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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4할 타율이라는 벽을 넘봤던 선수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26.
 

Chipper Jones, Braves | .417 on May 24, 2008

시즌의 30%가량이 진행된 지금까지도 애틀란타의 ‘캡틴’ 치퍼 존스의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모른다. 46경기에 출장한 그는 5월 24일(미국시간) 현재 0.417의 타율로 타율 부문 1위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고작 6번에 불과할 정도. 계속해서 기복 없는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터라, 이루지 못할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암스(1941년 0.406) 이후로 66년째 4할 타자는 탄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위대한 경지에 도전했던 선수들은 더러 있었다. [SI.com]에서는 1980년 이후로 치퍼 존스보다 오랫동안 4할 타율을 유지했던 14명의 선수를 소개하고 있다. 괄호 안의 날짜는 그 선수가 4할 타율을 기록했던 마지막 날을 뜻한다.


Carney Lansford, Oakland A's | .402 on June 6, 1988

1988년 당시 주로 1,2번 타순에 배치되던 랭스포드의 뒤에는 마크 맥과이어와 호세 칸세코가 클린업 트리오로 버티고 있었고, 그 덕에 랭스포드는 6월 6일까지 4할이 넘는 타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랭스포드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2달이 넘게 4할을 치던 선수가 남은 넉 달 동안에는 0.193의 극심한 빈타로 팬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시즌 종료 후 랭스포드의 타율은 0.279에 불과했다.


Wade Boggs, Boston Red Sox | .401 on June 7, 1986

3,000안타와 5번의 타격왕에 빛나는 웨이드 보그스도 ‘정확도’하면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선수다. 하지만 6월 7일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보그스의 방망이도 7월 할 달 동안 0.247로 식어버리면서 4할 타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시즌 타율 0.357-AL 1위) 재미있는 사실은 보그스가 1985년 5월부터 1986년 5월까지의 162경기 동안 0.402의 타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Roberto Alomar, Baltimore Orioles | .404 on June 10, 1996

공수주를 완벽하게 갖춘(그러나 성격은 그렇지 못한) 최고의 2루수 로베르토 알로마도 4할 타율에 도전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6월 이후의 알로마는 원래 수준의 정교한 3할 타자로 돌아갔고, 9월 한 달간은 0.221의 낮은 타율에 그치며 0.328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것은 리그 7위에 불과(?)했다.


Todd Helton, Colorado Rockies | .400 on June 10, 2000

그해의 헬튼은 5월에만 5할(82타수 42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4할의 벽을 넘는가 싶었다. 하지만 결국은 0.372의 타율로 리그 타율 1위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헬튼은 8월 21일 경기 중에 3번째 타석까지 2개의 안타를 치며 4할 타율을 다시 넘어선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치며 3할대로 떨어지는 바람에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만약 헬튼이 0.274의 타율에 머물렀던 9월에 홈런(10개)이 아니라 안타만을 노렸더라면 4할을 넘볼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Lenny Dykstra, Philadelphia Phillies | .401 on June 11, 1990

33세라는 다소 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를 떠나긴 했지만,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활발한 타격과 빠른 발(통산 285도루)을 보유하고 있던 레니 다익스트라는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던 선수였다. 후반기 들어 0.292의 타율에 그치며 시즌 타율은 0.325(리그 4위)로 마감되고 말았지만, 192안타와 0.418의 출루율은 리그 1위의 기록이었다.


Paul O'Neill, New York Yankees | .405 on June 16, 1994

통산 타율은 0.288에 불과(?)하지만 90년대 후반 양키스 무적함대의 핵심 멤버였던 폴 오닐도 4할 타율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6월 16일까지 지켜왔던 4할 타율은 17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멀어지고 말았다. 파업 시즌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1994년은 0.357의 타율로 리그 타격 1위에 오른 오닐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해였다.


Tony Fernandez, Toronto Blue Jays | .400 on June 29, 1999

1999년 당시 37세의 나이로 선수생활의 황혼을 바라보고 있던 토니 페르난데스는 6월 말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7월부터는 매월 2할 대 초중반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리그 7위인 0.328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재미있게도 페르난데스는 이듬해 거액을 받고 일본 프로야구 세이브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Andres Galarraga, Colorado Rockies | .400 on July 5, 1993

휴미더가 없던 당시의 쿠어스필드에서 뛰었던 특급 타자들은 다들 4할 타율에 한번 씩은 도전한 경험이 있다. 전년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0.243의 타율을 기록했던 안드레스 갈라라가는 로키스의 창단 멤버로 합류했고, 그 첫해에 쿠어스필드의 위력을 만천하에 알렸다. 시즌 중반인 6월 5일에 4할의 벽을 뚫은 후 7월 5일까지 유지했다. 이후 부상으로 한 달 가량을 쉬게 되는 바람에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0.370의 타율은 리그 1위의 기록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교타자’ 갈라라가는 40홈런의 거포로 새롭게 태어난다.

(휴미더 : 습도를 유지해 주는 보관함. 로키스 구단은 타자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한 구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기에 사용될 야구공을 미리 휴미더에 넣어둠으로써 타구의 반발력을 줄이고 있다)


Rod Carew, California Angels | .402 on July 14, 1983

통산 0.328의 고타율을 남긴 로드 카루는 통산 7번이나 리그 타율 1위에 올랐던 선수다. 1983년 37살의 나이로 4할 타율과 더불어 8번째 타이틀에 도전했지만, 후반기의 부진(0.280)으로 인해 0.339의 타율(리그 2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Tony Gwynn, San Diego Padres | .402 on July 14, 1997

이 보다 3년 앞선 1994년 전반기를 0.383의 타율로 마감한 토니 그윈은 후반기 들어 0.423의 타율로 4할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해 8월 11일 경기가 그 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고, 끝없이 올라가던 타율도 0.394(테드 윌리암스 이후 최고 기록)에서 멈추고 말았다. 1997년 그윈은 다시 한 번 4할 타율에 도전했다. 비록 후반기에 페이스가 떨어지며 0.372의 타율로 끝나고 말았지만, 5년 연속 0.35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8번째 타격왕에 오른 그윈의 타격능력은 단순히 ‘대단하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Larry Walker, Colorado Rockies | .402 on July 18, 1997

1997년 내셔널리그에는 그윈보다 더욱 오래 4할 타율을 유지한 선수가 있었다. 콜로라도의 래리 워커는 쿠어스필드를 무기 삼아 7월 18일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고, 8월 들어선 후에도 0.390을 넘나들곤 했다. 그렇지만 9월의 부진은 워커의 타율을 0.366까지 떨어뜨렸고, 결국 타율 1위는 그윈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고타율과 더불어 49홈런 130타점을 기록한 워커는 이해 리그 MVP를 차지한다.


Nomar Garciaparra, Boston Red Sox | .403 on July 20, 2000

2000년 7월 20일에는 더블헤더 경기가 있었다. 첫 경기에서 5타수 3안타를 기록한 노마의 타율은 0.403까지 올랐으나, 두 번째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3할대로 하락했고, 그 뒤로는 다시 4할의 벽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8월 6일까지 0.394의 고타율을 유지한 노마의 당시 타격감은 그의 가치를 한껏 드높여주었다. 팬들이 괜히 당시의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동일한 레벨에서 평가했던 것이 아니다. 노마는 0.372의 타율로 2년 연속 타율 1위에 올랐고, 이는 조 디마지오 이후 오른손 타자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John Olerud, Toronto Blue Jays | .400 on Aug. 2, 1993

4할 타율을 유지한 채 8월을 맞이한 것은 테드 윌리암스 이후 존 올러루드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8월 2일까지 4할을 유지하던 타율은 이후 두 달 동안 0.363까지 떨어졌고, 올러루드는 타율 부문 타이틀을 따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George Brett, Kansas City Royals | .400 on Sept. 19, 1980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0.337의 타율에 머물렀던 브렛은 부상에서 복귀한 후 7월(0.494)과 8월(0.430)에 절정에 이른 타격감을 선보이며 4할 타율을 유지한 채 9월을 맞이했다. 그리고 9월 19일 까지 0.3995의 타율로 반올림한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브렛은 남은 13경기에서 46타수 14안타(이것도 3할이 넘는다)에 그치며 0.390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기록을 중시하는 국내의 어떤 감독이라면 남은 전 경기를 보이콧 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부상으로 한 달을 쉬었던 브렛은 규정 타석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경기에 출장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