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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효율과 비효율이 공존하는 이상한 팀 LA 다저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5.

LA 다저스가 마침내 대 파란을 일으켰다. 100년 만의 우승을 위해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시카고 컵스를 디비즌 시리즈에서 3연승으로 일축해버린 것이다.


시카고는 올 시즌 97승 64패(.602)로  내셔널리그 승률 1위를 마크한 팀이고, 다저스는 84승 78패(.519)로 리그 8위에 불과함에도 소속 된 서부지구의 약세를 틈 타 운 좋게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느낌이었기에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와 팬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하다.


어쩌면 지난 2006년에 83승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후 파죽지세를 이어가며 마침내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우승 시나리오가 펼쳐질 지도 모른다. 당시 카디널스에 알버트 푸홀스가 있었다면, 올해의 다저스에는 매니 라미레즈가 있다.


다저스의 올 시즌 행보는 참으로 위태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주축 선수들이 죄다 극심한 부진에 빠지거나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 현 네드 콜레티 단장이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1573만 달러로 팀 내 최고 연봉을 받는 유격수 라파엘 퍼칼은 한 달 만에 부상을 당해 정규시즌 막판이 되어서야 겨우 돌아왔다. 최고 연봉 투수 제이슨 슈미트(1522만)는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번도 그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오프시즌에 2년 간 3620만 달러를 주기로 하고 데려온 앤드류 존스는 상식 이하의 부진으로 팀에 해악만 끼치더니 결국 부상까지 당하며 시즌 아웃됐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에이스 역할을 했던 브래드 페니(925만)는 19경기에서 6승 9패 방어율 6.27이라는 처참한 성적만을 남겼고, 800만 달러짜리 5선발 에스테반 로아이자는 남은 연봉을 다 주기로 하고 시즌 중간에 방출시켰다. 더군다나 이 팀에는 800만 달러짜리 대주자 후안 피에르와 950만 달러짜리 대타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 1억 1800만 달러의 페이롤로 메이저리그 전체 7위를 기록했던 다저스는 그 중 70% 가량을 허공에 뿌린 셈이다. 이후 시즌이 진행되면서 매니 라미레즈(2000만)와 그렉 매덕스(1000만), 케이시 블레이크(610만) 등을 영입한 덕에 페이롤은 1억 4천만 달러가 넘어갔고, 이는 뉴욕 양키스(약 2억 달러)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한다.


이만하면 완전히 바닥을 기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토록 전력 손실이 컸던 다저스는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마침내 첫 관문까지 돌파했다. 막강한 유망주 군단과 싼 가격으로 잡아 둔 몇몇 베테랑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전 타자들 가운데 포수 러셀 마틴(50만), 우익수 안드레 이디어(42만), 중견수 맷 켐프(41만), 1루수 제임스 로니(41만), 그리고 올해 데뷔해 메이저리그 최소연봉(39만)을 받는 3루수 블레이크 드윗까지 5명은 그 연봉이 50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


투수진에서도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낸 채드 빌링슬리(42만)를 비롯해 5선발 클레이튼 커쇼(39만), 특급 셋업맨 조나단 블랙스턴(45만)과 궈홍즈(39만), 박찬호(50만), 코리 웨이드(39만) 등도 모두 최소 연봉을 받거나 그에 준하는 적은 연봉을 받을 뿐이다.


조 토레는 장기로 치면 차와 포를 다 뗀 상황에서 이들을 이끌고 정규시즌을 버텨냈고, 여기에 매니 라미레즈라는 연봉 값 톡톡히 하는 타자가 가세함으로써 다저스는 마침내 포스트시즌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일종의 성공 신화를 써나가고 있으면서도 다른 팀이 절대로 벤치마킹해서는 안 되는 신기한 팀 다저스. 현재 그들을 지탱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대부분이 전임 단장인 폴 디포데스타(04~05)와 댄 에반스(02~03)의 작품이다. 이 두 명의 단장은 토미 라소다 현 다저스 부사장과의 알력싸움에서 밀려 쫓겨났을 뿐, 유망주를 보는 눈 하나만큼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인물들이다.


결국 다져스는 자신들이 쫓아낸 두 명의 단장의 유산을 바탕으로 20년 만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그 혜택을 보고 있는 인물이 전임 단장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을 뒤엎을 뻔 했다가 매니를 영입하면서 기사회생한 네드 콜레티 현 단장이라는 점은 무척 아이러니하다.


일찍 시리즈를 끝낸 다저스는 4일 간의 휴식을 취한 후 10일(한국시간)부터 밀워키를 3-1로 제압하고 올라온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격돌하게 된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