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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지옥의 종소리’가 ‘마스터’의 350승을 날려버리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4. 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두 명의 살아있는 전설, 그렉 매덕스트레버 호프만이 동시에 눈물을 흘렸다.


 

역대 최다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지옥의 종소리’ 트레버 호프만이 피칭의 교본이자 ‘마스터(master)’로 불리는 그렉 매덕스의 350번째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오늘(한국시간 2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매덕스는 7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내면서 팀의 1:0 리드를 지켜냈고, 자신의 350번째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9회에 등판한 팀의 마무리 호프만이 1사 후 상대 4번 타자 벤지 몰리나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매덕스 본인을 비롯해 위대한 선배의 대기록을 축하할 준비를 하고 있던 동료들이나, 친구의 승리를 지켜주고 싶었던 호프만, 모두에게 안타깝고도 아쉬운 최악의 결과였다.


지난 등판에서 7이닝 동안 9실점하며 무너졌던 매덕스는 이날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자이언츠 타선을 제압했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회마다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를 모두 불발처리 했고, 5회 이후로는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삼진은 5개를 잡았고 매덕스답게 사사구는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7이닝을 던졌음에도 투구수는 고작 75개, 그 가운데 51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상대 선발 맷 케인도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덕분에 경기는 1:0의 숨 막히는 투수전으로 이어졌고, 매덕스는 7회 말 타석에서 대타 토니 클락으로 교체됐다. 이후 히스 벨과 트레버 호프만으로 이어지는 샌디에이고의 필승 계투진이 투입되었지만, 결국 호프만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올 시즌 7경기에 구원 등판해 4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지만, 6.2이닝에서 6점이나 허용하며 2패 1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었던 호프만의 현재 컨디션은 정상이랄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그라운드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감돌았고, 결국 홈런을 허용하며 매덕스의 승리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체력 보존을 위해 완봉승을 노리지 않았던 매덕스와 버드 블랙 감독의 선택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매덕스의 350승 도전은 역대 9번째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매덕스는 350승 달성과 함께 역대 다승 8위인 로저 클레멘스(354승)와의 격차가 4승으로 좁혀졌을 테고, 현대 야구의 시작이랄 수 있는 라이브 볼 시대(1920년 이후) 최다승 투수인 워렌 스판(363승-6위)의 기록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역대로 350승과 3000탈삼진을 모두 달성한 투수는 단 두 명, 역대 최고의 투수라 불리는 월터 존슨과 로저 클레멘스뿐이다. 클레멘스의 기록은 금지 약물 파문과 함께 얼룩졌고, 존슨은 라이브볼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선수다.


‘현대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의 등극, 통산 329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는 매덕스의 350승 도전은 그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대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오늘 경기에서 호프만의 ‘지옥의 종소리’가 상대팀이 아닌 매덕스와 샌디에이고 팀원들에게 울려 버렸기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