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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1번 타자 홈런왕이 탄생할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7. 4.

이미 [MLBspecial]을 통해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선호하는 1번 타자의 스타일이 바뀌고 있음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그러한 새로운 유형의 1번 타자 중 한 명이 홈런왕에까지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최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1번 타자 그래디 사이즈모어의 방망이가 무척이나 뜨겁다.


다만 그 활발한 타격이 보통의 1번 타자들처럼 많은 안타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홈런포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지도 모르겠다.


▷ 1번 타자 사이즈모어, 홈런왕에 도전하다

한국 시간으로 3일 경기에서 사이즈모어는 2개의 솔로 홈런(21호)을 터뜨린 사이즈모어는 지난 2주 동안 홈런이 없던 자쉬 해밀턴(19개) 등의 2위 그룹을 2개 차이로 따돌리고 아메리칸 리그 홈런부문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한 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을 기록한 것도 올 들어 벌써 4번째.


1982년생인 사이즈모어는 지난 200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이듬해인 2005년부터 인디언스의 1번 타자 자리를 지켜온 왼손 강타자다. 빠른 발과 파워, 거기에 멋진 외야 수비능력까지 겸비한 그는 팀의 보물이다.


2005년부터 사이즈모어는 매년 20홈런-20도루 이상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외야수부문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평균 121득점을 기록했으며, 이는 이치로(111득점)조차 넘어서는 것으로 아메리칸 리그의 1번 타자들 가운데 단연 최고의 성적이다. 올 시즌은 시즌의 절반가량이 흐른 3일 현재 21홈런 20도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4년 연속 20-20을 확정지었다.


현재 사이즈모어의 홈런-도루 페이스를 풀 시즌으로 환산하면 41홈런 39도루가 된다. 후반기 들어 다소 페이스가 떨어질 것을 감안하더라도 30-30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좀 더 욕심을 낸다면 40-40도 노려볼만 하다. 굉장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어떤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현대야구에서 1번 타자가 리그 홈런왕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라이브볼 시대 이후 1번으로만 활약한 선수가 홈런왕에 등극한 사례는 없었다.


최근에는 알폰소 소리아노가 40개를 넘나드는 개수의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홈런왕과는 인연이 없었고, 지난 199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브래디 앤더슨이 1,2번을 오가며 50홈런을 때려냈지만 2위(1위는 52개의 마크 맥과이어)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사이즈모어가 홈런왕에 등극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대사건이 될 전망이다.


▷ 쉽지 않을 것 같은 홈런왕의 여정

물론 사이즈모어의 홈런왕 도전도 그다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위 그룹은 어떻게 따돌린다 하더라도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선수가 무서운 페이스로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홈런왕이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3일 홈런포를 추가하며 6위(17개)로 올라섰다. 최종 37개가 예상되고 있지만, 부상 복귀 후 41경기에서 13개를 때려낸 페이스를 감안한다면 40개를 넘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에이로드가 건강하게 시합에 출장하고 있는 이상 아메리칸리그의 그 누구도 홈런왕에 대해 섣불리 자신감을 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사이즈모어가 로드리게스마저 따돌리고 홈런왕에 등극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 된다.


26번째 생일을 한 달 남겨둔 사이즈모어는 통산 99홈런 99도루를 기록 중이다. 100홈런-100도루 달성까지 각각 하나씩 남겨놓은 상태. 현역 선수들 가운데 동일한 기록을 26세 생일 이전에 달성한 선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211홈런 137도루)와 앤드류 존스(190홈런 114도루)뿐이다.


높은 타율과 많은 안타로 대변되던 좋은 1번 타자의 역할을 홈런포와 볼넷으로 대신하고 있는 사이즈모어. 시즌 타율은 .267에 불과하지만 49개나 되는 볼넷을 얻은 덕에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 이상이 높은 .372다. 더군다나 .534의 장타율은 리그 7위의 기록. 도저히 1번 타자로 생각되지 않는 성적이지만, 분명히 이 선수는 올 시즌 출장한 82번의 경기에서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모두 1번 타자로 나섰다.


▷ NL에는 헨리 라미레즈

재미있게도 1번 타자로서 홈런왕과 40-40에 도전하고 있는 선수가 사이즈모어 혼자만은 아니다. 내셔널리그에도 그와 같은 괴물이 있다.


플로리다 말린스의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는 사이즈모어보다 하루 앞선 2일(한국시간) 올 시즌 20번째 홈런을 터뜨리며 20홈런-20도루 클럽에 첫 번째로 등록했다. 지난해 29홈런 51도루로 아쉽게 30-30클럽 가입에 실패했던 라미레즈는 올 시즌 더욱 성장한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페이스는 시즌 종료 시점에서 39홈런 39도루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 역시도 사이즈모어처럼 최근에 방망이가 달아오른 케이스라 대기록에 도전해볼만 하다. 홈런에서도 선두 그룹과 3개 차이에 불과하다. 라미레즈도 말린스의 1번 타자다.



▷ 파워형 1번 타자 vs 발 빠른 1번 타자

현재 메이저리그의 1번 타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위의 두 선수와 알폰소 소리아노로 대변되는 뛰어난 파워를 지닌 1번 타자들은 그 장점을 살리고 있고, 이치로와 후안 피에르 등으로 대변되는 전통적 관점에서의 1번 타자들은 쉬지 않고 달리는 것으로 자신들을 차별화한다.


도루가 팀 승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세이버매트리션들의 영향으로 인해 2000년대 초반 한 때 각 팀의 1번 타자들이 도루를 자제한다는 인상을 준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사이즈모어나 라미레즈 그리고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에 빛나는 지미 롤린스 등의 파워형 1번 타자가 리그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1번 타자들은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총 7번 나왔던 50+도루가 지난 3년 동안에는 2005년 4명 2006년 5명 2007년 6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올해도 6명의 선수가 5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할 전망. 작은 야구에 능하고 발 빠른 선수들도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며 새로운 파도와 경쟁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다.


너무나도 다른 이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은 메이저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1번 타자가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은 아직까지는 어색하기만 하다. 40-40과 더불어 홈런왕까지 노리는 사이즈모어와 라미레즈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