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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ALDS 예상[LAA vs BOS]-보스턴 레드삭스가 승리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1.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보여줬던 압도적인 힘을 기억하는가? 디펜딩 챔피언인 그들이 또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해, 훗날 2000년대의 왕조로 기억되기 위한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한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탈락했다면 모를까 일단 디비즌 시리즈에 올라온 이상 그들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임에 틀림없다.


그 상대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전체 1위의 승률을 기록한 LA 에인절스. 왕조로 가는 길목에서 그들의 의지와 힘을 시험해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상대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나 이기지 못할 상대도 아니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3팀이 모두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한 지구에서 1위를 차지한 에인절스와 5팀 중 무려 4팀이 .531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지구에서 살아남은 레드삭스는 그 단련도와 숙련도 자체가 다르다.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보스턴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이상적인 투타 조화의 팀 보스턴

보스턴은 투수력과 타력이 모두 리그 3위권에 들어가는 안정된 팀이다. 수비조차도 매우 견고한 수준. 너무나도 강한 팀들이 몰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경쟁자들과 순위 다툼을 벌이느라 95승에 그쳤을(?) 뿐, 그들과 에인절스의 위치가 바뀌었더라면 그 승률 또한 뒤집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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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선수단 전체의 성적을 살펴보면 보스턴의 전력은 투타에 걸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에인절스의 경우는 강한 투수력 이전에 평균 이하의 타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저런 타력 수준으로 100승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가 의문일 정도. 위의 표에서 승-패 기록을 뺀 나머지 기록들만 본다면 보통은 보스턴을 리그 1위 팀으로 점찍을 것이 틀림없다.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매니 라미레즈가 시즌 중반 팀을 떠났고 ‘가을의 최고 투수’ 커트 쉴링이 부상으로 시즌 전체를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 유일한 라이벌 뉴욕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지금, 적어도 아메리칸리그에는 이 팀의 앞을 가로 막을 수 있는 팀이 없어 보인다.


▶ 경기 일정 및 예상되는 선발 매치업 분석

정규 시즌 종료와 더불어 보스턴 팬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에이스인 자쉬 베켓이 부상으로 디비즌 시리즈에 출장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작년 포스트 시즌을 완벽하게 제압(2007 PS 4전 전승 1.20)했던 영웅의 부상은 팀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상대인 LA 에인절스가 8일 일정을 선택해준 덕에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음영으로 표시된 쪽이 홈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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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절스는 정규 시즌 1위의 권한으로 두 개의 디비즌 시리즈 일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에인절스는 그 권한으로 3일에 시작해 9일에 끝나는 7일 일정이 아닌 1,2차전 선발이 정상적인 5일 로테이션으로 4,5차전에 등판할 수 있는 8일 일정(2일~9일)을 선택했다. 물론 중부지구의 1위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베켓 말고도 존 레스터와 마쓰자카라는 훌륭한 2,3선발을 갖춘 보스턴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베켓이 3차전에 등판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해당 부상(복사근 통증)의 전례를 봤을 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때문에 7일 일정으로 시리즈를 치렀다면 보스턴은 3차전과 4차전에서 팀 웨이크필드와 폴 버드(11승 12패 4.60)를 연속해서 등판시키거나 무리해서 4일 만에 레스터를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8일 일정이 된 덕분에 레스터와 마쓰자카가 두 번씩 등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베켓이 함께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양 팀의 1,2차전 선발만을 비교한다면 보스턴이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 7일 일정이었다면 베켓의 공백이 너무나 뼈아팠겠지만, 8일 일정이기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남은 것은 레스터와 마쓰자카가 자신들의 등판 경기에서 제 몫을 해주는 것뿐이다. 3차전이나 4차전의 홈경기에서 등판하게 될 웨이크필드(홈경기 7승 4패 3.10)는 펜웨이파크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 가운데 하나다. 혹시라도 베켓이 3차전에 등판해준다면 3-0의 스윕도 노려볼 만하다.


▶ 올 시즌 상대전적은?

지난해 상대전적에서 6-3으로 에인절스를 앞섰던 보스턴은 올해 유독 에인절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9경기를 치렀지만 무려 1승 8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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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6전 전패였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뉴욕 양키스를 물리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규시즌 성적은 참고사항일 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는 않는다. 이상하게도 에인절스와의 시합이 있을 때면 선발 로테이션에 문제가 생겨, 9경기 가운데 5번은 클레이 벅홀츠(2승 9패 6.75)를 비롯한 전력에 도움 안 되는 신인급 투수들이 기존의 투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소위 ‘땜빵’으로 등판한 경기였다는 것도 보스턴이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보인 이유다.


이번의 맞대결은 페넌트레이스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포스트시즌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LA 에인절스가 지난 1961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이후 두 팀은 포스트 시즌에서 세 번 대결을 펼친 바 있으며, 과거의 결과는 확실히 보스턴을 향해 웃어주고 있다.


처음 만난 1986년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으로 보스턴 승, 2004년 디비즌 시리즈에서는 보스턴의 3-0 스윕, 그리고 작년인 2007년 디비즌 시리즈마저도 보스턴은 시리즈 전적 3-0으로 에인절스를 일축하고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한마디로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 올 시즌 에인절스가 유독 보스턴만 만나면 독기를 품고 총력전을 펼쳐 승리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던 것이다.


작년 디비즌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에이스 베켓과 ‘매니 빙 매니’를 과시한 라미레즈가 없지만, 사실 그 당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것은 매니가 아니라 13번의 타석에서 11번이나 출루(5안타 2홈런 3타점 5득점 6볼넷)한 데이빗 오티즈였다. 암을 극복하고 ‘인간승리의 표상’으로 우뚝 선 존 레스터는 베켓의 공백을 충분히 매워줄 수 있을 것이며, 빅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마쓰자카 역시 ‘이기는 법’이 무엇인지 아는 투수로 성장했다.


▶ 2007년 보다 더욱 강력해진 2008년형 타선

매니 라미레즈라는 포스트시즌의 ‘로또’가 없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그가 빠진 지금 현재 레드삭스의 타선은 ‘의외성’이 사라진 대신 ‘안정성’ 면에서는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미레즈가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어마어마한 성적(.396/.489/.743)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보스턴에 있을 때는 그것만 못했던 것(.299/.398/.529)이 사실이다. 매니를 대신해서 레드삭스에 합류한 제이슨 베이(이적후 49경기 9홈런 37타점 .293/.370/.527)는 ‘보스턴 시절의 매니’의 공백은 100% 커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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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강력한 리그 MVP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신인왕을 받았던 지난해의 미숙함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올 시즌 레드삭스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성장했다. 지금 페드로이아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10년 전 양키스 왕조를 열었던 데릭 지터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올해도 보스턴이 우승을 차지한다면, 페드로이아를 두고 ‘우승을 부르는 행운의 사나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수비와 선구안이 좋은 쓸만한 1루수’에서 홈런포로 무장한 강타자로 한 단계 올라선 케빈 유킬리스도 MVP 후보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유킬리스의 저 성적은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최상위 레벨에 속한다.


부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53경기를 결장하고도 저 정도 성적을 거둔 오티즈는 여전히 무서운 타자(후반기 55경기 10홈런 46타점)이며, 마치 지난해처럼 포스트시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리그 도루왕 자코비 엘스버리가 1번 타순에 버티고 있다는 것도 확실한 장점. 말도 안 되는 홈런포로 무장한 텍사스 타선에 밀려 팀 득점 2위로 밀려났을 뿐, 1번부터 6번까지 이어지는 저 타선은 짜임새면에서 단연 최고 레벨이라 할 수 있다.


시즌 중 애틀란타에서 이적해 온 마크 테세이라(33홈런 121타점 .308)를 빼면, 팀의 기둥인 블라드미르 게레로(27홈런 91타점 .303)가 예년의 위력을 상실한데다 거액의 FA 토리 헌터(21홈런 78타점 .278)마저 부진한 에인절스 타선은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는다.


▶ 조나단 파펠본 vs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이번 시리즈에서 또 하나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은 두 팀의 마무리들이다. 27살의 보스턴 마무리 조나단 파펠본(5승 4패 41세이브 2.34)과 26살의 에인절스 마무리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2승 3패 62세이브 2.24)는 이미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정상급 클로져이며, 지난 십년간 이어져 온 트레버 호프만-마리아노 리베라의 양강 구도를 이을 차세대 최고 라이벌로 주목받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올 시즌 사상 최초로 60세이브를 돌파하며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렇다고 로드리게스가 파펠본보다 더 뛰어난 투수냐고 하면, 그건 또 그렇지가 않다.


파펠본(41세이브 5블론)과 로드리게스(62세이브 7블론)의 세이브 성공률은 거의 같다. 방어율도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두 선수는 결정적으로 WHIP(이닝당 평균 안타+볼넷 허용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닝 당 평균 0.95명의 주자를 내보내는 파펠본과 1.29명의 주자를 허용하는 로드리게스는 그 안정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로드리게스가 최다 세이브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팀을 잘 만났기 때문일 뿐, 그 자리에 파펠본이 들어갔더라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란 뜻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파펠본과 리베라(39세이브 방어율 1.40 WHIP 0.67), 조 네이든(39세이브 방어율 1.34 WHIP 0.89) 같은 특급 마무리들 때문에라도 로드리게스는 사이영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말한다.


특히 파펠본은 루키 시절인 2006년부터 계속해서 0점대 WHIP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지난해부터 볼넷 비율이 훌쩍 늘어나며 주자 허용비율이 대폭 늘어난 로드리게스보다 더 신뢰도가 높다. 항상 그래왔듯이 정규시즌에서 줄타기를 하듯 불안하게 경기를 끝내던 마무리는 포스트시즌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 이번에는 로드리게스가 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로드리게스는 보스턴을 상대로 한 지난 두 번의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에 등판해 7.20이란 높은 방어율로 2패만을 당해 팀 패배의 주역이 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자신이 경험한 두 번의 포스트시즌에서 9경기에 등판해 14이닝을 소화하며 1승 무패 4세이브 방어율 ‘0.00’을 기록한 포스트시즌 최강의 마무리 조나단 파펠본.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시리즈가 끝난 후 마지막 타자를 처리하고 난 후 괴성을 지르며 포수와 포옹할 주인공은 바로 파펠본일 것이다.


결론 : 전체적인 선발진은 에인절스가 앞서고 있지만, 8일 일정이 되면서 그 차이는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무리는 박빙이거나 오히려 파펠본의 보스턴이 좀 더 유리한 상태. 그렇다면 결국은 월등한 타력을 보유한 보스턴이 승리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작년에 처참한 패배를 당한 에인절스 입장에서야 통쾌한 복수를 꿈꾸고 있겠지만, 그것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개꿈’에 불과하다. 이미 승패가 결정 난 듯 보이는 시리즈의 결과보다는, 보스턴의 승리가 확정된 후 ‘레드삭스의 익살보이’ 파펠본이 보여줄 멋들어진 춤사위가 더 큰 관심거리다.


(P.S. 본 칼럼은 2008 MLB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과 공동 기획한 것으로, 글의 재미와 흥미를 돋우기 위해 약간의 과장과 거친 표현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둔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