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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이용대의 방송 출연, 충분히 이해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27.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이용대 선수의 방송 출연 때문에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부터 강렬한 윙크 한 방을 카메라를 향해 날려줌으로써 누나팬들의 가슴을 뒤흔든 그는 박태환 다음으로 스타성 있는 스포츠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각종 매체에서 그를 찾아 인터뷰를 했고, 귀국과 동시에 방송 출연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아침 방송에는 KBS에서 29일에 방송될 것이란 약속을 어기고 이틀 먼저 내보내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SBS와 겹치기 출연이 되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그 반응이다. 방송국의 잘못이라는 의견만큼이나 이용대의 방송 출연 자체를 비난하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너도 스타가 되고 싶은 것이냐?”
“너도 강초현 꼴 나겠구나”
“금메달 하나 따더니 마치 자기가 연예인이라도 된 줄 아는군”

이라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연 그러한 비난은 정당한 것일까?

더구나 이용대는 “예능 프로그램에 일절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박태환과 비교가 되면서 더욱 많은 욕을 먹고 있다. 올림픽 영웅이 방송에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 안타깝기 그지없다.


▷ 스포츠 선수도 기본적으로 경제 활동을 해 돈을 버는 사람이다

스포츠란 무엇일까? 아니 그런 근원적인 질문을 떠나서 운동선수들이 그로 인해 돈을 벌고 수익을 얻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스포츠란 그 자체로 어떤 생산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농사일이나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반드시 생활에 필요한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대신 스포츠는 감동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관심을 가지게 하고 치열한 승부 끝에 얻는 승리의 쾌감과 감동, 그리고 패배의 아쉬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다. 즉, 스포츠는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 팬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떠한 생산력을 지니고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그 선수들로 인한 광고효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용대는 프로다. 한국에 정식 배드민턴 프로리그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것에 자신의 생계를 걸고 있다면 그것은 그 분야에 프로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용대는 프로 배드민턴 선수다.

프로 선수가 자신을 알리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이것이 굳이 비난받아야 할 일일까? 우리는 배드민턴이 2년마다 한 번씩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서만 반짝 관심을 받는 종목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이용대를 알리는 것은 배드민턴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용대를 비난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평소 국내에서 열리는 배드민턴 대회를 한 번이라도 관전한 적이 있는가? 아니, 앞으로라도 그럴 계획이 있는가? 아마 99.9%는 없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물론 그 부분에서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이용대가 아무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올림픽을 통해 이용대의 팬이 된 소녀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배드민턴 대회에, 그것도 국내 대회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이용대가 이름을 알려도 앞으로 그의 기사가 스포츠 신문에 열리는 것은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했을 때나 간신이 10줄 짜리 단신으로,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조그마한 사진과 함께 실리는 정도가 아닐까?

이용대의 방송 출연은 단지 그 자신이 스타가 되고 싶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방송 출연을 통해 이름을 더욱 알리고 네임 벨류를 높여 스타성을 갖추게 되면 그 자체로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가 출장하는 배드민턴 대회는 관심이 덜하지만, ‘국민 남동생’ 이용대가 출장하는 대회는 그보다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 전 국민이 모든 스포츠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드민턴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을 국민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이용대의 방송 활동을 막을 순 없지 않을까?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아무런 책임도 져주지 않을 것이면서 말이다.


▷ 이용대는 박태환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인 박태환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칭찬하고 싶은 결정이다. 하지만 그와 이용대를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미 수중에 수십억 원을 거머쥐었고 더 이상 높아질 수 없는 스타성을 지닌 박태환과 이제 막 떠오른 이용대를 비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박태환도 막 언론의 관심을 얻기 시작했을 때는 꽤나 많은 방송에 출연했다. 지금도 M.net에서는 지난해 ‘박태환과 소녀시대가 함께한 일일카페’를 몇 번이나 재탕해서 내보내고 있다. 당시 박태환도 많은 방송 출연을 통해 그 이름을 알렸고 스타성을 높였다. 그 덕에 지금의 박태환이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 박태환의 주위에 있는 그 많은 스폰서와 엄청난 CF 캐스팅 공세는 그 때의 활약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TV에 잘 출연하지 않는다. 굳이 출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과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종목의 선수라 그들은 그 자체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이대호의 이름 앞에는 항상 ‘롯데’라는 수식어가 붙고, 류현진 앞에는 ‘한화’라는 간판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실력에 따른 광고 효과가 인정되어 엄청난 연봉을 받는다.

이미 각 팀의 25인 로스터에 들어가는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굳이 TV에 출연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아도 1군에 남을 정도만 되면 4~5년 후 1억 원 이상의 연봉이 보장 된다. 그리고 그것은 농구나 축구도 마찬가지다.

이용대는 다르다. 같은 금메달리스트지만 이용대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얻은 수입이 박태환의 10분의 1은 될까? 당장 올해의 연봉은 얼마일까? 야구 선수들 평균의 3분의 1도 안 되는 것은 아닐까?

한국에서 배드민턴 선수라는 것은 그 생계가 100% 보장되지 않는 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로 인해 주어지는 것은 월 100만원의 연금. 이것으로 먹고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것은 은퇴 후의 길도 넓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한 때 ‘셔틀콕의 황제’라 불렸던 박주봉이 더 많은 연봉을 준다는 이유로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가 있을까.


▷ 이용대의 선택을 존중하자

이용대가 박태환이 될지, 강초현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프로답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생계를 책임져 줄 수 없는 우리가 말 한 두 마디로 비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뜻이다.

그를 향해 비난의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분명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스포츠 스타가 점점 그 실력을 뽐내지 못하고 퇴보하는 것은 방송 출연 때문이 아니라 당신들의 ‘책임지지도 못할 생각 없는 비난’ 때문에 생기는 마음 고생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용대를 망치는 것은 바로 악플러 당신들일 수 있다.

그냥 지켜보자. 어차피 그 책임은 이용대 스스로가 지는 것이다.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는 이들이 함부로 비난할 수 있을 만큼 이용대의 어깨에 짊어진 ‘생계’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잖아~"는 말을 국가 철학처럼 향유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하지 못한지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