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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NLDS 예상[PHI vs MIL] 필라델피아가 승리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1.

뉴욕 메츠를 제치고 2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차지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마찬가지로 메츠를 따돌리고 와일드카드를 획득해 26년 만에 팀 역사상 3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어낸 밀워키 브루어스가 디비즌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 두 팀의 스타일은 너무나도 흡사하다. 수준급 투수력을 보유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타율을 도외시한 무지막지한 홈런포로 무장한 타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각각의 장단이 뚜렷하다면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겠지만, 비슷한 스타일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강한 팀이 이기게 되어 있는 것 아닐까? 같은 사각형 모양이지만 밀워키가 사다리꼴이라면 필라델피아는 직사각형이라고나 할까? 전체적인 균형에서 필라델피아가 밀워키를 확실히 앞서고 있다.


▶ 기대만큼의 타력과 생각 이상의 투수력을 겸비한 팀

작년의 필라델피아는 리그 최강의 타격(득점 1위)과는 정반대의 빈약한 투수력(팀방어율 13위)을 보유한 팀이었다. 때문에 디비즌 시리즈에서 예상외로 선발 투수들이 선전한 콜로라도 로키스에게 3-0으로 힘없이 무너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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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그들의 팀 방어율은 3.88로 리그 4위. 시카고 컵스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 있는 타선과 더불어 1년 만에 투타를 겸비한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것은 지난해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나타난 결과다. 이것을 이루어낸 팻 길릭 단장(GM)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그 유능함을 인정받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그가 가세한 후 필리스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표에서 나타나듯이 두 팀의 투수력은 박빙이라 볼 수 있다. 0.03의 방어율 차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 타격의 정확도가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홈런수 차이에 따라 약간의 득점력 차이를 보인다. 더구나 수비력은 3명의 골드글러브급 내야수(롤린스, 어틀리, 펠리즈)를 보유한 필라델피아가 단순한 실책 수치 이상으로 월등한 실력을 자랑한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비슷하게 보여도 양 팀의 투수력과 타력은 그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이번 시리즈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요인들은 필라델피아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해주고 있다.


▶ 경기 일정 및 예상되는 선발 매치업 분석

팀 방어율이 리그 2위에 올라 있는 등 겉으로 드러난 밀워키의 투수력은 일견 강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만신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메츠를 따돌리기 위해 무리수에 가까운 총력전을 펼쳤고, 그 무모한 도전을 이번 디비즌 시리즈에도 이어가려 하고 있다.(음영으로 표시된 쪽이 홈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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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는 두 가지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불안요인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또 다시 부상을 당해 ‘부상만 없다면 사이영상’이라 불리는 벤 시츠(13승 9패 3.09)가 디비즌 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데일 스비엄 밀워키 감독 대행은 어쩔 수 없이 얼마 전에야 겨우 부상에서 돌아온 유망주 요바니 가야르도를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하지만 무릎 인대 파열로 인한 수술로 오랜 기간 재활을 거친 가야르도의 컨디션은 아직까지 정상이라 할 수 없으며, 투구수 제한까지 걸려 있는 상황. 이미 리그 톱클래스 수준의 에이스로 성장한 콜 하멜스와는 애당초 게임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불안요소는 트레이드를 통해 7월부터 밀워키 유니폼을 입은 후 믿어지지 않는 피칭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주인공 C.C. 싸바시아(이적 이후 17경기 11승 2패 1.65) 의 피로도 여부다.


밀워키는 와일드카드를 따내기 위해 지난 9월 17일 등판 이후 싸바시아를 4일 로테이션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17일-21일-25일-29일에 이어 디비즌 시리즈에서까지도 3일의 휴식을 취한 후 2차전인 10월 3일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더군다나 4일 만의 등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22구를 던지면서 9이닝을 완투한 29일 경기 이후에 맞이하는 4일만의 등판이다. 과연 이러한 도박이 서로가 모두 총력전을 펼치는 디비즌 시리즈에서까지 통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사실 이와 같은 살인적인 등판 일정은 해당 투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절대로 행해서는 안 될 ‘만행’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밀워키 측은 싸바시아가 올해를 끝으로 FA가 되어 팀을 떠날 선수라는 이유로 그를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싸바시아가 고무팔이라 해도 그 컨디션이 정상이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기용은 벤 시츠라는 카드를 잃어버린 밀워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다. 싸바시아가 2차전인 3일 경기에 등판한다면 다음에는 정상적으로 4일을 쉰 후 8일 5차전에 또 다시 등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선발 자원을 커버하기 위해 어떻게든지 싸바시아를 2번 등판시키겠다는 밀워키 코칭스태프의 꼼수인 것이다. 하지만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무리한 운용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더더욱 필라델피아의 승리를 바라고 또한 확신한다.


2차전에서 싸바시아와 맞붙는 브렛 마이어스(후반기 7승 4패 3.06)는 후반기 들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며 예전의 강인한 모습으로 되돌아온 상태이며, 밀워키를 상대로 한 9월 15일 경기에서는 2피안타 1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완투승을 거두기도 했다. 때문에 홈에서 강한 마이어스(홈경기 7승 5패 3.01)는 싸바시아와 맞붙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다.


믿었던 싸바시아가 2차전에서 무너진다면, 시리즈는 더 볼 것도 없이 3차전 혹은 4차전에서 필라델피아의 승리로 마무리 될 것이다.


▶ 올 시즌 상대 전적도 필라델피아 편이다

두 팀은 올 시즌 6번 대결을 펼쳐 필라델피아가 5승 1패로 상대를 압도했다. 첫 경기에서 5:4로 힘겹게 필라델피아를 물리친 밀워키는 이후 1:3, 3:6, 3:7, 3:7, 1:6으로 내리 패하며 5연패를 당했다. 그나마 이 5연패 가운데 싸바시아의 등판이 없었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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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앞서고 실제로 맞붙어본 상대전적에서도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이래서야 필라델피아가 패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지 않은가? 여러 가지 기록들을 들추면 들출수록 밀워키에게 불리한 점만 부각될 뿐이다.


▶ 리그 최고의 홈런포로 무장한 필리스의 강타선

지난해 정규시즌 기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으로 인해 비롯된 점수는 총 7791점으로 전체 득점의 34.5%를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37%로 그 비중이 좀 더 높았다. 이미 홈런의 야구가 행해지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득점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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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필라델피아의 타순은 1번부터 7번까지 모두 한 방을 보유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1번 지미 롤린스도 올해 부상으로 조금 주춤했을 뿐, 리그 MVP를 수상했던 작년에는 30홈런을 때린 전적이 있다. 채이스 어틀리는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2번 타자이며,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는 제이슨 워스도 발군의 장타력에 21번 시도해 20번이나 성공한 출중한 도루 능력을 겸비했다. 워스의 성장 때문에 시즌 내도록 2번 타순을 지켰던 쉐인 빅토리노가 최근에는 하위 타순으로 밀려났을 정도.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타점 1위로 강력한 내셔널리그 MVP 후보인 라이언 하워드는 말할 것도 없고, 5번 팻 버렐 역시도 파워로 똘똘 뭉친 선수다. 3할 타자 한 명 없이도 이토록 무서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올 시즌 필라델피아 타선이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이런 타선을 만난다면 이를 상대해야 하는 투수의 입장에서는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그나마 벤 시츠와 C.C. 싸바시아 레벨의 투수 정도만이 상대할 수 있겠으나, 한 명은 부상이고 다른 한 명은 정상 컨디션이라 볼 수 없다. 밀워키 투수진이 이들을 막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 2008년 최고의 마무리 브래드 릿지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을 벗어나 타자로 재기에 성공한 릭 엔키엘이나 마약 복용자에서 올스타전 홈런더비 우승자로 거듭난 자쉬 해밀턴만이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아니다. 필라델피아의 마무리 브래드 릿지 역시도 그들 못지않은 굴곡을 겪었다.


지난해까지 몸 담았던 휴스턴 시절 일부 전문가들은 그의 마무리 인생이 끝났다고 했다. 2005년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에서 알버트 푸홀스에게 9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주저앉았던 릿지는 이어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는 9회말 스캇 파드세닉에게 끝내기 홈런을, 마지막 경기가 된 4차전에서도 결승점을 헌납하며 패배의 주역이 되고 말았다. 모든 비난은 그를 향했고, 릿지의 정신은 무너지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실제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파워피쳐 마무리였던 릿지(2005년 42세이브 2.29)는 2006년 방어율이 5.28로 치솟으면서 동네북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작년에는 시범경기부터 두들겨 맞으며 마침내 마무리 해고 통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릿지를 눈여겨봤던 필라델피아 GM 팻 길릭은 그를 영입해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로 재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릿지는 올 시즌 2승 무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 1.95를 기록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익을 담당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단 한 번의 블론 세이브도 없었다는 점! 그는 2008년 최고의 마무리였던 것이다.


무려 1000만 달러나 들여 에릭 가니에(4승 3패 10세이브 5.44)를 영입했다가 실패하고, 살로몬 토레스(7승 5패 28세이브 3.49)를 대체 마무리로 기용한 밀워키와는 그 격이 다르다. 35번의 기회 가운데 7번이나 승리를 날려버린 토레스는 포스트시즌용 마무리라고 보기 어렵다.


릿지가 등판하는 그 순간이 경기가 종료되는 시점이며,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은 더 이상 고개 숙인 릿지가 아닌 승리가 확정된 후 두 팔을 들고 환호하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 : 메이저리그의 일부 골수팬들은 ‘팻 길릭은 현 리그에서 가장 천재적인 단장’이라고 목소리 높여 그를 칭송한다. 그러한 길릭에게 지난해는 시험무대 격이었다. 올 시즌 칼을 뽑아든 길릭은 릿지를 영입하고 시즌 중 조 블랜튼을 트레이드 해와 팀의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필라델피아와 밀워키의 시리즈를 지켜보는 팬들은 ‘감독의 야구’가 아닌 'GM의 야구‘라고 불리는 메이저리그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승자는 길릭의 필라델피아가 될 것이 확실하다.


(P.S. 본 칼럼은 2008 MLB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과 공동 기획한 것으로, 글의 재미와 흥미를 돋우기 위해 약간의 과장과 거친 표현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둔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