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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11승 달성한 브렌든 웹, 이제는 특급 에이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6. 7.

시즌 초반 9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다승 선두를 질주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브렌든 웹이 시즌 13번째 등판 만에 11승 달성에 성공했다.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11경기 중에 10번이나 승리를 챙겼고, 6이닝 4실점한 경기에서도 팀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할 수 있었다. 시즌 방어율은 2.58로 메이저리그 전체 7위에 불과(?)하지만 유일한 1점대 방어율로 1위에 올라 있는 에디슨 볼케즈(8승 2패 1.32)보다 3승을 더 챙기고 있다. 자기 자신의 뛰어나고도 꾸준한 투구 내용과 활발한 팀 타선이 뒷받침 된 결과다.


▶ 20승은 따논 당상?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월 6일 시점까지 11승을 따낸 것은 지난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즈 이후 처음이며, 내셔널리그에서는 1996년 존 스몰츠(이상 11승) 이후로 처음이다. 페드로는 그 해 23승을, 스몰츠는 24승을 거두며 리그 다승왕과 더불어 사이영상까지 거머쥐었다.


99년 페드로는 전반기에만 15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해 한 때 30승이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예측까지도 나왔었다. 2000년에는 데이빗 웰스가 전반기 15승을 달성했다. 웹은 앞으로 전반기에만 6~7회의 등판을 남겨두고 있다. 8년 만의 전반기 15승 투수를 보게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페드로와 웰스는 후반기 체력저하와 잔부상 등으로 인해 각각 8승과 5승을 추가하는 데 그쳐 23승과 20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웹은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페드로는 부실한 몸이 문제였고, 웰스는 당시 37살이라는 나이가 걸림돌이었지만 29살의 한창 나이에 데뷔 이후 부상으로 인한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 웹은 그러한 우려에서조차 자유롭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96년의 스몰츠와 2002년의 랜디 존슨(이상 24승)을 넘어 1990년 밥 웰치(27승) 이후의 최다승 투수로 등극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최소한 20승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내셔널리그에서는 20승 투수가 탄생하지 않았다. 그 자신 또한 지난 2006년에 16승 8패 방어율 3.10의 다소 부끄러운(?) 성적표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올해는 당당하게 20승과 2점대 방어율로 개인 통산 두 번째 사이영상을 노릴 수 있다.


아무리 볼케즈가 기적과 같은 1점대 방어율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6이닝 피처’라는 한계가 있는 한, 확실한 ‘7이닝 에이스’ 웹이 경쟁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 다승에서 확실히 앞서고 있는 터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재 사이영상 레이스를 가장 선두에 서서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 웹이다.


▶ 끊임없이 성장하는 에이스

웹의 경력 가운데 특이할만한 점은 그가 매년 성장하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2003년 신인으로서 규정이닝을 채우고 2점대 방어율(2.84-리그 4위)로 10승 9패를 기록했던 웹은 당장 리그에서 주목받는 투수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180이닝에서 12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피홈런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싱커는 이미 정상급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웹은 지독한 불운을 겪는다. 리그 15위에 해당하는 3.59의 방어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6패(7승)를 당한 것이다. 방어율은 3점대 중반이었지만, 당시 그의 실점율은 4.80이었다. 28점이나 되는 비자책점이 그에게 많은 패배를 가져다 준 것이었다. 빈약한 타선과 잦은 수비 실책, 그리고 그 자신의 많은 볼넷(208이닝 119개)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하지만 볼넷이 많았다 하더라도 비슷한 개수를 허용한 러스 오티즈(204.2이닝 112볼넷)가 4.13의 방어율로 15승을 챙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웹에게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아픔을 겪었던 웹은 이후로 매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어율은 3.59-3.54-3.10-3.01로 점점 낮아졌으며, 올해는 2점대 중반의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승수도 7승-14승-16승-18승으로 늘고 있으며 올해는 25승 이상을 하고도 남을 태세다.(현재의 승수를 그대로 35경기 기준으로 환산하면 29.6승)


사이영상을 수상하고도 이듬해 모든 면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더니, 올해는 할 술 더 뜨고 있다. 현재 애리조나는 33승 28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웹이 등판한 경기에서의 11승 2패를 제외하면 22승 26패로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웹이 다이아몬드백스 팀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가히 절대적인 수준이다.


▶ 현역 최강의 싱커볼러

웹이 던지는 싱커의 위력은 그의 피홈런 수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떨어지는 싱커의 특징은 타격 포인트가 방망이의 아래 부분으로 형성되면서 땅볼을 유도하고 장타를 억제한다는 점이다.


내야 수비진이 불안하다면 에러로 인해 자멸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실제로 2004년의 웹이 그러했다), 수비만 든든히 뒷받침 된다면 수많은 더블 플레이 유도와 더불어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모든 점수의 3분의 1이 홈런으로 만들어지는 현대 야구에서 피홈런이 적다는 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싱커볼러만의 장점이다.


올 시즌 웹은 90.2이닝을 던지면서 단 4개의 홈런만을 허용했다. 뿐만 아니라 통산 1179.2이닝 동안 내준 피홈런은 81개, 200이닝 기준으로 13.7개에 불과하다. 1000이닝 이상을 던진 현역 투수 가운데 그렉 매덕스(13.8개) 외에는 견줄 수 있는 투수가 없으며, 케빈 브라운(12.8개)의 뒤를 잇는 싱커의 대가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29살의 에이스. 팀 입장으로서 이보다 더 든든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애리조나는 이미 2006년 1월 웹을 4년 간 1950만 달러의 헐값으로 묶어 놓았고, 2010년에도 850만 달러의 옵션이 걸려있다.


▶ 이제는 산타나의 라이벌로...

올 시즌의 선전으로 인해 비슷한 연령대의 라이벌 로이 오스왈트(3.20)나 요한 산타나(3.21)를 제치고 현역 선수 중 통산 방어율 3위(3.17)에 올라 있다. 그보다 좋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즈(2.82)와 그렉 매덕스(3.12)뿐이다.


90년대는 그렉 매덕스와 로저 클레멘스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랜디 존슨이 단연 돋보이는 최고의 투수로 리그를 지배했다. 이후 요한 산타나가 리그를 주름 잡는가 했으나 확실한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지난해 제이크 피비와 자쉬 베켓에게 일시적으로 추월을 허용했다. 이런 와중에 웹이 두 번째 사이영상을 차지하게 된다면 산타나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되면서 당당한 라이벌로 평가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산타나와 웹은 동갑(79년생)이다.


둘은 웹이 신인이던 2003년에 딱 한 차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미네소타의 홈에서 열린 인터리그 경기에서는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의 좋은 피칭을 한 산타나가 6이닝 6피안타 8탈삼진 3실점의 웹에게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로 이적한 산타나는 지난 6월 1일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번째 승리를 거뒀다. 현재까지 시즌 성적은 7승 4패 3.08의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후반기에 더욱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산타나의 특성상 후반기에 맹추격하며 웹의 앞길을 막을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현재 리그의 판도를 이끌고 있는 두 가지 구질은 웹을 비롯해 로이 할라데이, 왕첸밍 등으로 대변되는 위력적인 싱커성 볼과, 산타나와 더불어 콜 하멜스, 제임스 쉴즈 등으로 대변되는 체인지업 계열이다. 두 구질의 최고 고수 두 명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안정된 선발투수’라는 평가는 늘 들어왔지만, ‘가장 뛰어난 투수’라는 평가는 받지 못했던 브렌든 웹. 올 시즌의 뛰어난 성적은 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자체를 바꾸어 놓을 만큼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