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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대도는 누구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9. 7.
 
현재까지 56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LG 트윈스의 이대형은 1997년 이종범 이후 11년 만의 60도루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위 이종욱과는 무려 11개의 차이. 도루 시도 회수도 68회로 가장 많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50도루 이상을 기록한 이대형을 두고 이순철-전준호-이종범-정수근으로 이어지는 한국 프로야구 대도의 계보를 계승할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대형이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대도’일까?


메이저리그에서 점점 야구에 관한 주류 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는 세이버매트릭스(Sabermatrics)에 따르면 도루는 그 성공률이 적어도 75%는 넘어야 실질적으로 득점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즉 4번 시도해서 1번 실패하면 그 4번의 시도가 모두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개수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정근우(33개)와 고영민(32개)의 경우, 하나 앞서 있다고 해서 16번이나 실패한 정근우가 8번밖에 실패하지 않은 고영민보다 도루 능력에서 앞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공했을 때의 이점도 분명히 크지만 그 이상으로 실패했을 대의 위험 요소가 큰 것이 바로 도루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루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을 경우 경기의 흐름 자체가 갑자기 바뀌는 것을 우리는 경기를 통해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성공률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이버매트릭스의 기준에 따른다면 도루-도루실패에 관한 공식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득점에 도움이 되는 ‘유효 도루’ 개수를 산출할 수 있으며, 그 공식은 매우 간단하다.


유효 도루 = 도루 - (도루실패 × 3)


이렇게 유효 도루 개수를 산출해 본다면 어떤 선수가 도루를 통해 팀 득점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는가를 알아낼 수가 있다. 과연 이 유효 도루에서도 LG의 이대형이 1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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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통해 올 시즌 가장 효과적인 ‘대도’는 이대형이 아니라 27개의 유효도루를 기록한 두산의 국가대표 1번 타자 이종욱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효 도루 개수에서 2,3위에 올라 있는 이대형과 롯데 조성환의 경우 도루 성공 개수는 두 배가 넘게 차이나지만, 유효 도루는 2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도루 성공률이 90%에 달하는 조성환이 얼마나 가치 있는 주자인지를 잘 나타내준다.


반면 SK의 정근우, 롯데의 김주찬과 정수근 같은 경우는 오히려 도루 실패가 많아 팀 득점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정도로 실패가 많다면 아예 도루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물론 도루의 가치라는 것이 모든 상황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특히 경기의 승부처이거나 9회, 또는 여러 가지 작전이 걸린 상황에서의 다양한 요소들을 분석해 본다면 저런 식의 천편일률적인 유효 도루 개수 산출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기 때문.


하지만 ‘좀 더 효과적이고 가치 있는 주자’를 가려내는 데는 여전히 유효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도루 개수 1위인 이대형과 유효 도루 개수 1위인 이종욱, 이 둘 중 진정한 '최고의 대도’는 누구일까? 어차피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는 질문이기에, 그 대답은 야구팬들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