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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조쉬 해밀턴, 41년만의 타격 3관왕을 꿈꾸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6. 4.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로 거듭난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쉬 해밀턴(Josh Hamilton, 27)이 타격 주요 3개 부문에서 모조리 1위에 올랐다.


한국시간으로 6월 3일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으로 맹활약한 해밀턴은 시즌 타율을 .331로 끌어올리면서, 같은 날 4타수 1안타에 그친 Matsui Hideki(.328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이미 16홈런 65타점을 기록하며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는 오랫동안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던 상황. 이대로라면 대망의 타격 3관왕이 탄생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타율-홈런-타점 부문 타이틀을 동시에 싹쓸이한 타격 3관왕은 15번 밖에 탄생하지 않았다. 그 마저도 1967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Carl Yastrzemski(.326 44홈런 121타점) 이후로는 40년 동안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역 선수 가운데는 양대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인 Alex Rodriguez(32)와 Albert Pujols(28)가 그나마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로드리게스는 홈런-타점은 몰라도 1996년 이후 타율 1위와는 거리가 멀었고, 푸홀스의 경우는 지금껏 2003년 타율 1위를 한 번 차지했을 뿐 홈런-타점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타격 3관왕에 도전하고 있는 해밀턴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받으면서도, 높은 달성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이유는 강타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아메리칸리그의 현재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무시무시한 홈런포가 덮어주었을 뿐, 지난해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6명에 불과했다. 19명의 내셔널리그와는 엄청난 차이였으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5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가 내셔널리그에는 7명인 반면, 로드리게스마저 부상으로 3주 동안 결장한 아메리칸리그에는 해밀턴 외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기류는 타율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내셔널리그에는 24명이나 되는 3할 타자가 아메리칸리그에는 고작 11명. 그 동안 매년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었던 Ichiro Suzuki(.288)와 Derek Jeter(.279)의 이름도 찾아볼 수가 없다.


로드리게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타격 3관왕 달성에 있어 가장 난관은 타율 부문의 타이틀이다.


거포형 타자들이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한 적이 종종 있었으나, 타율 부문에서는 교타자들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미 많은 타자들이 부진의 늪에 빠져 있으며,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인 이치로라 하더라도 해밀턴의 타율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355 이상의 타율을 기록해야만 한다. 30대에 들어선 이후 체력적인 문제로 후반기만 되면 타율이 떨어졌던 이치로가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타점 부문에서는 2위 카를로스 쿠엔틴(48개)을 17개 차이로 멀찌감치 따돌리며 예약을 해놓은 상황이라, 지금 같은 타율과 홈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타격 3관왕 달성도 꿈이 아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라 하더라도 현재의 8홈런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대기록은 언제나 예상되었던 선수의 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예상 외의 깜짝 스타가 탄생해서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는 것이 기록이며, 그러한 일이 종종 벌어지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과연 해밀턴이 타격 3관왕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하기만 한다면 MVP는 팀 성적과 관계없이 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픔을 딛고 일어나 창공을 향해 훨훨 날아오르고 있는 해밀턴의 날개 짓이 무척이나 힘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