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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NLDS 중간점검[CHC vs LAD]-컵스의 2패는 100년만의 우승을 위한 시나리오일 뿐!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4.

내셔널리그 1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시카고 컵스가 LA 다저스와의 디비즌 시리즈 1,2차전을 모두 패했다. 그것도 정규시즌 동안 다저스를 상대로 3번 싸워 모두 이겼던 홈경기에서 당한 충격적인 2연패다.


타격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비록 선발 매치업에서 우위를 보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홈경기였기에 최소한 1승 이상은 거둘 것으로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에서 평균5.31점(1위)을 득점하고 방어율 3.87(3위)을 기록했던 팀이 2경기 합쳐서 5득점 17실점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원정경기이긴 하지만 3,4차전 선발 매치업은 일방적인 경기가 예상될 정도로 컵스가 크게 유리하다. 결국 승부는 5차전까지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 100년 만의 우승은 ‘특별’해야 한다.

매우 많은 팬들이 지난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기억하고 있으며 가끔은 그 당시를 추억하기도 한다. 그것은 보스턴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첫 3경기에서 모두 패한 후 4~7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월드시리즈로 진출, 마침내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86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우승은 그래야 한다. 그리고 2008년에 정확히 10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시카고 컵스 또한 모든 팬들의 기억에 강하게 각인 될 수 있는 극적인 우승을 원하고 있다. 86년 만에 우승한 보스턴이 저렇게나 멋지게 왕좌를 차지했었는데, 그 보다 더한 컵스가 그냥 밋밋하게 우승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지간해서는 사상 최초의 3연패 후 4연승을 보여준 보스턴의 임팩트를 능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그러한 패턴을 디비즌 시리즈에서부터 이어가는 것뿐이다.


당시 보스턴의 대역전극은 86년 만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보스턴 팬들의 염원이 커트 쉴링의 핏빛 투혼으로 현실화 된 덕이었다. 간절함이라면 시카고의 팬들이 더한 상황. 절치부심 3차전을 준비하는 컵스 선수들은 결코 팬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시카고의 100년이 보스턴의 86년보다 더욱 긴 세월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줄 것이라 믿는다.


▶ 조 토레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2차전이 끝난 후 토레는 1차전 선발 투수였던 데릭 로우를 4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이것은 정상적인 5일 로테이션을 벗어난 4일 만의 등판이다. 예정대로 매덕스가 등판하게 되면 3,4차전을 모두 내주고 5차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내려진 결정으로, 그 만큼 리치 하든이 등판하는 3차전은 컵스의 승리가 확실하다. 때문에 로우를 투입해서라도 4차전에서 경기를 끝내겠다는 것이 토레의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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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결정은 매우 위험하다. 사실 굳이 이러지 않고 정상적인 4선발 체제를 가동하더라도 일단은 2승을 먼저 챙긴 다저스가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리석은 조 토레는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또 다시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결국은 그것이 다저스와 그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작년 디비즌 시리즈에서 양키스 감독이었던 조 토레는 클리블랜드에게 시리즈 전적 2-1로 밀리자 4차전에 에이스 완첸밍을 출격시켰다. 1차전 등판 이후 4일 만의 전격 등판. 당장의 1승이 매우 중요하며, 1차전에서 왕첸밍의 투구 수가 93개로 많은 편이 아니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하지만 4차전에서 왕첸밍은 2회도 채 버티지 못하고 5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졌다. 결과는 양키스의 3년 연속 디비즌 시리즈 탈락.


지난 2004년에는 케빈 브라운(1.1이닝 5실점), 2000년에는 로저 클레멘스(5이닝 6실점)와 앤디 페티트(3.2이닝 5실점)를 4일 만에 등판시켰다가 뜨거운 맛을 봤다. 1997년 디비즌 시리즈에서도 2차전 이후 4일 만에 5차전에 등판한 페티트가 6.1이닝 4실점하는 바람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이처럼 토레는 양키스 감독 시절 4일 로테이션을 사용하여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 2000년 오클랜드와의 디비즌 시리즈 5차전에서는 페티트가 무너지고도 타선이 7득점 해준 덕에 겨우겨우 승리했을 뿐, 나머지 경기는 모조리 패했다.


최고의 팀들만 나서는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선발 투수를 4일 만에 등판시킨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올 시즌 최고 투수 가운데 하나인 C.C. 싸바시아도 9월 29일 경기에서 완투승을 거둔 후 3일에 있었던 디비즌 시리즈 2차전에 등판해 3.2이닝 6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1999년 이후 올해까지 포스트시즌에서 3일 이하의 휴식을 취하고 등판한 선발 투수의 성적은 총 38경기 10승 28패 방어율 6.24로 심각할 정도로 나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로우를 4일 만에 등판시키는 것은 무슨 속셈일까? 모르고 그랬다면 자신의 과거에 대한 분석이나 반성이 전혀 없었다는 뜻이며, 알고 그랬다면 단순한 고집피우기에 불과하다.


▶ 박찬호를 기용하지 않고 다저스가 이길 수 있을까?

매덕스가 미덥지 못했다면, 그 대신 4차전에서 등판해야 할 선수가 꼭 로우가 되어야만 했을까? 다저스에는 그렇게까지 대체 선발요원이 없었을까?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모든 야구팬들이 알고 있겠지만 다저스에는 그 동안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빼어난 성적을 남긴 ‘선발 투수 체질’의 박찬호가 있다.


박찬호는 선수 생활 통산 컵스를 상대로 8승 5패 방어율 3.09를 기록했다. 게다가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통산 45승 25패 방어율 2.96을 기록한 ‘다저블루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올해는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지만 5번 출격한 선발 등판에서는 매번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1승 무패 방어율 2.16의 성적을 남겼다. 로우를 4일 만에 올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박찬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토레는 박찬호를 중용하기는커녕 아예 기용할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1차전에서 5:2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로우를 구원하여 7회에 마운드에 오른 것은 박찬호가 아니라 코리 웨이드라는 새파란 애송이였다. 우완 셋업맨이 등판할 시기였기에 기대를 했으나, 마운드에 오른 것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신인 우완투수였던 것이다.


일단 그것은 웨이드(2승 1패 2.27)의 정규시즌 방어율이 박찬호(3.40)보다 좋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치자. 그렇다면 7:2로 크게 이기고 있던 9회 말 매덕스를 등판시켜 경기를 마무리 한 것은 대체 뭐란 말인가? 매덕스는 다저스로 이적한 후 7번의 선발등판에서 5.09의 나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지난달 28일 선발 등판한 이후 4일 만의 등판이었다.


비록 구원등판이었다고 하더라도 지난 선발 등판의 피로가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기용은 토레의 머릿속에서 박찬호라는 이름 세 글자가 ‘승리를 위한 전력요인’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2차전에서도 7:1로 앞서고 있던 7회 말 선발 빌링슬리를 구원한 것은 웨이드였다. 박찬호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계속되는 실망 속에서도 아쉬운 소리 한 번 안하고 팀을 위해 뛰어온 베테랑 투수를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것일까? 과연 그러고도 다저스가 이길 수 있을까? 행여나 박찬호가 3차전에서 패전처리용 투수로 등판하게 된다면, 한국 팬들의 원성이 컵스 팬들의 한과 더해져 다저스의 상승기류를 꺾어버릴 지도 모른다.


▶ 일단 3차전만 승리하자!

토레 감독이 자진해서 도와준 덕분에 3차전만 승리한다면 시리즈는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제아무리 빌링슬리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원정에서 두 번이나 승전가를 울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 3차전의 승리는 결국 대역전극으로 가는 확실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차전에서 컵스 선발로 등판할 리치 하든은 부상으로 항상 신음하긴 하지만 일단 마운드에 오르기만 하면 그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선수다. 그러한 점은 올 시즌의 성적이 잘 증명해준다. 부상과 그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선발 등판한 경기는 25번에 불과하지만 148이닝 동안 무려 19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10승 2패 방어율 2.08의 성적을 기록한 하든은 리그를 대표하는 ‘괴물투수’ 중 한 명이다.


주로 아메리칸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라 표본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다저스 소속의 노마 가르시아파라(4타수 무안타)나 케이시 블레이크(8타수 무안타) 등의 타자들은 하든을 상대로 공 한 번 제대로 건드려 보지 못했다.


딱 한 명 걱정되는 선수는 바로 매니 라미레즈. 매니는 하든을 상대로 11타수 3안타를 기록했고 그 안타 3개는 모두가 홈런이었다. 투수에게 다소 유리한 다저스타디움에서의 등판이라 하더라도 매니는 요주의 인물이다. 하지만 그 매니만 막아낸다면 승리는 확실하다. 최악의 경우 매니에게는 홈런을 허용하더라도 나머지 타자들만 철저히 봉쇄하면 된다.


100년만의 우승을 향해 본격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모든 여건은 갖춰진 상태, 이제 잘 짜여진 각본을 토대로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과연 조 토레 감독은 자신이 맡기로 되어 있는 비극의 히로인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컵스의 대역전극을 감상할 때다. 리그 최다승을 거둔 팀이 1회전에서 사라지는 말도 안 되는 사태는 하늘이 허락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S. 본 칼럼은 2008 MLB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과 공동 기획한 것으로, 각자가 맡은 팀을 일방적으로 예찬하고 그 승리를 전망하는 새로운 형식의 글이다. 본문 중에는 글의 재미와 흥미를 돋우기 위해 약간의 과장과 거친 표현을 사용했음을 밝혀둔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