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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 홈런 1위(20개) 어틀리가 노리고 있는 3마리 토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6. 2.

메이저리그 홈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채이스 어틀리(Chase Utley)가 또다시 홈런을 추가했다.


한국시간으로 6월 2일 필라델피아의 홈구장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시합에서 어틀리는 5:2로 뒤지고 있던 3회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 점을 따라 붙었다. 시즌 20번째 홈런. 4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어틀리는 올해 메이저리그 타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20홈런 고지를 점령하며 홈런 부문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함께 홈런 1위를 다투던 랜스 버크만(17개)이 최근 14경기에서 단 1홈런만을 추가한 것에 반해, 어틀리는 최근 7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버크만을 재치고 단독 선두로 뛰어 오른 것이다. 타점 부문에서도 같은 날 2타점을 기록한 샌디에이고의 에드리언 곤잘래스와 더불어 50개로 리그 공동 선두를 지켰다.


필라델피아는 어틀리의 추격 홈런과 제프 젠킨스의 동점 투런, 팻 버렐의 역전 2타점 2루타 등으로 7:5로 승리해, 전날 플로리다에게 내주었던 지구 1위 자리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2008년의 어틀리는 그야말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그가 보여주고 있는 .312/.398/.665의 비율 스탯 라인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리그 2위인 47득점과 100%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6개의 도루는 덤. 무엇보다 연일 터지는 홈런 소식이 가장 놀랍다.


어틀리의 이와 같은 홈런포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3가지 측면에서 그의 기록은 특별하다.


1) 역대 2루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

2루수도 유격수나 포수와 마찬가지로 공격보다는 수비를 중요시하는 포지션이다. 따라서 2루를 맡는 선수들은 파워 넘치는 거포보다는 빠르고 날랜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2루수에게 40홈런이란 기적에 가까운 기록이다. 2루수로서 가장 많은 홈런(344개)을 때려낸 제프 켄트조차도 40홈런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역대 2루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1922년의 Rogers Hornsby와 1973년의 Davey Johnson(한때 다저스 감독으로 박찬호를 지도하기도 했던)이 보유하고 있는 42개다. 58경기에서 20홈런을 때려낸 어틀리는 이 페이스로 시즌을 마친다면 56홈런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후반기 들어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부상이라는 악재만 없다면 기록 경신이 매우 유력하다.


통산 .358의 타율과 301홈런 1584타점을 기록한 로저스 혼스비(활동기간 1915~37년)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2루수로 손꼽히는 선수. 만약 어틀리가 그의 홈런 기록을 경신한다면, 그의 최종 목표인 역사상 최고의 2루수라는 타이틀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한편, 16홈런(추정치 48개)을 기록 중인 는 플로리다의 2루수 댄 어글라도 기록 경신의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 메이저리그의 유력한 홈런왕 후보 가운데 두 명이 2루수다.


2) 83년만의 2루수 메이저리그 홈런왕

80년대부터 90년 중반까지 시카고 컵스의 핵심 선수였던 Ryne Sandberg(81년~97년, 통산 282홈런 1061타점 1318득점 344도루)는 MVP 1회, 골드 글러브 9회, 실버 슬러거 7회 수상에 빛나는 전설적인 2루수다. 또한 혼스비와 존슨 이후로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유일한 2루수이기도 하다. 공-수-주에서 ‘완벽한 2루수’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샌드버그는 2005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수많은 개인 수상 기록을 보유한 샌드버그에게는 2루수답지 않은 타이틀이 하나 있다. 1990년 40개의 홈런으로 차지한 내셔널리그 홈런왕 타이틀이 바로 그것이다. 2루수가 홈런왕에 오른 것은 1925년의 혼스비 이후로 처음이었으며, 전년도의 30홈런에 이어 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2루수로는 최초였다. 하지만 당시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은 51홈런을 기록한 아메리칸리그의 세실 필더(프린스 필더의 아버지)였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는 15개를 담장 밖으로 넘기며 엄청난 타점(63개-ML 1위)을 쓸어 담고 있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 자쉬 해밀턴(텍사스 레인저스)이다. 20개를 기록 중인 어틀리가 이대로 홈런 1위를 지키며 시즌을 마감한다면 3번째 2루수 홈런왕이 되는 것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18년 만이며, 2루수의 양대 리그 통합 1위는 혼스비 이후로 무려 83년 만이다.


3) 필라델피아의 3년 연속 MVP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개인성적으로 어틀리와 견줄만한 선수는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치퍼 존스(12홈런 35타점 타율 .405-ML 1위))와, 휴스턴을 예상 이상의 좋은 성적으로 이끌고 있는 랜스 버크만(17홈런 47타점 57득점-ML 1위), 그리고 다승 선두 브랜든 웹(10승 2패 방어율 2.69) 등을 꼽을 수 있다.


애틀란타와 휴스턴보다 필라델피아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과 투수가 MVP 선정 과정에서 주로 배제되어 왔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홈런-타점 1위에 올라 있는 어틀리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아마도 지금 당장 MVP를 뽑는다면 그 주인공은 어틀리일 것이다.


필라델피아는 2006년에는 1루수 라이언 하워드가, 2007년에는 유격수 지미 롤린스가 리그 MVP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집안잔치를 벌인 적이 있다. 이대로 어틀리까지 수상에 성공하게 되면 한 팀에서 3년 연속 MVP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팀에서 3년 연속 이상 리그 MVP를 독식한 경우는 모두 7번. 배리 본즈 덕에 2000년부터 2004년까지의 다섯 번의 MVP(2000년은 제프 켄트)를 싹쓸이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제외하면, 1975년부터 1977년의 신시네티 레즈(조 모건 2회, 조지 포스터 1회)가  가장 최근의 기록이다. 서로 다른 세 선수의 수상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로저 매리스 2회-미키 맨틀-앨스턴 하워드가 합작한 1960~1963년의 뉴욕 양키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래저래 의미 있고 드문 일임에 틀림없다.


과연 어틀리가 이 세 마리의 토끼 가운데 몇 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2루수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 경신은 이변이 없는 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홈런왕과 MVP의 수상 여부는 아직은 쉽게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4월에는 5경기 연속 홈런을 비롯해 7경기 동안 7개의 홈런을, 이번에도 4경기 연속 홈런을 비롯해 7경기 동안 6홈런을 때려내는 등 몰아치기에 강한 홈런 타자 특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난관은 부상과 팀 성적이다. 같은 지구에 속해 있는 플로리다 말린스나 뉴욕 메츠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팀들이 아니다. 부상 역시도 마찬가지. 지난해 전반기 MVP로 손꼽혔던 어틀리는 부상으로 인해 한 달을 결장해야 했던 바람에 다잡았던 MVP를 팀 동료인 롤린스에게 빼앗기고(?) 만 아픈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