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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저스틴 듀크셔 ERA 1.99 AL 1위 등극

by 카이져 김홍석 2008. 6. 23.
 

지난해까지 구원투수로 활약하다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발로 전향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저스틴 듀크셔(Justin Duchscherer)가 시즌 방어율을 1점대로 끌어내리면서 리그 1위로 등극했다.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클랜드 홈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듀크셔는 7과 2/3이닝을 6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8승(4패)째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팀은 듀크셔의 호투와 12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지원 속에 7:1로 승리하며 3연전을 2승 1패로 기분 좋게 마감했다.


듀크셔는 2.08을 기록하고 있던 시즌 방어율을 1.99로 끌어내리며 1점대 진입과 더불어 리그 1위로 올라섰다.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던 클리프 리(2.45)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해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날 경기를 통해 기준을 넘어서면서 리를 2위로 밀어낸 것이다.


시즌 첫 번째 등판 이후 이두근 부상으로 3주를 결장했기에,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각종 순위권에서는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방어율 1위와 더불어 피안타율(.207)도 3위에 올랐고, 0.97의 WHIP은 양대리그를 통틀어서 단독 1위다.


물론 현재 오클랜드가 75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77이닝을 소화했을 뿐이라, 3일 후가 되면 잠시 동안 순위 차트에서 사라지겠지만, 다음 번 선발 등판 경기를 치르고 나면 계속해서 그 이름을 개인 타이틀 순위권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투수의 규정이닝은 팀이 치른 경기 수와 같다)


올해 서른 살인 듀크셔는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풀타임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4년 동안 2.83의 방어율을 기록했을 만큼 그는 릴리프로서도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선발 투수로 키워지던 선수였으며, 5년 만의 선발 전향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주며 팀 관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마이너리그부터 선발 유망주와 마무리 유망주를 구분지어서 관리하는 메이저리그에서 구원투수로 활약하던 선수가 선발로 전향해서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그다지 흔치 않다. 특히 듀크셔 만큼이나 선발로 완벽하게 적응한 선수는 더욱 그렇다.


21세기로 들어선 이후 가장 인상적인 구원투수의 선발 전향은 2002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릭 로우였다. 마무리투수로서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던 로우는 팀의 필요에 따라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고, 그 해 당장 21승 8패 2.58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다. 로우는 그 이후로 안정적인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까지 6년간 92승을 거두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올해도 5승 6패 방어율 3.90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


듀크셔의 경우도 본인의 의향보다는 선발 자원이 모자랐던 팀에서 자구책으로 내놓은 카드였다. 하지만 그 복권이 당첨되면서 오클랜드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구원투수의 선발 전향은 체력 문제 때문에 초반에만 반짝하고 후반기 들어 고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듀크셔도 그러한 고비를 넘어야 데릭 로우와 같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지금 당장은 그 과정이 매우 순조롭다. 빌리 빈 단장의 마술 같은 팀 운영은 듀크셔를 통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