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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주목할 만한 점(1)

by 카이져 김홍석 2008. 4. 9.

2008시즌 메이저리그를 전망해보는 맥락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글이다. 올 한해 메이저리그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예상보다 글이 무척 길어진 관계로 2회로 나누어서 살펴볼 것이며, 오늘은 그 첫 번째다.


▷ 컵스 100년의 한을 풀 수 있을까?

2008년 메이저리그에서 그 무엇보다 큰 관심을 받는 팀은 시카고 컵스다. 1908년 마지막 월드시리즈를 재패했던 컵스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다. 보통 몇 주년이나 주기를 맞이하면 좋은 일이기 마련인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다. 컵스의 지난 100년은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1908년 당시의 컵스는 최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모데카이 브라운이라는 희대의 에이스를 보유한 그들은 1907년부터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타이 캅이 이끌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만나 연거푸 승리하며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일구어냈다. 그것이 그들의 첫 번째 우승(1907년)이자 마지막 우승(1908년)이었다.


[참고 : 당시 컵스의 에이스였던 모데카이 ‘Three Finger’ 브라운(239승 130패 2.06)은 전설적인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1906년부터 6년 연속 20승을 거두며 컵스를 강팀으로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어린 시절의 사고로 인해 오른손 검지가 절단됐고, 새끼손가락은 마비가 되어 쓸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리그 최상급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인간승리의 표상’과도 같은 선수였다.]


1908년 이후 컵스는 악몽과도 같은 시절을 보내게 된다. 1945년까지 7번이나 내셔널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번번히 월드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었다.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는 그 유명한 ‘염소의 저주’가 등장했고, 그 이후로는 아예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다시금 포스트 시즌 무대를 밟는 데만 해도 무려 39년이 걸렸다.


‘미스터 컵스’라 불렸던 전설의 유격수 어니 뱅크스(통산 512홈런)와 9번의 골드글러브와 7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던 당대 최고의 2루수 라인 샌드버그, 그리고 홈런왕 새미 소사도 컵스를 월드시리즈로 이끌 수 없었다. 지난 2003년에는 마크 프라이어와 케리 우드의 미래를 희생하면서까지 설욕을 노렸으나 또다시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자쉬 베켓의 플로리다에게 무릎을 꿇었다.


작년에도 힘겹게 밀워키 브루어스를 따돌리고 디비즌 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시리즈 전적 0:3으로 패하며 광속탈락하고 말았다. 18승 47패. 시카고 컵스가 12번의 포스트 시즌에서 거둔 성적이다. 이러니 ‘저주’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역사상 그 어떤 프로 팀도 100년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 어떻게든지 올해 우승을 차지해서 그 치욕의 세월을 99년에서 마감해야 하고픈 것이 컵스의 절박한 심정이다.


2008년의 컵스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몇 년에 걸친 꾸준한 투자가 드디어 결실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수진은 지난 2003년 이후로 가장 안정되어 있으며, 타선도 쉬어갈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와 파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챔피언 자리에 등극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전력이다.


2004년에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의 한을 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컵스와 그 팬들. 과연 올해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중립을 유지해야 하니까) 마음 속 한편으로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79회 올스타전 - ‘아듀’ 양키스타디움

팬서비스의 일환으로 1933년부터 시작된 올스타전은 올해로 79회째를 맞이한다. 단순한 계산상으로는 76회가 되어야 하지만 1959년부터 62년까지는 1년에 두 번의 경기가 열렸고, 2차 대전으로 인해 1945년 올스타전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79회가 된다.


올해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7월 15일, 그 유명한 양키스타디움에서 개최된다. 1923년 개장해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어 온 양키스타디움의 마지막을 기리기 위해서다. 양키스는 현재 브롱스 인근에 ‘뉴’ 양키스타디움을 건설 중에 있고, 2009년 정식으로 개장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현재의 양키스타디움의 마지막을 올스타전으로 장식하려는 것이다.



최근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한국과 달리 단순한 팬서비스 차원이 아니다. 팬 투표로 선정된 각 리그의 대표 선수들이 나와서 벌이는 이 올스타전의 결과에, 월드 시리즈의 ‘홈구장 어드벤티지’가 걸려있기 때문.


2002년의 올스타전에서 7:7의 무승부가 나는 바람에 팬들의 비난에 휩싸이자 사무국은 올스타전에서의 무승부 폐지(즉, 연장전 도입)와 함께 이러한 ‘당근’을 제시했다. 그 덕에 이후의 올스타전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긴장감과 승부욕을 엿볼 수 있다. 처음에는 반대의 소리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디비즌 시리즈 제도 도입과 함께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만들어낸 긍정적인 업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아메리칸과 내셔널 중 어느 리그가 승리 팀이 될까도 관심의 대상이다. 무승부로 끝난 2002년을 제외하면, 68회 대회인 1997년 이후 10년 연속으로 아메리칸 리그가 올스타전에서 승리를 거둬왔기 때문. 덕분에 최근의 5년 동안은 아메리칸 리그의 우승팀이 월드시리즈의 홈구장 어드벤티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올해는 내셔널 리그의 반격을 기대해 본다.


▷ 그들은 돌아올 수 있을까?

정규시즌이 개막을 했지만, 아직까지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볼 수 없는 선수들이 있다. FA가 되어 시장에 나왔지만 찬바람만 맞고 아직까지 갈 곳을 찾지 못한 그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지만, 둥지를 틀 팀은 찾지 못해 오갈 데 없는 그들에게는 봄바람마저 차갑게 느껴진다.


스테로이드 파동과 연관되어 팀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또는 못하는) 로저 클레멘스와 배리 본즈는 일단 예외로 두자. 이제 클레멘스의 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본즈는 3천 안타를 위해 강력히 복귀를 소망하고 있는 터라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안타까운 선수는 마이크 피아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공격형 포수’라고 불리는 그가 이렇게까지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몇 년간 많이 까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통산 성적(427홈런 1335타점 .308/.377/.545)은 도저히 포수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수준이다.


사실 피아자는 포수로 뛰기 위해 지명타자의 제안을 거절하고 스스로 FA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포수 피아자’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피아자는 앞으로 4개만 홈런을 추가하면 포수로서 400홈런을 친 최초의 선수가 된다. 하지만 팬들은 포수가 아닌 ‘타격 좋은 지명타자 피아자’를 원하고 있으며, 그것은 각 구단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피아자와 동갑인 ‘600홈런의 사나이’ 새미 소사도 갈 곳이 없어 아직 방황하고 있다. 1년 쉬고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복귀한 소사는 자신의 21홈런 92타점이라는 성적이 만족스러웠는지, 시즌이 끝나자 ‘자신의 몸값은 최소 700만 달러 이상’이라고 선언했다. 그 덕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졌던 단장들은 모두 콧방귀를 뀌며 소사의 이름을 그들의 수첩에서 지우고 말았다. 심지어 지난 2월 말에는 캔자스시티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말까지 있다. 이대로라면 그가 간절히 염원하는 700홈런(현재 609개)의 꿈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크다.


200승 투수 데이빗 웰스(239승 157패 4.13)는 이제 은퇴할 시기가 다가온 듯 보인다. 45세(63년생)라는 나이도 부담스럽지만 나날이 늘어가는 그의 체중은 더 이상 효과적인 투구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투수진이 부실한 세인트루이스에서조차도 웰스를 반기지 않았다고 하니 말 다했다. 아마도 2007년이 이 ‘게으른 천재’의 마지막 시즌으로 기억될 듯싶다.


최고령 선수로서 역사를 썼던 훌리오 프랑코를 비롯해 90년대 최고의 1번 타자였던 케니 로프턴, 몇 년 전에는 사이영상 후보였던 프레디 가르시아, 뛰어난 마무리였던 호세 메사, 한 때 박찬호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러스 오티즈 등도 아직 한 팀에 정착하지 못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김병현도 마찬가지.


이들 외에도 알만도 베니테즈, 제프 위버, 레지 샌더스, 에루비엘 두라조, 라이언 클레스코, 제프 시릴로, 프레스턴 윌슨, 에드가르도 알폰조, 샌디 알로마 주니어 등의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스타 출신 선수들이 세월의 무게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나버렸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복귀는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존재하며, 몇몇은 어떻게 해서든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팬들 앞에 설 것이다. 도태와 새로운 도전의 갈림길에서 선 이들의 앞날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