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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볼만한 PIFF 상영작 Best 7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1.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집에서 슬금슬금 놀다보니 엄마의 눈총때문에 온 몸이 따갑곤 했는데, 이젠 '명목'이 생겼으니 참으로 좋고 좋은 가을입니다.


사실 저희 엄마도 영화를 참으로 좋아하십니다. 영화제는 고사하고 '영화' 들어간 광고가 나올 때 마다 달콤살벌하게 말씀하십니다.

"올해는 보여줄꺼지?"

13년이나 되었는데 그 동안 저만 즐겁게 'PIFF따라 삼매경'을 했군요. 효녀심청의 마음으로 돌아가 올해는 부모님과 함께 PIFF를 즐겨보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이 좋아하실만한 영화가 더 눈에 들어오는군요. 이번에는 부모님과 함께 볼 만한 영화를 한 번 간추려 보겠습니다.

먼저 아시아 영화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하나 있군요.


① 아델라(Adela)

1950년대 라디오 배우로 활약하다가 은퇴한 아델라. 80세의 생일을 맞은 아델라는 가족들이 자신을 찾아와주길 바라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아델라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려 하지만 문득 외로움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에 사무친다.

'누군가 일찍이 기념일, 이라는 것을 생각해내었을 때에는 기억과 축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겠지만, 특정한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념일은 종종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든다. 기념일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거나, 축하받지 못할 때, 새삼스럽게 삶은 더 고립된 것처럼 느껴지고 처연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옥미나 PROGRAM NOTE 중-

작품설명을 해 놓은 코디네이터의 글을 보면서 최근 종영된 '엄마는 뿔났다'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뿔이 났던 어머니'한자'는 1년간의 가출을 선언하지만, 영화 속의 아델라는 그저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뿐입니다.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아델라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지.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엄마와 저의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 올해 83세로 60년 이상 연기활동해온 여주인공 '아니타 린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


② 땅 밑의 하늘(The Shaft)

땅 밑의 하늘은 중국의 광산마을에서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중국 서부의 한 가족 이야기 이자 광산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영화이다.

아오이 유우 주연의 '훌라걸'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 광산촌에 살고 있는 소녀들이 광산촌의 개발바람과 함께 관광지 댄서인 '훌라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신나는 훌라 음악과는 대비된 광산촌의 많은 갈등과 고민들이 그려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광산촌이라는 특수한 장소가 몇 없지만 그러한 시절을 거쳐 왔던 것은 분명합니다. (PIFF 와이드앵글에서는 '태백, 잉걸의 땅'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광산촌에서 겪고 있는 많은 변화를 소개해주고 있기도 하는데요.)

'땅 밑의 하늘'은 광산촌에서 일어나는 가족들 간의 에피소드에 더 깊은 중심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독(장츠, 중국)은 "이 영화의 세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가 자신들의 삶이 변화되기를 갈망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과 싸워 이기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투쟁하는 동안 삶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삶은 결코 멈추지 않으며, 서서히 사라져 갈 뿐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족 모두가 서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③ 아빠와 함께(Together With My Father)

역경을 헤쳐 나가는 두 부자의 이야기. 카림은 구내의 한 작은 방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가난에 허덕이고, 집안은 늘 어지럽고 난장판이라 여성의 손길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카림은 언제나 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이혼이 증가하면서 편모(부)가정이 많이 생겼습니다. 뜨뜨미지근한 부자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한국에도 많이 있지요.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부자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합니다. 그네들도 우리와 꼭 같은 부정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겠지요. 제가 딸이라 부자간의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아들이 없는 저희 아버지와 함께 보러가고 싶은 영화중에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4명의 프로그래머가 참여한
월드시네마 섹션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④ 삶의 서른 세 장면(33 Scenes from Life)

가족 모두가 예술가인 행복하고 안정적인 율리아의 가정. 하지만 어머니가 암 선고를 받자 이들은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율리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웃음이라고 생각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율리아와 꼭 같진 않더라도 이와 같은 상황을 통해 개인이 성장해가고 지혜를 얻어가는 여정은 있지요. 알고보니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내 가족이 겪는 고통은 고스란히 나에게 전가되어 다가옵니다. 삶을 통째로 흔들어 버리는 모습도 목격해보았습니다. '거기에서 어떻게 벗어나는가'는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거기에서 얼마나 웃을 수 있는가'를 선택해봅니다. 율리아처럼.


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Cherry Blossoms-Hanami)
 
남편 루디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트루디는 남편과 함께 자식들이 있는 베를린으로 떠난다. 그러나 트루디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오히려 홀로 남게 된 루디는 아내가 원했지만 이룰 수 없었던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부부간의 사랑에 대한 감성적 탐구가 돋보이는 영화.

'부부간의 사랑'이라는 구절 덕이지요. 영화를 미리 보고 적는 것이 아니니 영화를 소개해주는 글귀 하나하나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PIFF를' 이지만, 부모님이 오붓이 보실수 있는 영화를 골라보았습니다. 루디는 자신이 죽어가는 사실을 모른채 트루디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만일 트루디가 루디에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했더라면 루디는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부부간의 사랑이 '어림짐작'만으로도 확인해지는 순간입니다.



⑥ 어머니와 딸(Mother &Daughters)

유쾌하고 통쾌한 세 쌍의 모녀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 감독은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통해 어머니와 딸이 큰 변화를 겪게 되는 기념비적인 순간들을 코믹하면서도 깊이 있게 따라간다. 경건하면서도 복잡하고, 또 신비로운 모녀의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영화.

모녀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부분이라면 제가 할 수 이야기가 더 많을 것 같네요. 가족 내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는 복잡 미묘합니다. 하루아침에 말도 못 붙이는 원수가 될 수도 있고, 더 없는 친구사이가 될 수 있기도 하지요. 꼭 특정한 사건으로 원수와 친구가 되는 건 아닙니다. 함께 공유하고 있는 일상적인 시간에서 서로의 부분을 감싸안지 못해 생겨나는 충돌입니다. 여기서 감싸안지 못하다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으로 혼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스파크가 튀는 원수지간이 될 지라도 다시금 이루어지는 모녀의 결속력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하는 여자들의 딴딴한 의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보러갈 즈음에는 엄마와 원수지간이 아닌, 친구지간 시즌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⑦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

한심한 세 명의 남매가 고향에서 혼자 살다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서 흑해 근처 한 산으로 향한다. 어머니를 찾고 이스탄불로 데려오지만, 아무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려 하지 않는다. 오직 손자인, 반항아 무라트만이 그녀와 소통하고 친해진다. 이를 통해 둘은 각자가 겪는 고립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매 시간 시간은 온갖 상념과 끊임없는 잡념들로 가득 넘쳐납니다. 어머니를 찾아나서는 시간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 많고 많은 상념과 잡념들 속에서도 그 사람을 찾을 거라는 '희망' 만은 콩알만한 새가슴을 탄탄하게 잡아줍니다. 알츠하이머의 고립이든, 부와 산업화의 고립이든, 반항아의 고립이든, 모든 것들이 희망을 통해 풀려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