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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위에 올라간 학생들, PIFF와 부산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은 과연 어디까지??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3.

태더앤미디어를 통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의 프레스 배지를 받게 되었다. 마침 부산에 살고 있는 터라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남포동, 그리고 개막식의 현장인 수영 요트경기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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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일) 밤 개막식에서 볼 수 있었던 열띤 취재열기와 몰려든 군중들의 모습에서는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평소에 유명 연예인을 자주 볼 수 없었던 부산 시민들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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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명 연예인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겠다”라는 일부 시민(특히 중고생)들의 잘못 표출된 행동은 현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우선 아래의 동영상을 봐주기 바란다.


급한 김에 레드카펫의 배우들을 찍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라 화질은 좋지 않지만, 알아보는 데 무리는 없을 줄로 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충격적인 장면이 보이는가? 일부 고등학생들은 사람들의 장벽 때문에 레드카펫을 통해 들어오는 연예인들을 볼 수가 없자, 긴급 상황을 대비해 미리 주차해 놓은 119 소방자 위로 올라가는 위험천만한 짓을 자행했다. 3미터 높이의 차량에서 떨어질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방방 뛰다가, 아래의 경찰들이 말리자 말다툼까지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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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이 아니다. 소방차 외에도 주변에 주차된 차량 위에 올라가서는 뛰고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 차의 천장이 찌그러졌음은 당연한 일. 대체 그 보상은 누가 해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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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옆에는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환하게 비추기 위해 조명탑이 만들어져 있었다. 학생들과 일부 시민들은 그것까지 타고 올라가 연예인을 보기 위해 목을 내밀었다. 결국 거기서 떨어지면서 약간의 부상을 입은 아주머니도 있었다.


경찰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있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막무가내인 그들을 막기에는 인력도 부족했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힘’도 부족했다. 아무리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말로 주의를 줄 수 있을 뿐, 연행해갈 수도 없고 어디 멀리 쫓아 낼 수도 없는 상황. 학생들은 웃는 얼굴로 경찰을 조롱하고, 화내는 얼굴로 경찰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기자들의 원활한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프레스 존’도 마찬가지였다. 정식 프레스 배지를 발급 받은 사람들만 올라올 수 있는 그곳에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무작정 밀고 들어와 촬영을 방해했다. 시장에서 산 것으로 보이는 과일 봉투를 들고 그대로 올라와서 기자들을 밀어대는 아저씨도 있었고, 레드카펫에 등장한 일본배우 우에노 주리의 이름을 열광적으로 외쳐대는 일본인 관광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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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경찰은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기자들의 불편함은 더해만 갔고, 그들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올려놓은 음료수 등이 쏟아지면서 프레스 존은 난장판이 됐다.


현장에 모인 기자들은 “13회나 되는 영화제의 준비와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무슨 권위있는 국제영화제가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 역시 이에 200% 동감한다.


이 정도 관리도 못해서야 무슨 놈의 국제영화제인가!! 주최 측의 안일한 대비와 일부 부산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같은 부산 시민인 나도 치가 떨릴 정도였다. 안전 대비를 소홀히 한 사무국과 그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찰에게는 연민을 느끼면서도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13회를 맞이하는 부산 국제영화제, 많은 부산 시민들이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그에 걸 맞는 ‘격’을 갖추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과연 언제쯤이나 제대로 된 격을 지니게 될까?


기껏 레드카펫을 취재하고 와서 이러한 글을 먼저 쓰는 것은, 그만큼 소방차 위에 올라갔던 학생들의 모습이 더 큰 충격으로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안전이 도외시 된 행사, 그것은 어떤 수식어를 통해 치장하더라도 아무런 가치 없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