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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에이로드 어부지리로 6번째 홈런왕 차지하나?

by 카이져 김홍석 2008. 9. 6.

아메리칸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카를로스 쿠엔틴이 손목 골절로 잔여 시즌을 출장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오프 시즌 기간 동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화이트삭스에 몸 담게 된 쿠엔틴은 올 시즌 갑작스레 그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130경기에서 36홈런 100타점을 기록, 당당히 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화이트삭스를 중부지구 1위로 견인한 1등 공신이며, 그에 따라 강력한 MVP 후보로 손꼽히고 있던 선수였기에 갑작스레 찾아온 부상이 더욱 아쉽다.


하지만 언제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가 아니던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중심 타자를 잃어버린 채 1.5경기차 지구 2위 미네소타 트윈스와 경쟁을 해야 하는 코칭스태프의 속만 타들어갈 뿐이다.


▶ 갑자기 홈런왕 1순위가 된 에이로드

홈런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쿠엔틴의 홈런 개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아메리칸 리그 홈런왕 판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부지리로 1위가 바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 1순위는 다름 아닌 지난해 메이저리그 홈런왕이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 홈런 레이스에서 다소 뒤처져 있었던 에이로드는 이 소식이 전해지기 전 5경기에서 4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32개로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였다. 쿠엔틴의 팀 동료인 저메인 다이와 더불어 공동 2위.


다이 외에도 31개로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미겔 카브레라, 그래디 사이즈모어, 자쉬 해밀턴 등이 있지만 그간의 경력과 최근의 페이스를 감안해봤을 때 역시나 가장 가능성이 큰 선수는 에이로드다.


▶ 6번째 홈런왕이 가시권에...

에이로드는 지난해까지 5번이나 홈런왕을 차지한 강타자. 그의 시즌 32호 홈런은 개인 통산 550호 홈런이기도 했으며, 현재 마이크 슈미트(548개)를 제치고 역대 홈런 순위 단독 12위에 올라 있다. 그의 550홈런이 역대 최연소 기록이라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만약 에이로드가 올 시즌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이 된다. 그리고 이 6번째 홈런왕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왕에 가장 많이 오른 선수는 다름 아닌 베이브 루스다. 그는 변변한 라이벌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무려 12번의 홈런왕을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호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뒤를 잇는 선수는 투수들의 시대였던 70~80년대를 제압한 마이크 슈미트로 통산 8회 홈런 타이틀을 차지. 에이로드가 6번째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하몬 킬브류, 멜 오트 등과 더불어 3번째로 홈런왕에 많이 오른 선수가 된다.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쉽게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762개로 통산 홈런 1위에 올라 있는 배리 본즈가 정작 시즌 홈런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두 번(93년 46개, 01년 73개)에 불과했다. 행크 아론(755개)과 윌리 메이스(660개), 마크 맥과이어(583개) 등의 홈런으로 이름을 날린 선수들도 4번씩 홈런왕에 올랐을 뿐이다.


현역 선수들 가운데는 609홈런으로 통산 홈런 순위 공동 5위에 올라 있는 켄 그리피 주니어새미 소사가 각각 4회와 2회, 에이로드와 더불어 현역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매니 라미레즈가 1번 홈런왕에 올랐다. 알버트 푸홀스블라드미르 게레로는 아직까지 홈런왕과 인연이 없다.


▶ 실력이 뒷받침 된 어부지리

에이로드는 얼마 전 베이브 루스(13년 연속)와 지미 폭스(12년 연속)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3번째로 11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했다. 9타점과 4득점만 더하면 지난해 역대 최초로 기록했던 10년 연속 30홈런-100타점-100득점의 기록을 11년 연속으로 늘릴 수 있다. 더불어 1996년 이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는 연속 100득점 기록은 곧 13년 연속이 되어 루 게릭(1926~1938), 행크 아론(1955~1967)과 더불어 공동 1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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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에이로드의 페이스로 봤을 때 시즌 마지막까지 5~7개의 홈런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부진이나 부상이 찾아오지 않는 한 쿠엔틴의 36개는 넘어설 전망. 예기치 못한 사고가 에이로드의 6번째 홈런왕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만약 에이로드가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운이 좋아서 거저 얻은 홈런왕’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그 뒤를 따라다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에이로드 역시도 지난 4월말 부상으로 인해 19경기를 결장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쿠엔틴이 비록 남아있는 25경기를 포기해야 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


결과적으로 꾸준히 홈런포를 가동하며 어느새 2위까지 추격한 에이로드에게 기회가 왔을 뿐, 무조건적인 어부지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실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찾아온 어부지리 홈런왕의 찬스. 이러한 것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 그의 홈런왕 등극이 확실시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다른 선수가 갑작스레 홈런을 몰아치며 1위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단, 여러 가지 정황이 에이로드를 향해 웃어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와일드카드 1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승차가 무려 8.5경기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이 물 건너 간 뉴욕 양키스. 때문에 양키스 팬들에게 에이로드의 선전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과연 에이로드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움켜쥐며 6번째 홈런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전설을 써나가는 그의 행보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이변’과 ‘의외의 사건’이 함께하기에 더더욱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