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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 MLB 올스타전-당연히 이번에도 AL가 승리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7. 14.

한국시간으로 오는 수요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은 팬서비스의 성격이 가장 짙으면서도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승부다. 이 경기의 승패에 따라 월드시리즈 홈어드벤티지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


그렇다면 이번 79회 올스타전은 과연 어느 팀이 승리를 가져갈까?


필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아메리칸리그가 승리를 거둘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지금부터 살펴볼 몇 가지 근거를 보게 된다면, 그 생각에 100% 공감할 것이 틀림없다.


올스타전이 처음으로 열린 1933년 이후 승부의 추는 35승 2무 40패를 기록한 내셔널리그 쪽으로 어느 정도 기울어 있다. 특히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내셔널리그가 37승 1무 22패로 큰 차이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금력이나 선수 구성 면에서 아메리칸리그가 내셔널리그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90년대 이후 열린 17번의 올스타전에서는 아메리칸리그가 13승 1무 3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지난 1997년 이후에는 아메리칸리그가 2002년의 무승부를 제외하면 10연승을 기록 중이다. 이제 양 리그의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패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내셔널리그의 올스타전 승리?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AL를 대표하는 올스타 선수들

아래의 표는 이번 2008 올스타전에서 리그를 대표해 선발 출장할 것으로 보이는 타자들의 예상 타순과 현재까지의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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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투표에서 지명타자로 선발된 데이빗 오티즈가 출장하지 못할 예정이라, 그 대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밀튼 브래들리가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짜임새로 보나 이름값으로 보나 부족할 것 하나 없는 라인업이다.


이들 외에도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1위인 이안 킨슬러와 마이클 영, 리그 홈런 선두 그래디 사이즈모어(23홈런 21도루), 좋은 타격을 선보이고 있는 저스틴 모노(14홈런 68타점), J.D. 드류(17홈런 54타점), 카를로스 쿠엔틴(21홈런 68타점) 등이 백업 선수로 포함되어 있다. 파이널 투표에서 선정되며 신인 신분으로 올스타의 영광을 차지한 에반 롱고리아(16홈런 53타점)도 관심의 대상.


선발 투수로는 로이 할라데이(11승 6패 2.71)와 클리프 리(12승 2패 2.31) 가운데 한 명이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저스틴 듀크셔(10승 5패 1.78)와 조 손더스(12승 5패 3.07), 어빈 산타나(11승 3패 3.34), 스캇 카즈미어(7승 4패 2.69)가 선발 투수로서 올스타에 뽑혔다. 근래 투수진 선발에서 이렇게 이견이 없었던 무난한 선발도 드물다.


이들이 2008시즌 제79회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를 승리로 이끌 것이다.


▷ AL와 NL의 현격한 수준차 - 인터리그

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 3할 3푼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는 겨우 한 명, 내셔널리그는 4명이다.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도 아메리칸 리그가 4명에 불과한 반면, 내셔널리그는 12명이나 된다. 얼핏 보면 아메리칸리그 타자들의 수준이 내셔널리그 타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할이라고 다 같은 3할이 아니다. 아메리칸리그의 3할 타자와 내셔널리그의 3할 타자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와 같은 증거는 지난 인터리그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올 시즌 양대 리그는 총 252번의 인터리그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아메리칸리그는 149승 103패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59%와 41%의 승률이 의미하는 것. 적어도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이 18%의 차이는 ‘절대적인 수준의 차이’를 의미한다.


아메리칸리그의 14개 팀 가운데 인터리그에서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한 팀은 단 두 팀에 불과하다. 반대로 내셔널리그는 5할 이상을 기록한 팀이 16개 팀 가운데 3팀 밖에 되지 않는다. 약체로 유명한 캔자스시티조차 인터리그에서는 13승 5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을 정도로 내셔널리그 팀들은 철저하게 아메리칸리그 팀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이것을 양대 리그가 가지는 기본적인 수준차이 외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올 시즌만 그랬다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메리칸리그는 지난 2004년부터 5년 연속으로 인터리그에서 우위를 내준 적이 없다.


이러니 아메리칸리그의 3할과 내셔널리그의 3할은 질적으로 틀리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내셔널리그처럼 평균 50점짜리 리그에서는 100점짜리 선수들이 훨씬 더 특출난 성적을 낼 수 있겠지만, 아메리칸리그처럼 평균이 70점 이상인 리그에서는 100점짜리 선수라 해도 독보적인 성적을 낼 수는 없다.


무엇보다 평균이 다르다면 최상급 선수들의 레벨도 조금은 차이가 나게 마련. 그런 선수들이 모인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계속해서 승리를 거뒀던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올시즌 아메리칸리그 전체의 방어율은 4.12다. 그 중 같은 리그의 팀들끼리 붙었을 때는 4.22로 더욱 높은 방어율을 기록하지만 내셔널리그 팀과 상대할 때는 방어율이 3.70까지 낮아진다. 쉽게 말해 아메리칸리그의 타자들보다 내셔널리그의 타자들이 요리하기 쉽다는 뜻이다.


인터리그의 절반은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 룰로 경기를 하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아메리칸리그 팀들끼리 경기할 때는 4.54점이던 팀당 평균 득점이 내셔널리그와 할 때는 4.96점까지 높아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투타에 걸쳐 전반적인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니 아메리칸리그 선수들과 내셔널리그 선수들의 성적을 액면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적어도 아메리칸리그 소속의 선수들에게는 +@의 가중치를 두고 바라보지 않으면 곤란하다.



▷ 구원투수의 ‘질’적 차이

양 팀의 감독인 테리 프랑코나(보스턴 레드삭스)와 클린트 허들(콜로라도 로키스)은 각각 12명씩의 투수를 올스타로 선정했다. 재밌게도 아메리칸리그는 그 가운데 절반인 6명이 각 팀의 마무리들이다. 내셔널리그는 4명밖에 뽑지 않았다.


이 같은 차이는 각 팀당 한명씩은 뽑아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시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양대 리그 마무리들의 수준차이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역 마무리 투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를 꼽는다면 어떤 선수들이 꼽힐까? 메이저리그 판타지 게임을 즐기는 한국의 팬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메이저리그 3대 마무리’로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 조나단 파펠본(보스턴 레드삭스) 그리고 조 네이든(미네소타 트윈스)를 꼽는다. 이들은 모두 아메리칸 리그 소속이며 당연히 이번 올스타전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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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는 이번 올스타전에 선발된 10명의 마무리 투수들의 올 시즌 현재까지의 성적이다. 질로보나 양으로 보나 아메리칸 리그의 압도적인 우위다. 그나마 내셔널리그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선수는 브래드 릿지 정도. 게다가 케리 우드는 부상으로 인해 출장이 불투명한 상태다.


양 리그의 선발 투수들의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 질적으로는 당연히 아메리칸리그 소속의 선발 투수들이 앞서지만, 양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동급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올스타전에서 한 선수가 크게 무너지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승부는 후반에 갈릴 확률이 크다. 그러면 당연히 뒷문 단속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6회까지 리드를 지키고 있다면 프랑코나 감독은 분명히 7회부터 네이든-파펠본-리베라로 이어지는 사상 유례가 없는 특급 계투진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릴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상대팀에게 공포 그 자체나 다름없다.



▷ 감독의 용병술 - 더욱 간절한 프랑코나 감독

한국야구와는 다르게 메이저리그는 감독이 경기를 주도하지는 않는다. 경기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수들 본인이며, 감독의 영향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크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선수 기용권’와 ‘작전 지시권’을 지니고 있는 만큼 그 역할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번 올스타전에 임하는 양대 리그 대표팀의 코칭 스태프 가운데 어디가 더 승리에 목말라 있을까?


올스타전 감독은 지난해 리그 우승팀의 감독이 맡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미묘한 차이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리고 올해도 그러한 차이가 만들어질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보스턴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소속팀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월드시리즈 홈 어드벤티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반면 콜로라도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이미 로키스의 시즌이 ‘쫑’난 마당에 승리에 집착할 이유가 전혀 없다.


크게 두드러지진 않겠지만 프랑코나 감독은 ‘이기기 위한 용병술’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미 지난 2005년에 올스타전 지휘봉을 잡아 팀을 승리로 이끈 경력이 있으며, 당시 리그 홈런 1위를 달리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2번 타순에 집어넣는 파격적인 용병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도 승리를 위해 어떤 파격을 보여줄지가 기대되는 감독이다.


이와 반대로 허들 감독은 팬들의 재미를 위해 ‘보여주기 위한 용병술’을 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무리 센디에이고의 버드 블랙 감독과 시카고 컵스의 루 피넬라 감독이 코치로 함께 벤치에 앉아 있겠지만, 대놓고 이의를 제기할 입장은 아니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 그리고 경험의 차이까지. 승부가 접전 양상으로 흐르게 된다면 허들 감독은 승부수를 던질 프랑코나 감독을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이미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두 감독의 우위는 여실히 판명나지 않았던가.



결론 : 옛말에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고 했다. 아메리칸리그는 내셔널리그가 목표로 하기엔 너무나도 큰 거목이다. 승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P.S. 본 칼럼은 [야구라의 뻬이스볼]-‘2008 MLB 올스타전-기필코 이번에는 NL가 승리한다!’와 연관되는 것으로, 글의 재미와 흥미를 돋우기 위해 약간의 과장과 거침없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