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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제국의 역습이 시작되다 - 뉴욕 양키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7. 26.

뉴욕 양키스, 그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가장 비싸며, 가장 자주 언론을 장식하는 요란한 팀. ‘올 시즌은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평가를 비웃듯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26일(한국시간) 벌어진 최고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맞대결을 승리하며,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7연승을 달성. 지구 1위인 템파베이와는 3경기 차, 와일드카드 선두인 보스턴과의 승차는 2경기로 줄였다. 전반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보스턴과 6경기, 템파베이와 5.5경기 차였던 것을 떠올리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보스턴과의 경기가 있기 직전, 또 다른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4:2 트레이드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막 포효하기 시작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겪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양키스의 강함. 그 비결은 무엇일까?


▷ 믿음직한 4번 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소속팀의 성적에 이토록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선수가 또 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영향력을 지녔던 선수는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어) 메이저리그를 압도하던 전성기의 본즈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원래 알렉스 로드리게스, 에이로드는 항상 타격이 강한 팀에 소속되는 바람에 그 영양가에 대한 의혹을 받아왔던 선수다. 시애틀 시절에는 당대 최고 타자였던 켄 그리피 주니어를 비롯해 에드가 마르티네즈, 제이 뷰너 등이 함께했고, 텍사스는 원래부터 타격이 강하기로 유명한 팀이었다. 실제로 양키스에 몸담은 이후에도 2006년까지는 그러한 논란이 계속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에이로드가 없어도 양키스는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와 팬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에이로드는 한 꺼풀 벗은 느낌이고, 양키스는 완전히 그의 팀이 되었다.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양키스의 캡틴은 데릭 지터지만, 이제 양키스를 대표하는 얼굴을 에이로드다.


마돈나와의 염문설에 휘말리고 아내와의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의 방망이는 거침이 없다. 홈런 페이스는 지난해만 못하지만 20경기를 결장하고도 홈런 5위, 타율 3위, 장타율 1위에 올라 있다. 팀 내 1위, 리그 전체 11위에 올라 있는 15개의 도루는 덤.


에이로드가 출장한 82경기에서 49승 33패를 기록한 양키스는 그가 결장한 20경기에서는 12패(8승)나 당했다. 이제 에이로드가 없는 양키스 타선은 그저 그런 수준에 불과하다.


▷ 20승을 노리는 ‘무관의 제왕’ 마이크 무시나

에이로드가 팀의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중심축이라면 마이크 무시나는 양키스의 지금과 같은 상승세의 원동력이 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많은 전문가들이 양키스의 전력에 물음표를 그렸던 것은 필 휴즈와 이안 케네디라는 두 명의 영건 선발진이 실패했을 때, 그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그 둘은 물론 에이스인 왕첸밍까지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양키스는 3점대의 팀 방어율(3.96-리그 7위)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다승 2위에 올라 있는 마이크 무시나(13승 6패 3.26)의 공이 가장 컸다.


현재 무시나는 20승 페이스로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통산 263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사이영상을 수상하거나 20승을 달성한 경력이 없어 과소평가 받아왔던 ‘비운의 에이스’가 생애 최초로 20승이라는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선수들이 ‘돈’을 따라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무시나만은 예외였다. 양키스를 싫어하던 팬들도 무시나가 볼티모어를 벗어나 양키스로 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무시나는 충분히 좋은 팀에서 우승에 도전할만한 자격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시나가 합류 한 이후 양키스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예전처럼 경기당 7이닝을 책임져주는 확실한 에이스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의 연승가도는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어느덧 마흔이 된 무관의 제왕의 꿈(20승+우승)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는 현재 양키스의 에이스다.


▷ 언제나 기대이상! 조바 체임벌린

무시나와 앤디 페티트가 노장 원투 펀치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면, 신성 조바 체임벌린(3승 3패 2.30)은 선발진의 또 다른 초강력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양키스 불펜진을 구원하는 조커의 역할을 맡았던 체임벌린은, 올해도 구원투수로서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휴즈-케네디가 부상과 부진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지자 그들 대신 선발진에 합류해 또 다시 그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26일 경기에서 보스턴 타선을 7이닝 무실점으로 제압하며 승리투수가 된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고의 셋업맨에서 선발 투수로 변신한 후에도 체임벌린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4점을 허용한 적이 없으며, 양키스는 체임벌린이 선발 등판한 9경기에서 6승을 챙겼다.


▷ 그 명성 그대로! 마리아노 리베라

828경기 66승 47패 469세이브 방어율 2.30의 통산 성적, 포스트 시즌 76경기 117.1이닝 방어율 0.77 8승 1패 34세이브, 올스타전에 통산 성적 7이닝 무실점 3세이브.


‘역대 최고의 마무리’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는 올해도 무시무시한 위력을 뽐내고 있다. 2008년의 리베라는 단 한 번의 구원 실패도 없이 26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모두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더군다나 1.17이라는 방어율과 0.67의 WHIP(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비율, 1.00 정도만 되도 특급이라는 평가)은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다.


선발 투수들의 방어율은 4.27(리그 8위)이지만 리베라를 비롯한 구원 투수들의 방어율은 3.39(리그 4위)로 수준급이다. 현대 야구에서 불펜이 강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 트레이드 - 네이디와 마테의 가세

브라이언 캐시맨 양키스 단장이 오랜만에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피츠버그에게 유망주 4명을 내어주고 외야수 하비에르 네이디와 구원투수 다마소 마테를 받아 온 것이다. 이미 시즌을 포기한 마당에 양키스 유망주 랭킹 3위인 호세 타바타(더블 A 소속)를 받아온 피츠버그 입장에서도 크게 손해 본 트레이드는 아니라는 평이지만, 지금 당장의 전력 강화 요인으로 봤을 때, 보스턴과 템파베이 입장에서는 목이 뻐근해질만한 트레이드다.


지난해 20홈런 72타점의 괜찮은 활약을 펼쳤던 네이디는 서른이 된 올 시즌 그 기량을 만개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내셔널리그 5위에 랭크되어 있는 .330의 고타율과 14홈런 57타점을 기록하고 있던 네이디는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큰 마쓰이 히데키의 빈자리를 채워줄 예정이다. 무엇보다 9할이 넘는 OPS(.919)를 기록 중인 네이디가 6,7번 타순에 배치된다면 상대 투수들은 더욱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외야 전 포지션과 1루 수비가 가능한 ‘만능 유틸맨’ 네이디의 가세는 수비의 측면에서도 이득이 있다. 양키스는 102경기에서 겨우 52개의 실책밖에 범하지 않아, 리그에서 2번째로 좋은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도 카노-지터-에이로드로 이어지는 내야 수비진은 매우 안정적이다. 이러한 뛰어난 수비력은 양키스가 상승세를 탈 수 있는 또 하나의 비결이기도 하다.


다마소 마테는 통산 3.21의 방어율을 기록 하고 있는 10년차 베터랑 구원투수다. 팬들에게는 주로 핵심 셋업맨으로 활약하다가 팀의 주전 마무리 투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하면 한 동안 대신해서 그 역할을 맡았던 투수로 기억되어 있다. 올 시즌도 피츠버그의 클로져 맷 캡스(2승 3패 17세이브 3.12)가 부상을 당한 틈을 타 5세이브를 기록 중 이다. 4승 무패 5세이브 3.47의 방어율. 양키스에서 환영할 만한 투수다.


현재 양키스 투수진에는 페티트를 제외하고는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선수가 없다. 덕분에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는 상황. 이 때 들려온 마테의 합류 소식은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을 것이다.


▷ 라이벌 레드삭스를 꺾어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이번 3연전 가운데 첫 경기는 조바 체임벌린이 보스턴 선발 자쉬 베켓을 제압하며 승리를 따냈다. 만약 3연전을 양키스가 모두 쓸어 담는다면 보스턴과의 승차는 제로가 된다.


2차전의 양 팀 선발 투수는 앤디 페티트(11승 7패 3.86)와 팀 웨이크필드(6승 7패 3.69), 3차전 선발은 시드니 폰슨(6승 1패 4.02)과 존 레스터(8승 3패 3.20)다. 이번 3연전의 결과에 따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판도는 그케 요동칠 전망이다.


지금의 기세는 양키스가 거침없이 질주하며 지구 1위까지도 탈환할 듯 보이지만, 쉽지만은 많다. 후반기 들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데이빗 오티즈가 복귀한 ‘레드삭스 네이션’ 보스턴은 만만히 볼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게다가 양키스가 자신들의 약점을 보강할 만한 움직임을 보여준 마당에 보스턴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의 대역전극 이후 양키스는 계속 레드삭스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에는 10년 만에 지구 1위 자리를 넘겨주기도 했다.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템파베이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역시나 신경이 쓰이는 건 보스턴이다. 어차피 보스턴에만 승리한다면 최소한 와일드카드는 확보할 수 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3연전이 끝난 후 승리의 미소를 짓는 팀은 누가 될까? 흥미진진한 이들 두 팀의 대결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PS. 3연전이 마무리 되는 월요일에 올라갈 다음 번 칼럼의 주인공은 보스턴 레드삭스다. 그 칼럼의 분위기는 이번 3연전의 결과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