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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모르고 넘어갈 뻔한 메이저리그의 놀라운 기록 몇 가지

by 카이져 김홍석 2008. 9. 9.

▶ 매니 라미레즈의 500더블-500홈런

올 시즌 후반기에 가장 무서운 타자는 다름 아닌 LA 다저스로 이적한 매니 라미레즈다. 이적 후의 35경기에서 .410/.507/.754의 비율스탯을 과시하며 11홈런 34타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과시하고 있다. 결국 다저스는 라미레즈의 이와 같은 활약에 힘입어 파죽의 8연승을 구가하며 애리조나를 제치고 지구 1위를 탈환했다.


최근 들어 밀워키로의 이적 후 12경기에서 9승 무패 6완투 3완봉 방어율 1.42의 최고의 피칭을 과시하고 있는 C.C. 싸바시아에게 사이영상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라미레즈야말로 진정한 내셔널리그 MVP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까지 나타났을 정도다.


그런 라미레즈는 8연승의 출발점이 된 지난달 31일 경기에서 2개의 홈런과 더불어 2루타도 하나 기록했으며, 그것은 199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기록한 500번째 2루타였다. 시즌 초 보스턴에서 역대 24번째 500홈런의 주인공이 되었던 그는 같은 해 2루타 500개도 넘어서며 역대 9번째로 500더블과 500홈런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가 된 것이다.


며칠이 지나 지금은 2루타 502개와 홈런 521개를 기록하고 있는 라미레즈. 지금 같은 페이스로 몇 년간의 선수생활이 이어진다면 600-600도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라미레즈 외에 500더블-500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8명의 선수는 다음과 같다.(괄호 앞의 숫자가 2루타, 뒤가 홈런)


행크 아론(624-755), 배리 본즈(601-762), 라파엘 팔메이로(585-569), 에디 머레이(560-504), 프랭크 로빈슨(528-586), 테드 윌리암스(525-521), 윌리 메이스(523-660), 베이브 루스(506-714)


▶ 라이언 하워드의 역대 최저타율 홈런왕 도전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는 40개를 기록 중인 ‘괴력의 사나이’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 필리스)다. 36개로 아메리칸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던 카를로스 쿠엔틴이 손목 골절로 시즌 아웃된 후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노리는 라이언 하워드의 유일한 라이벌은 아담 던(36개)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던은 애리조나 이적 후 24경기에서 4홈런에 그치며 홈런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상황. 이변이 없는 한 지난 2006년에 이어 하워드가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통합 홈런왕에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하워드의 타율이다. 타점마저 121개로 양대 리그 통합 1위에 올라 있는 하워드의 올 시즌 타율은 고작 .237에 불과하다. 출루율도 3할대 초반(.326)에 그치고 있으며 장타율은 5할대(.506)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양대 리그 통합 홈런 챔피언의 비율 스탯이 이토록 나빴던 적은 본적이 없다.


20세기 들어 현대야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타율로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1905년 .241의 타율로 홈런왕에 오른 프레드 오드웰이라는 선수다. 하지만 당시는 홈런 자체가 많이 생산되지 않던 시절이고 오드웰의 홈런 개수도 겨우 9개에 불과했다.


홈런이 본격적으로 주득점원으로써의 가치를 지니기 시작한 베이브 루스의 시대 이후 가장 낮은 타율로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1952년의 랄프 카이너다. 40년대 후반부터 50년대 초까지 7년 연속 내셔널 리그 홈런 1위에 올랐던 카이너는 52년 .244라는 다소 초라한 타율로 3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양대 리그 통합 홈런왕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하워드는 이들보다도 타율이 낮으며, 현재의 페이스로 봤을 때 딱히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143경기에 출장해 185개의 삼진을 당한 하워드는 자신이 작년에 기록한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삼진 기록인 199개를 경신할 태세. 역사상 가장 정확도가 떨어지고 가장 많은 삼진을 당하는 홈런왕이 이제 곧 탄생할 전망이다. 기존의 야구 상식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금 특이한 홈런왕이 말이다.


▶ 45세 제이미 모이어의 13승과 3점대 방어율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발 투수인 제이미 모이어다. 1962년 11월 18일에 태어난 그는 만 45세, 두 달 후면 46세가 되고 한국 나이로는 47세다. 한국에서라면 벌써 은퇴해서 감독으로 취임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에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모이어는 올해들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 7패 방어율 3.64라는 매우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4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기록이다.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81.2마일(약 130km/h)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기만 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모이어보다 느린공을 던지는 선수는 너클볼러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팀 웨이크필드(평균 시속 73.1마일)뿐이다.


메이저리그의 120년 역사 가운데서도 45세의 나이로 13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모이어 이전까지 딱 한 명만 존재했다. 60~80년대까지 너클볼로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300승 투수 필 니크로가 그 주인공. 니크로는 45세이던 1984년에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16승 8패 3.09의 성적을 기록했고, 46세이던 1985년에도 방어율은 4.09로 나빴으나 팀 타선의 도움을 받아 16승 12패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 외에는 단 한 명도 없다. 최고령 노히트 노런 기록을 기록한 바 있는 놀란 라이언도 45세가 넘어서는 5승을 넘지 못했다.


모이어는 항상 가려졌던 투수다. 그의 동갑내기 로저 클레멘스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랜디 존슨, 그렉 매덕스, 탐 글래빈, 존 스몰츠, 마이크 무시나, 페드로 마르티네즈 등의 투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모이어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 모든 선수들이 쩔쩔매고 있는 올해 가장 나이가 많은 모이어는 수준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앞질러 갔던 투수들이 40세가 넘어가면서 점점 그 기량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이어는 지나가는 파리가 앉을 것만 같은 그 느린 공을 가지고도 노련함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다. 그가 40세 이후에 거둔 79승의 기록은 니크로(121승)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모이어 역시도 그렉 매덕스와 더불어 모든 투수들의 교본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대한 투수임이 틀림없다. 올 시즌 3~4번의 선발 등판을 남겨두고 있는 그의 최종 성적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그는 메이저리그판 송진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