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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박태환과 펠프스가 400m에서 맞붙는다면?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12.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능성만큼은 충분히 보여주었다!!"


오늘 200m 자유형 결승에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의 모습은 다시 한 번 전 국민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다관왕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꿈. 벌써부터 4년 후를 내다본다는 것이 다소 오버일지는 모르지만 꿈을 꾸는 것은 팬들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오늘 레이스를 지켜보면서 문득 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마이클 펠프스가 400m에도 출장했다면, 그래서 박태환과 금메달을 놓고 겨루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다소 발칙한 상상이라 해도 좋다. 하지만 한번쯤 그러한 대결을 보고 싶은 맘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펠프스가 자유형 400m에 출전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일정 때문이다. 개인 혼영 400m와 일정이 겹치기 때문에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더 높은 혼영 400m를 위해 자유형 400m를 포기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유형 100m도 마찬가지.


펠프스가 이번에 8관왕을 노리고 출장하는 종목은 자유형 200m, 개인혼영 200m와 400m, 접영 100m와 200m, 자유형 4×100m와 8×100m 계영, 4×100m 혼계영까지. 이 가운데 자유형 100m와 400m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펠프스는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펠프스는 남자 자유형 4×100 계영에서 첫 번째 주자로 출전해 47초 51로 터치패드를 두드렸다. 이는 프랑스의 알랭 베르나르가 보유하고 있던 세계 기록에 불과 0.01초 뒤지는 엄청난 기록. 비록 같이 1번 주자로 나선 호주의 에먼 설리번이 47초 24를 기록하며 베르나르의 기록을 깨는 바람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펠프스가 마음먹고 준비하기만 하면 100m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레이스였다.


이는 400m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200m 자유형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울 만큼의 앞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펠프스가 400m에는 약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제로 개인 혼영 400m에서는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하지 않았던가. 400m를 소화할 만한 체력과 운영 능력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단지 혼영에서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에 자유형을 포기했을 뿐, 일정의 압박에서 벗어나 출장하기만 한다면 당연히 강력한 우승후보임에 틀림없다.(혼영에는 이렇다 할 라이벌이 없지만, 400m에는 박태환과 그랜트 헤켓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존재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만약 올림픽이 보름이 아닌 한 달이었다면, 그래서 수영 종목이 이틀이나 사흘에 한 종목씩 진행되었더라면, 펠프스의 도전은 8관왕이 아닌 최소 10관왕 이상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펠프스는 진지하게 자유형 400m에 도전한 적이 없다. 3분 47초대의 기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최선을 다한 기록은 아니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도 400m에 대한 도전 가능성을 내비치다가, 결국 시합 당일 포기하고 말았다.


펠프스가 진지하게 자유형 400m에 도전한다면 박태환과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 팬으로서 둘의 대결이 성사되었으면 하는 소망. 이것이 성사된다면 그야말로 ‘드림매치’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한국의 국민들에게 꿈을 보여준 박태환의 팬으로써, 그리고 8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는 펠프스의 위대함을 인정하게 된 한 사람으로써, 언젠가는 자유형 400m에서 둘이 1위를 놓고 경쟁하는 꿈의 레이스를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 무대는 굳이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세계 선수권을 비롯한 기타 국제무대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와 ‘아시아의 마린 보이’이자 차세대 1인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박태환. 펠프스의 주 종목인 200m에서의 승부는 지켜봤으니, 이번에는 박태환의 주 종목에서의 승부를 한 번쯤 보고 싶다.


물론 마음 속 한 편에는 ‘골든 보이’ 박태환의 승리를 믿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