다. 투수가 야수들의 실책을 묻어버릴 만큼 잘 던지면 한 순간의 위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혹자가 야구를 ‘투수놀음’이라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롯데 불펜이 불안하다지만 지금까지의 블론 세이브는 4번으로 두산(2번), 삼성(3번) 다음으로 적다.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꾸역꾸역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준다. 수비도 시즌 전체로 보면 삼성-두산(이상 27개) 다음으로 적은 28개의 실책만 기록하고 있다. 타격 역시 경기당 평균 5.65득점을 기록하고 있어 두산(6.07)-NC(5.70) 다음으로 높다. 지금은 바닥인 타격 사이클은 언제가 또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4번째 선발투수다. 유먼과 장원준, 그리고 옥스프링의 삼각 편대는 믿을만하지만, 3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뒤를 받쳐줄 수 있는 확실한 4번발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연 2010년의 이재곤-김수완 같은 ‘난세영웅’이 또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