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LA 다저스가 올 시즌에도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작년에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멈췄던 꿈이, 올해는 그 전 단계인 디비전 시리즈도 통과하지 못했다. 2년 연속 다저스를 무릎 꿇린 상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탈락이 확정된 직후 국내외 언론을 통해 매팅리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억 달러가 훨씬 넘는 금액을 선수들의 연봉으로 투자하는 팀이 2년 연속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의 다저스는 작년의 다저스보다 더 강했다. 다저스에는 리그 최고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와 에이스 같은 2선발 잭 그레인키, 그리고 우승을 노리는 팀의 3선발로 부족함이 없는 류현진이 선발 마운드를 형성하고 있었다. 또한, 다저스 타선은 후반기 들어 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은 작년과 다를 것 같았다. 그러나 다저스의 올 가을잔치는 첫 경기부터 꼬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1승 3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 3패 중 2패가 에이스 커쇼의 패전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이 아주 컸다.
이 과정에서 돈 매팅리 감독은 뚜렷한 주관이나 소신 없이 투수진을 운용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차전과 4차전에서는 커쇼의 교체 타이밍을 늦게 가져가는 바람에 에이스가 두들겨 맞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2차전과 3차전에서는 불펜 운용의 실패가 끝내 패배로 이어졌다. 흔들리는 커쇼는 계속 마운드에 세워 두었으면서, 잘 던지던 그레인키와 류현진에게는 1이닝을 더 맡기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디비전 시리즈에서 보여준 매팅리 감독의 감독의 투수 운용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믿고 맡겼던 커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레인키와 류현진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하나 같이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이쯤 되면 책임론에서 완전히 비껴갈 순 없을 듯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결과가 그렇다고 하여 매팅리 감독을 무능하다고 말할 순 없다. 매팅리 감독은 2011시즌부터 다저스를 이끌었다. 그가 부임하기 전인 2010시즌, 다저스는 80승 82패를 기록해 서부지구 5개 팀 가운데 4위에 그쳤다. 다저스는 매팅리 감독의 부임 첫 해 82승(79패)을 거둬 5할 승률로 올라섰고, 이후 올해까지 86승-92승-94승을 기록하는 등 매년 성적이 나아졌다.
그 기간 동안 다저스가 많은 투자를 한 건 사실이지만, 변수가 많은 프로야구에서 금전적인 투자가 항상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건 팬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스타급 선수들이 많아져서 자칫 분열될 수도 있는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통제하는 데 성공한 매팅리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매팅리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의 투수운용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허약한 불펜 때문이다.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확실한 필승조가 있었다면 굳이 교체 타이밍을 그렇게 가져갈 이유가 없었다. 부실한 불펜은 올 시즌 내내 다저스의 고민이었고, 끝내 그 점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그리고 다저스의 불펜이 이렇게 망가진 건 매팅리 감독의 책임이 아니다. 그보다는 네드 콜레티 단장의 책임에 가깝다.
불펜 보강은 지난 겨울 다저스의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그리고 콜레티 감독은 왕년의 특급 마무리 브라이언 윌슨을 시작으로 J.P. 하웰과 크리스 페레즈를 영입했다. 천만 달러짜리 셋업맨 윌슨은 시즌 내내 팬들의 속을 태웠고, 페레즈는 부상과 부진 속에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몸값을 해준 건 하웰 한 명뿐이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다른 팀들이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할 때도 콜레티 단장이 보여준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불펜이 가장 큰 문제였음에도 다저스는 선발투수 모으기에 열중했고, 그렇게 영입한 로베르토 에르난데스와 케빈 코레이아는 가을에 써먹지도 못했다.
결국 다저스는 경험이 일천한 페드로 바에즈와 스캇 엘버트 같은 선수들을 중요한 포스트시즌에 주력 구원투수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부진이 탈락으로 이어졌다. 세인트루이스는 존 랙키, 샌프란시스코는 제이크 피비를 영입했고, 그들이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큰 공을 세운 것과 극명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콜레티 단장은 오랜 전부터 무능한 인물이란 지적을 받아왔었다. 전임 단장들이 남겨준 비옥한 팜 시스템을 망가뜨린 지 오래고, 그가 팀을 이끄는 동안 다저스는 늘 포지션 중복의 문제에 시달려 왔다.
박찬호가 다저스로 복귀했던 2008년에는 천 만 달러짜리 대타(노마 가르시아파라)와 900만 달러짜리 대주자(후안 피에르)가 연봉 총액만 높이고 있었고, 류현진이 가세한 작년에는 10승급 선발투수만 7명을 데리고 있었다. 올해도 넘치는 외야 자원 정리에 실패했고, 불펜 보강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매팅리 감독의 용병술에는 분명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선수를 운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건 콜레티 단장이다. 현지의 언론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 슈퍼스타가 많은 다저스라는 팀에서 매팅리 감독의 리더십은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어쩌면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그런 매팅리 감독을 도와줄 수 있는 현명하고 능력 있는 단장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 : Yahoo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