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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 올스타전 홈런더비 결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7. 15.
 

라이언 하워드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불참. 그리고 성사직전까지 도달했던 이치로까지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참가하지 못하게 된 이번 올스타전 홈런더비.


그렇기 때문에 별 볼일 없을 줄 알았던 홈런더비가 단 한 명의 스타로 인해 후끈 달아올라 버렸네요. 자쉬 해밀턴은 감동+경악을 팬들에게 선물하며 진정한 홈런더비 챔피언으로 등극했습니다. 물론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저스틴 모노가 가져갔지만, 그 스스로도 찜찜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겠죠.


아래는 이번 홈런 더비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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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어글라가 6개를 칠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홈런 가뭄에 시달렸던 지난해 더비에서는 1라운드 최고 개수가 5개였었죠. 그 때문에 어글라도 1라운드 정도는 통과가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좌타자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양키스타디움에서 우타자인 어글라가 6개를 쳤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결과를 예견했던 것이겠죠.


아무리 양키스타디움이 좌타자에게 유리하다곤 하지만 사이즈모어가 홈런 더비 1위를 노리기는 무리가 있었죠. 6개를 친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라운드 탈락은 좀 아쉬웠지만요.


에반 롱고리아의 경우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홈런이 잘 나오지 않자 당황한 듯한 모습까지 보였었구요. 지난 1997년 노마 가르시아파라 이후 신인 타자로서는 11년 만에 홈런 더비에 초청받은 롱고리아인데요. 역시 올스타전과 같은 화려한 축제무대에서의 중압감을 이겨내기는 힘들었나 보네요. 3개로 일찌감치 탈락이 결정되었습니다.


오늘의 교훈이 있다면 ‘치는 타자만큼이나 던져주는 사람도 중요하다’가 아닐까 싶네요. 자쉬 해밀턴의 고교 코치인 카운셀 씨가 굉장한 수준의 배팅볼 투수였다면 채이스 어틀리의 파트너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을 던져주면 아무리 잘 쳐도 홈런이 나오기 힘들겠죠. 아쉽게 5개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마치 이번 홈런 더비는 전반의 4명과 후반의 4명이 완전히 다른 레벨의 선수들로 구성된 듯 싶었습니다. 6개를 친 어글라와 사이즈모어는 기대를 좀 했겠지만, 랜스 버크만부터 시작된 후반부의 4명은 차원이 달랐죠. 뒤로 갈수록 수준이 높아졌다고나 할까요?


이번이 4번째 참가인 버크만은 좌타석에 들어서서 8개의 홈런을 날렸습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보였고, 이번에야 말로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겠다 싶었죠. 8번째 선수가 등장하기 전까진요.


억울한 주인공이 되고만 저스틴 모노. 1라운드에서 버크만과 같은 8개를 때려내며 일찌감치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자신의 우승을 상상하고 있었을까요?


라이언 브론은 첫 5개의 아웃 카운트에서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었는데요, 후반에 감을 잡으며 7개를 때려냈죠. 개인적으로는 이 친구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제 이날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71세의 고교시절 코치와 함께 등장한 해밀턴. 그를 마지막 순서에 배치한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초점이 해밀턴에게 맞춰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요. 이게 웬일입니까. 무려 2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3년 전 바비 어브레유가 기록한 단일 라운드 최다 홈런기록(24개)를 갈아치웠습니다. 엄청난 포스. 닷컴에 가면 동영상 보실 수 있으까 꼭 찾아서 보시길... 정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굉장했습니다. 카운셀 코치는 1라운드에서만 100구 가량을 던졌더군요.


홈런더비는 1라운드에서 4명을 추려내고 2라운드까지의 합산을 통해 최종 결승 진출자 두 명을 가립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오히려 해밀턴의 발목을 잡고 말았죠.


2라운드에서 6개를 때린 버크만과 7개를 때린 브론은 합계 14개로 탈락합니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도 9개를 때려내며 괜찮은 컨디션을 과시한 모노와 아웃카운트 4개 만에 4개의 홈런을 때려낸 후 2라운드를 끝마친 해밀턴이 결승에 진출하죠. 해밀턴의 체력이 바닥난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웠지만, 2라운드에서도 맘만 먹었으면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할 듯한 태세였죠.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해밀턴의 우승을 의심하지는 않았었습니다.


홈런 더비의 특성상 라운드가 지나면 지날 수록 대체적으로 홈런수는 감소합니다.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가 없죠. 1~2라운드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모노도 결승에서는 5개에 그치고 맙니다. 해밀턴의 컨디션을 생각해 봤을 때 우승 가능성은 없어보였죠.


하지만 해밀턴의 문제는 그 자신보다 카운셀 코치에게 있었습니다. 체력이 바닥난 가운데 속도도 느려지고 제구도 잘 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 카운셀 코치의 공을 억지로 받아쳐서 담장을 넘길 수는 없었던 거죠. 결국 해밀턴은 최종 결승에서 3개에 그치며 우승의 영광을 모노에게 넘겨줍니다.


‘주인공은 아닌 우승자’ 저스틴 모노. 스스로도 조금은 겸연쩍겠지만, 누가 뭐래도 2008년의 챔피언은 모노입니다. 물론 항상 ‘총 개수에서는 해밀턴이 앞섰다’라는 꼬리표가 달리겠지만요.


그만큼 이날의 진정한 주인공 해밀턴의 홈런포는 가공했습니다. 응원을 핑계삼아 구경하고 있던 동료 선수들까지 모두 후끈 달아오를 정도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