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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고무팔’ 싸바시아도 넘지 못한 PS 4일 로테이션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3.

2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어낸 밀워키 브루어스가 적진에서 충격의 2연패를 당했다. 1차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2차전에서는 확실한 필승 카드라 여겼던 C.C. 싸바시아가 무너진 것이라 그 충격이 더욱 크다.


3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즌 시리즈 2차전에 등판한 싸바시아는 상대 2번 타자 쉐인 빅토리노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등 3.2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 5실점 하며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경기는 5:2로 패했고, 싸바시아는 지난해에 이어 포스트시즌 3연패를 기록했다.


싸바시아는 이 경기를 통해 전문가들이 지적하던 두 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하나는 ‘그의 포스트시즌 울렁증이 올해도 이어지느냐’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연속 4번째 4일 만의 등판인 그의 컨디션이 정상일까?’하는 것이었다.


올 시즌 싸바시아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253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59개의 볼넷만을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 1.69개에 불과한 최정상급 컨트롤. 하지만 정작 3일 경기에서는 몸 에 맞는 볼 하나를 포함해 5개의 사사구를 남발했다. 결국 이 사사구가 화근이 되어 대량실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싸바시아의 모습은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던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는 241이닝 동안 고작 37개의 볼넷만을 허용했음에도, 포스트시즌에서는 15.1이닝 동안 13개나 되는 볼넷을 남발해 8.80이라는 처참한 방어율로 무너졌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싸바시아의 부진은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 실패로 직결되었다.


“어쩌면 싸바시아는 포스트시즌 울렁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작년에는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고, 올해도 정규시즌에서 17승(10패)과 2.7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투수의 부진은 이와 같은 추축을 낳는다. 특히 그는 밀워키 이적 이후 11승 2패 7완투 3완봉 방어율 1.65의 환상적인 성적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주인공이 아니었던가.


또 하나 전문가들이 싸바시아가 부진한 이유로 꼽는 것은 무리다 싶을 정도로 지속된 그의 4일 로테이션이다. 밀워키의 데일 스비엄 감독 대행은 지난달 17일 경기 이후 팀의 와일드카드 확보를 위해 싸바시아를 4일 로테이션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17일-21일-25일-29일 등판 이후 디비즌 시리즈에서까지 벌어진 4일 만의 선발 등판. 아무리 ‘철완’임을 과시한 싸바시아라 하더라도 탈이 날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5차전인 8일 경기에 싸바시아를 한 번 더 등판시키기 위해 그랬던 것이겠지만, 현재로써는 5차전에 가기 전에 시리즈가 끝나버릴 것 같은 분위기다. 적어도 그를 2차전에서 등판시킬 생각이었다면, 지난 29일 경기에서 122구를 던지게 만들지는 말았어야 했다.


지난 1999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3일 휴식 후 4일 만에 등판한 투수의 경기 결과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대부분이 에이스급 투수들의 등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7경기에서 팀이 승리한 것은 고작 10차례, 선발 등판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도 6.11로 매우 높았다. ‘싸바시아는 예외일 것이다’라는 생각 자체가 매우 위험했던 것.


이것은 싸바시아 본인이 아닌 감독의 책임이다. 네드 요스트 감독이 시즌 막판 갑작스레 해임된 후 감독 대행직을 수행하고 있는 데일 스비엄의 미숙함이 드러난 결과다. 또 한 명의 에이스 벤 시츠(13승 9패 3.09)를 써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도, 정규시즌부터 투수를 혹사시켜온 그에게 변명이란 있을 수 없다.


과연 밀워키가 홈에서 벌어지는 2경기를 모두 잡으며 5차전에서 다시 한 번 싸바시아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또한, 만약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5일 만에 등판하는 싸바시아가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이번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FA가 되어 연평균 2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의 잭팟을 터트릴 것으로 예상되는 리그 최고 수준의 좌완 에이스 C.C. 싸바시아. 이대로 디비즌 시리즈가 끝나버리면 그의 뒤에는 ‘큰 경기에 약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