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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승부수를 던진 LA 에인절스, 그 결과는?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1. 22.

알렉스 로드리게스, 앤드류 존스 등과 함께 올 스토브리그 최대의 화두였던 토리 헌터가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계약 조건은 5년간 9000만 달러, 연 평균 1800만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골드 글러브에 빛나는 주전 유격수 올랜도 카브레라를 화이트삭스로 보내고 존 갈랜드(10승 13패 4.23)를 데려온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이후 스토브리그에서의 두 번째 커다란 움직임이다.

FA 시장에 뛰어들 때부터 헌터는 연평균 1500만 달러 이상을 원했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5년간 75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으로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게 될 것처럼 보였다. 화이트삭스 측에서 “조만간 헌터는 자신이 원하는 것(1500만 달러)을 얻게 될 것” 이라며 계약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헌터는 스스로 언론에다 대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더니, 결국은 마지막에 큰돈을 풀 결심을 한 에인절스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것이다.

연평균 1800만 달러의 조건은 지난해 7년간 1억 26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체결한 토론토의 버논 웰스와 함께 외야수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외야수 최고 연봉은 매니 라미레즈의 8년간 1억 6800만(평균 2100만) 달러. 헌터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다고 보이는 이치로가 지난 7월에 체결한 연장계약의 조건(사실상 5년간 연평균 1610만)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헌터가 7년 연속으로 골드 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59홈런 205타점을 기록한 수준급의 타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블라드미르 게레로 보다 많은 연봉을 줘야하는 선수를 영입하기는 조금 껄끄럽다” 며 머뭇거리던 에인절스가 헌터에게 이러한 거금을 선뜻 내놓았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지난 2004년에 계약을 한 게레로의 연봉은 5년간 7000만 달러, 평균 1400만 달러로 헌터보다 무려 400만이나 적다. 로드리게스라면 이해하고 넘어갔을 테지만, 헌터라면 상황이 다르다. 게레로 스스로가 돈에 크게 연연해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심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헌터를 영입한 효과는 충분히 맛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무난히 지구 1위를 차지한 팀의 입지를 더더욱 굳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게리 매튜스 주니어-헌터-게레로로 이어지는 외야 수비 라인은 단숨에 리그 최고 수준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게레로의 뒤(또는 앞)를 책임져 줄 강타자의 존재는 팀 타선의 위력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이다. 또한 그는 벤치의 분위기를 다독여 줄 수 있는 친화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풀어야할 숙제가 많은 에인절스로가 굳이 그 큰돈을 투자하며 헌터를 영입했어야 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1800만이면 상황에 따라 앤드류 존스도 잡을 수 있는 금액이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32살의 헌터보다는 존스가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헌터는 부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선수가 아니다. 인저리 프런(부상을 달고 다니는 선수)까지는 아니지만 155경기 이상 출장한 적이 올해가 처음일 정도로 잔부상을 달고 다니는 편이다. 2005년에는 98경기 출장에 그치기도 했다. 반대로 존스는 지난 11년 동안 매년 최소 153경기 이상을 출장해왔다. 건강함에 있어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수준이다.

당초 에인절스 구단주 아트 모레노가 원했던 것은 게레로와 함께 홈런포를 가동해 줄 거포였다. 30홈런 시즌이 단 한번(작년 31개)에 불과한 헌터보다는 50홈런 경력도 있으며 지난 10년간 345홈런을 때린 존스야 말로 에인절스가 원하던 선수에 가깝다. 헌터가 7년 연속 골드 글러브 수상자이긴 하나 존스는 10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선수다.

에인절스는 올시즌 1억 900만 달러의 페이롤(팀 전체 연봉)로 메이저리그 5위에 올라 있었다. 1400만 달러를 받았던 바톨로 콜론과 이별하긴 했지만, 이번 헌터와의 계약으로 인해 그 순위는 양키스와 레드삭스 다음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내년 시즌을 통해 에인절스의 페이롤은 더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시즌을 끝으로 각각 1200만 달러씩을 받는 개럿 앤더슨과 존 갈랜드와의 계약이 끝남을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그것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앤더슨은 2009년에 1400만의 팀 옵션이 걸려 있지만, 현 상황으로 봐서는 바이아웃 될 것이 분명하고, 투수 유망주가 많은 터라 갈랜드와 재계약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역대 최고의 마무리’의 행보를 걷고 있는 'K-rod'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40세이브 2.81)가 내년을 끝으로 자유계약 선수 신분을 획득한다.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당장 연장 계약에 신경을 써야하는 입장이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연평균 1500만 달러에 계약하는 바람에 느껴지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팀의 1번 타자 역할을 너무나도 잘 수행하고 있는 션 피긴스(41도루 출루율 .393)와의 계약도 내년이 마지막이다. 현 시장 시세로 봤을 때, 그를 붙잡아 두기 위해선 최소 1000만 달러 이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2009년에 각각 1500만, 900만의 팀 옵션이 걸려있는 게레로와 에이스 존 랙키에 대한 옵셩 행사 여부는 당연히 ‘예스’다. 하지만 존스가 아닌 헌터를 영입한 이상 게레로가 떠나게 되면 팀의 중심축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어떻게든 연장계약으로 붙잡아야 한다. 최소한 헌터보다 높은 금액, 즉 2000만 달러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오른 랙키(19승 9패 3.01)와 마찬가지로 2009년에 계약이 끝나는 켈빔 에스코바(18승 7패 3.40) 역시도 만만치 않은 금액(1500만 달러 수준 또는 그 이상)을 요구할 것이 틀림없다.

이 막대한 투자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에인절스가 팀의 주축 선수들을 모두 잡아두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중심 타자인 게레로와 원투 펀치인 랙키-에스코바, 마무리 로드리게스 중 한명이라도 놓친다면 당분간 우승권에서 멀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해 게리 매튜스 주니어를 오버 페이라는 비난 속에서 5년간 5000만 달러에 영입한 데 이어 토리 헌터까지 영입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의 중심이 될 만한 선수들은 아니다.

결국 에인절스는 어떻게든지 2년 안에 승부를 봐야만 하는 애매한 입장에 처했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를 잡는데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2009년까지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에인절스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팀은 거의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월드시리즈의 우승은 별개의 문제다.

만약 2년 안에 우승에 실패하면 팀이 공중분해 되어버릴 가능성마저 있다. 월드시리즈 챔프에 등극한다 하더라도 모든 선수들을 잡아둘 수 있다는 장담은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 엄청난 페이롤을 감당하기는 아무리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이라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트 모레노 구단주와 신임 단장 토니 리긴스는 팀의 사활을 건 도전을 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비록 더 많은 돈이 들더라도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앤드류 존스를 영입했다면 만약 당장은 실패를 하더라도 ‘이후’를 노려볼 수 있었겠지만, 헌터의 영입은 단기간에 모든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과도 같다.

그들이 월드시리즈 챔프에 등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라는 두 거함을 침몰시켜야만 한다. 올시즌 보스턴이 보여준 저력으로 봐서는 가히 어떠한 장담도 할 수 없는 상황. 과연 에인절스의 이러한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내년 시즌이 한층 기대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