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7, LA 다저스)이 시즌 12승(5패) 사냥에 성공했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전체가 주목하든 중요한 경기에서 소속팀의 스윕을 달성한 귀중한 승리였다.
28일(이하 한국 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펼쳤다. 비록 3점을 내주긴 했지만 위기 때마다 삼진을 잡아내는 류현진의 피칭에서 최근의 상승세를 느낄 수 있었다.
다저스는 디 고든의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 등으로 4점의 득점지원을 해줬고, 구원투수들이 남은 3이닝을 잘 막아내면서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주었다. 시즌 12번째 승리를 거둔 류현진은 이날 13승을 달성한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에 이어 리그 다승 부문 공동 2위로 올라섰다.
현재 내셔널리그의 다승 레이스는 웨인라이트가 단독 선두로 올라선 가운데 6명의 12승 투수가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를 포함한 다저스의 ‘12승 트리오’도 그 대열에 합류해 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 3연전을 통해 다저스는 리그 최강 1~3선발의 위용을 맘껏 뽐냈다. 모든 것은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의 전략이었다. 후반기 개막전에서 댄 하렌을 선발로 예고한 것은 처음부터 이번 3연전을 위한 포석이었던 것이다.
매팅리 감독은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하렌, 그레인키, 커쇼, 류현진, 조쉬 베켓 순으로 짰다. 5선발 하렌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팀의 주력 선발 3명을 샌프란시스코 전에 내세우기 위함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후반기 개막 전부터 이번 3연전을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1~3선발이 모두 출격한 다저스는 라이벌 팀과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는데 성공했다. 26일 경기에서는 그레인키가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8-1 대승을 이끌었고, 27일에는 커쇼가 올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을 거뒀다. 그리고 28일 류현진이 대미를 장식하며 라이벌 매치에서의 스윕을 달성했다. ‘11승 트리오’가 ‘12승 트리오’로 진화하며 얻은 기분 좋은 결과다.
이번 맞대결이 있기 전까지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와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3승 7패로 크게 밀리고 있었다. 후반기 첫 두 번의 3연전 시리즈에서 모두 1승 2패로 밀리는 바람에 지구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스윕을 통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단 라이벌 팀과의 상대전적에서 6승 7패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시즌 성적 59승 47패를 기록하게 된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57승 48패)를 1.5게임 차로 밀어내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로 복귀했다. 치열한 순위 다툼에서 일단 우위를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많은 라이벌 팀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다저스와 자이언츠는 특별하다. 뉴욕을 연고로 하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수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두 팀의 성적은 자이언츠 쪽이 더 낫다. 다저스는 1988년 우승 이후 25년째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자이언츠는 4번이나 월드시리즈에 올라 2번의 우승(2010년, 2012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로 인해 두 구단의 우승 횟수에서도 역전(다저스 6회, 자이언츠 7회)되고 말았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다저스는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26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자이언츠가 앞을 막아 섰다. 시즌 성적은 엎치락뒤치락 하는데 상대전적에서는 크게 열세를 보였다. 매팅리 감독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고, 그것이 멋지게 맞아 들어갔다.
매팅리 감독의 변칙 운용 덕에 그레인키와 커쇼는 후반기 개막 전에 9일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류현진도 7일 간 등판 없이 쉴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후반기 개막 직후에는 한 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층 팔팔해진 1~3선발이 맹위를 선보이며 다시금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라이벌 팀을 스윕으로 누르면서 자신감을 얻은 다저스의 남은 목표는 26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이다. 올해는 지난해의 실패를 거울 삼아 오랜 숙원을 달성할 수 있을까. 그 계획의 중심에 류현진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야구팬들은 뿌듯함을 느낀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 : Yahoo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