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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나는 야구가 좋다... 정말 좋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24.

나는 야구가 좋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사직 야구장에 발을 들인 이후 야구는 내 인생에서 가장 그 무엇인가가 되었다.


올림픽 금메달. 그것도 9전 전승으로 따낸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1992년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고교시절 모교인 경남고등학교가 송승준의 활약으로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박찬호와 김병현의 활약으로 우승했을 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과의 명승부를 펼치며 동메달을 땄을 때, 2006년 WBC에서 세계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4강에 진출했을 때까지.


야구를 보면서 기쁘고 즐거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오늘만큼 기뻤던 적은 없었다. 오늘, 2008년 8월 23일은 야구와 함께한 지난 20년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던 최고의 날이다.


내가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 더불어 이번 올림픽 대표로 활약하며 한국 국민들의 꿈을 이루어준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김경문 감독 - 김경문식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이번 올림픽을 통해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특유의 뚝심이 발휘된 신뢰의 야구,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이승엽 -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달아 터진 그의 홈런포는 한국 야구 역사에 있어 영원히 회자될 것입니다. 당신은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입니다.


봉중근 - 전승 우승이 가능했던 것은 봉중근이 미국전에서 첫 스타트를 잘 끊어줬기 때문입니다. 한 수 위의 경지에서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깔봤던 그의 배짱, 너무 멋있었습니다.


정대현 - 결승전에서 마지막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는 장면은 ‘한국 야구 역대 최고의 순간’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승환이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그가 있어 듬직했습니다.


한기주 - 금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겠지만, 그는 아직 젊습니다. 이번의 경험은 큰 약이 되어 그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으로 믿습니다.


장원삼 - 두 경기에 등판해 12.1이닝 2피안타 무실점 방어율 ‘제로’를 기록한 장원삼. 네덜란드전에서의 완봉승은 한국 선수단 전체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김광현 - 20살 청년의 겁 없는 투구는 ‘숙적’ 일본을 두 번이나 무너뜨렸습니다. 가장 통쾌한 승리를 안겨준 그의 이름을 국민들은 잊지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권혁 - 원 포인트 릴리프로 세 번 등판해 감독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던 좌완 스페셜리스트. 승리의 숨은 공신이었습니다.


오승환 - 좋지 않은 컨디션임에도 불구하고 쿠바와의 본선 1라운드에 등판해 건재함을 알린 오승환.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일본과 쿠바는 9회 이전에 한국에 앞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겁니다.


류현진 - 한국의 괴물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이번 결승전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을 것이 확실합니다.


송승준 - 위기였던 중국전에서의 무실점 호투와 쿠바와의 첫 경기에서의 거침없는 호투까지. 금메달의 여정에 그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경남고 1년 후배 승준아, 정말 수고했다. 용마 화이팅!!)


윤석민 - 맘고생이 심했던 그는 준결승이 끝난 후 펑펑 울었다고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한 윤석민이 없었다면 한국의 금메달을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정근우 - 캐나다전 1:0 승리는 정근우의 홈런 덕이었습니다. 미국전과 준결승에서의 승리도 정근우의 빠른 발이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겁니다. 대표팀의 만능 유틸맨!


진갑용 -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국가 대표 주전 포수의 자리를 강민호에게 넘겨준 진갑용. 하지만 하늘은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의 포수 마스크를 진갑용에게 허락했습니다. 아마 마지막 병살 유도는 아마도 진갑용의 가진 경험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강민호 - 롯데의 강민호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강민호’로 거듭났습니다. 좋은 타격과 공격적인 투수리드. 당신은 진갑용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포수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고영민 - 이 선수가 이렇게까지 좋은 선수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8경기에 출장해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고 3번의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킨 고영민. 이승엽을 향한 마지막 송구는 너무나 멋있었습니다.


이대호 - 김동주의 뒤를 잇는 한국 국가 대표팀의 대형 우타자. 1라운드 미국전과 일본전 승리의 1등 공신은 미래의 국가대표 4번 타자 이대호였습니다. 대회 홈런왕(3개)는 덤.


이종욱 - 발빠르고 센스있는 1번 타자가 상대 투수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를 잘 보여준 이종욱. 안정적인 수비도 돋보였습니다.


이진영 - WBC의 영웅은 대타로 나선 준결승에서의 동점 적시타로 다시 한 번 빛났습니다. 앞으로도 국민 우익수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택근 - 많은 경기에 출장하진 않았지만 그의 빠른 발로 만들어낸 미국전의 승리는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활약 이어가길 바랍니다.


이용규 - 27타수 13안타의 고감도 타격감으로 대회 타율 2위에 오른 그. 준결승과 결승전에서의 활약은 더더욱 빛났습니다. 타격 자세와 외모 등을 본 팬들이 ‘한국의 이치로’라고 평가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김동주 - 장딴지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결승전 내내 견고한 수비와 최선을 다한 주루 플레이를 보여준 그는 지난 10년 간 한국 국가 대표 중심타자로 활약한 선수다웠습니다. 내년 WBC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김현수 - 앞으로 국가 대표 3번 타자 자리를 예약했다는 평가까지 들은 역전타의 명수 김현수. 이번 대회 최고의 신데렐라인 20살 짜리 타자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가 무척이나 큽니다.


김민재 - 한국 나이로 36살인 노장 김민재. 이번 대표 가운데 최고령인 그는 존재만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기만성형의 대표적인 선수.


박진만 - 국내 리그에서도 2할 대 초반의 타율을 기록한 그를 모두가 국가 대표 주전 유격수로 신뢰하는 것은 그가 가진 ‘메이저리그급 수비력’이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함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승전 마지막 타구가 박진만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간 순간 이미 모두가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 외에도 코치로서 선수단을 이끌어준 조계현 투수코치김기태 타격코치, 그리고 김광수 수석코치 여러분들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올림픽 야구 대표팀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꿈★을 이루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