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tra Sports

없는 자의 설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14.

현재 MLB에 있는 30개 구단 중 월드 시리즈 우승 경력이 가장 많은 세 팀은 과연 어디일까요? 네 정답은 1위 뉴욕 양키스 2위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 3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응? 오클랜드? 네 맞습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아홉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 경력(물론 오클랜드의 전신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까지 합쳐서이죠)으로 이 부문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명문 구단(?)의 반열에 올라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려 스물 여덟 시즌이나 4할도 안되는 승률로, 특히 1916년에는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 기록인 .235를 말꼼하게 마크하는 굴욕을 겪으며 동네북 취급을 당한 경력이 있는 불쌍한 팀이기도 합니다. 

                           

머니볼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통해 미국 뿐 아니라 야구(MLB)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에까지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만약 이 오클랜드를 한마디 단어로 표현하라 한다면 과연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빌리빈? 머니볼? 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가난함"이라고 말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장동건이 있으면 박휘순이 있고 이건희가 있으면 저같은 가난뱅이가 있듯 메이저리그에도 당연히 잘하는 구단, 못하는구단, 부자 구단, 거지 구단이 있겠지만서도 어째 이들의 롤러 코스터같은 성적의 굴곡 속에 뭔가 가난이라는 깊고 애절한 사연이 촉촉히 젖어 있다고 느껴지는 바, 오늘은 한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걸어온 질곡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다들 손수건 준비하시고 혹시 여성 분이 있으시다면 마스카라 깔끔히 지운 후 읽어주시길...



1. 가난으로 날려버린 두 번의 코니 맥 왕조

뭐 애슬레틱스의 역사를 거론하는데 역사상 최고의 명장 코니 맥을 빼놓는다면 그건 정말 이야기의 절반을 덩그러니 잘라놓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죠. 1901년 내셔널리그에 필라델피아 애슬래틱스로 뛰어들면서 역사를 시작한 오클랜드는 1950년까지 무려 50년 동안 코니 맥의 지휘하에 운영됩니다.(이게 말이나 되는지..) 

                              

아무튼 애슬래틱스의 감독겸 단장 겸 공동 구단주였던 그는 사실 돈이 그리 많지 않기도 했지만 워낙 구두쇠라 그에 감독 실력 못지 않게 구단에 어떤 형태로든 돈을 투자하려 하지 않기로 유명했습니다. 거지 구단 오클랜드의 기구한 운명은 이 때 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코니맥은 너무나 실리적이라 야구를 대함에 있어서도 절대 경제 관념을 떼어놓지 않았습니다. 맥은 늘 "초반에 엄청난 페이스로 잘나가다가 시즌 말미에 무너져 내려 꼴지를 하는 것이 돈버는대는 최고의 시나리오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요. 시즌 초반 잘 나가면 관중들이 많이 몰릴 것이고 그렇게 입장 수입을 극대화 한 후 시즌 말미 추락하여 팀이 매일 지기만 한다면 다음 시즌 팀 선수들의 연봉을 올려줄 명분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라는 거죠.


1932년 7월 10일에 있었던 일은 그의 구두쇠 정신을 정말 여실히 보여주는데요, 당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하루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루 경기 하려고 팀의 모든 선수를 데려가는 건 기차삯 낭비라는 말도 안되는 발상으로 투수를 달랑 두명(선발 한명, 마무리 한명)만 데리고 갔다가 경기가 연장 17회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하지만! 경기는 18-17로 승리했다는거..- -;).


이렇게 운영되던 애슬래틱스는 50년 동안 2번의 왕조를 구축했었는데요, 1902년부터 1914년까지 정규시즌 우승 6번, 월드 시리즈 우승 3번을 일궈낸 에디 콜린스, 루브 워델, 홈런 베이커 등의 제 1 전성기, 그리고 1929년부터 1931년까지 3번의 정규시즌 우승과 2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지미 폭스, 레프티 그로브, 알 시몬스, 미키 코크란의 제 2전성기... 

                         

그가 피 땀으로 일궈낸 이 두개의 위대한 팀을 팀 재정 문제로 모두 공중 분해 시켜버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죠. 하지만 이 시기에 마이너리그가 완전히 메이저리그에 복속되기 시작하면서 코니 맥은 유망주를 키워 성공을 거둔 후 그 선수를 팔아 다시 유망주를 키우는 식으로 팀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빌리 빈 머니볼 야구의 시초라고나 할까요.



2. 양키스의 노예에서 제 3의 전성기로

1954년 길고 길었던 코니 맥의 왕조가 끝나고 새로운 구단주 부임한 아놀드 존슨은 연고를 캔사스 시티로 옮기게 됩니다. 이 시기는 애슬레틱스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였는데요, 캔사스시티 내에서 애슬레틱스의 인기는 가히 엄청나서 연일 만원 관중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사실 아놀드 존슨이 당시 양키스 구단주였던 래리 맥페일등과 아주 긴밀한 사업 관계를 지니고 있어 애슬레틱스의 유망주들을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와 말도 안되게 트레이드를 하는 등 거의 양키스의 팜 시스템 수준으로 팀을 전락시켜버렸습니다(로저 매리스, 랄프 테리등등 이 시기 양키스로 팔려간 선수는 이루 말할 수 없죠). 심지어 구단주 아놀드 존슨이 양키 스타디움의 소유주였으니 뭐 할말 다한거라고나 할까요.


6년간의 암흑기가 지난 뒤 1960년 괴짜 구단주로 유명한 보험왕 찰스 핀리는 그간 양키스의 종 노릇이나 하던 팀을 바꿔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월드 시리즈 우승을 캔사스 시티에 바치겠다며 불타는 버스를 뉴욕 방향으로 달리게 하고 공개 방송에서 양키스와 애슬레틱스가 가지고 있던 구장 사용 관련 불평등한 예외 조항을 불질러 버리는 등 크나큰 반향을 불러 일으킵니다(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불타는 버스와 계약서 모두 가짜 인것으로 드러났죠..엄청난 쇼맨쉽). 

                        

핀리 부임 후 8년 동안 애슬래틱스의 성적은 성적으로만 따지면 암흑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 가장 큰 발전은 바로 "팜 시스템의 투자"이죠. 사실 맥이나 존슨 시대에 애슬래틱스는 전혀 팜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없었습니다. 다만 좋은 선수를 잘 찍어서 성공하길 기다리는 수준이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핀리는 대대적인 팜 시스템 투자를 통해 1970년대 초반 도래하게 될 제 3의 전성기 멤버들을 키워내기 시작합니다.


1968년 현재 오클랜드로 연고를 옮기게 된 핀리와 애슬레틱스는 1970년부터 75년까지 5번의 리그 챔피언과 3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찬란한 제 3의 전성기를 일궈내죠. 이 당시 팀을 이끌었던 레지 잭슨, 캣피쉬 헌터, 롤리 핑거스 등 명예의 전당 헌액 선수들은 모두 핀리 부임 후 애슬래틱스 암흑기에 키워 낸 선수로 그의 선수 발굴 능력을 알 수 있는 좋은 예라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전성기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는데요. 바로 1969년 카디널스의 커트 플루드가 커미셔너 보위 쿤과의 법정 투쟁으로 얻어낸 프리 에이전트라는 제도가 적용되기 시작하며 1975년이 지나면 그가 키워낸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두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날 수 있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에 핀리는 그들이 자격을 얻기 직전 다른 팀에 유망주를 받아 트레이드 해버리는 방법으로 실속을 챙기려 하였으나 이 마저도 보위 쿤에게 저지당해 결국 부실한 재정 상태였던 애슬레틱스는 이듬해 모든 스타 플레이어를 다른 팀에 빼앗기고 다시금 암흑기로 빠져들고 맙니다.



3. 다시 찾아온 반짝 전성기와 빌리 빈의 오클랜드

1981년 찰리 핀리가 구단주에서 물러나고 새로 부임한 리바이스 사장 월터 하스도 역시나 구단 운영에 그리 많은 돈을 투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핀리의 뒤를 이어 팜 시스템 유망주를 키워내는데 주력합니다.


80년대 극초반 빌리 마틴의 지휘아래 잠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긴 부진의 늪을 걷다가 1987년 명장 토니 라루사의 영입과 기존의 스타 플레이어 리키 핸더슨, 데니스 에커슬리를 중심으로 팜 유망주 마크 맥과이어, 호세 칸세코, 왈트 와이스(모두 신인왕)이 가세한 오클랜드는 80년대 후반부터 1990년까지 3번의 리그 우승과 1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따내며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라룻사 감독과 스타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씩 팀을 떠나 어려움을 겪고 구단주 월터 하스마저 세상을 뜨며 팀은 타시 암흑기로 빠져들었죠.


그러나 새 구단주 부임과 동시에 등장한 단장 빌리 빈은 적은 돈으로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또다시 팀에서 키워낸 유망주 테하다, 지암비, 샤베스, 지토, 멀더, 헛슨 등을 앞세워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간 4번의 디비젼 우승을 이끌어 내며 강팀의 면모를 보이게 됩니다. 물론 이 주인공들은 FA 혹은 트레이드가 되면서 현재 모두 팀을 떠났죠...또 다른 암흑기의 시작이라고나 할까요

                             
올해 오클랜드는 다시 뉴 영건 삼인방 하든, 하렌(하렌은 작년), 블랜튼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을 정리하며 리빌딩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10경기 2승 8패의 부진과 2년간 130승 150패의 부진을 보이며 또 다른 암흑기가 도래한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죠. 사실 선수들이나 분위기를 보면 현재의 부진이 단기간에 끝날 것 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이런 식의 널뛰기를 아무렇지 않게 반복해 왔으며 언제나 새로운 전성기를 향한 밑거름으로 이용해온 그들이기에 조만간 다시 정상의 위치에서 리그를 호령하는 강자로 우리 앞에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들이 만들어 나갈 새로운 전성기, 새로운 왕조가 어떤 모습일지 야구 팬으로써 정말 기대되고 궁금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