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ERA 15위-다승 3위, 운 좋은 류현진? 천만의 말씀!

by 카이져 김홍석 2014. 8. 9.

코리언 몬스터류현진(27, LA 다저스)이 또 한 번의 훌륭한 피칭을 선보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서 시즌 13(5)째를 거둔 류현진은 내셔널리그(NL) 다승 부문 공동 3위로 올라섰다.

 

8일 오전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팀의 7-0 대승을 이끌었다. 그 결과 다저스는 홈&어웨이로 치러진 에인절스와의 프리웨이 시리즈에서 3 1패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21로 끌어내리면서 4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류현진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ERA) 순위는 NL 15위다. 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다승 순위를 기록하고 있으니 일각에서는 류현진을 두고 운 좋은 투수라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올 시즌 다저스 타선은 NL 15개 팀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하다.

 

실제로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다저스 타선의 9이닝 당 득점지원은 5.19점으로 리그 평균(3.96)을 크게 상회하며, 다저스의 시즌 기록(경기당 평균 4.13)보다도 1점 이상 높다. 류현진은 리그에서 7번째로 많은 득점지원을 얻고 있으며, 같은 팀의 클레이튼 커쇼(5.05)나 잭 그레인키(4.43)보다 높다. 조쉬 베켓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6(6)에 머물고 있는 것도 득점지원(3.81)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이 평균자책점과 득점지원만으로 류현진의 13승을 폄하할 순 없다. 두 기록에 비해 승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류현진이 평균자책점에 비해 많은 승수를 따내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투수를 평가함에 있어 가장 널리 쓰이는 평균자책점이란 항목도 투수의 능력을 완벽히 담아내진 못한다. 같은 땅볼이더라도 안타 또는 아웃이 되기도 하며, 야수들의 수비력에 따라서도 평균자책점은 달라질 수 있다. , 야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수많은 외적 변수를 평균자책점으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세이버매트리션의 대부 빌 제임스가 고안한 ERC(Component ERA)라는 수치가 있다. 계산법 자체는 상당히 복잡한데, 간단히 자책점 대신 안타, 볼넷, 홈런, 사구 등 여러 수치를 사용해 만든 가상의 평균자책점이라 보면 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ERA ERC를 비교해 해당 투수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평가하곤 한다.

 

올 시즌 현재 류현진의 ERC는 평균자책점 보다 0.23 낮은 2.98이며, 이는 리그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에이스 커쇼가 평균자책점(1.82)보다 훨씬 낮은 1.48의 기록으로 단연 1위에 올라 있으며, 본인의 평균자책점(2.71)보다 높은 3.03을 기록 중인 그레인키는 11위에 위치해 있다. 투구내용 면에서는 류현진이 그레인키보다 더 좋았다는 뜻이다. 류현진이 그레인키(12)보다 승리가 많은 것도 ERC를 보면 납득할 수 있다.

 

DISP(Defense-independent ERA)라는 기록도 있다. 이 역시 또 하나의 가상의 평균자책점중 하나다. 흔히 수비 무관 평균자책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 항목은 투수가 수비수의 도움(또는 방해) 없이 기록할 수 있는 평균차잭점을 의미한다.

 

류현진은 여기서도 본인의 평균자책점보다 더 낮은 2.87을 기록, NL 5위에 올라 있다. 커쇼(1.83)는 여기서도 단연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레인키(2.86)가 류현진보다 살짝 높은 수치로 4위에 올라 있다. ERC DISP라는 두 개의 세이버매트릭스 항목을 통해 우리는 류현진의 실질적인 투구내용이 겉으로 드러나는 ERA 보다 훨씬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널리 알려진 기록을 통해 살펴봐도 류현진의 올 시즌 투구내용은 리그 정상급이다. 류현진의 시즌 피안타율은 .254.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의 평균 타율이 .252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좋은 수치라 할 순 없다. 실제로 류현진의 피안타율 순위는 규정이닝을 채운 47명 투수들 가운데 26, 평균 이하의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탁월한 제구력을 지닌 투수다. 따라서 피출루율은 .290으로 리그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피홈런이 적은 편이라 피장타율도 .359 12번째로 좋다. 둘을 합친 피OPS .650으로 내셔널리그 9. 류현진의 투구내용이 얼마나 뛰어나고, 또 안정감 있는지를 잘 나타내준다.

 

이상의 다양한 기록을 살펴보면서 류현진은 ‘ERA에 비해 승리가 많은 투수가 아니라 투구내용에 비해 ERA가 높은 투수였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지금의 투구내용을 유지하면 류현진의 최종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류현진은 운 좋은 투수가 아니라 승리를 부르는 투수.

 

// 카이져 김홍석(사진 : Yahoo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